이제 집을 짓는 일만 남았군요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살고 싶습니다. 호텔을 짓고 싶어요.
https://blog.nomadinseoul.com/moved-to-bali/
작년 12월에 처음으로 그런 꿈을 꾸고, 처음으로 소리 내어 말로 꺼내보았습니다.
V=RD 라길래, 혹시나 말을 하면 조금이나마 꿈에 가까워질까, 블로그에 글로도 써보았습니다.
"저, 호텔 짓고 싶습니다!"라고요.
그때는 혼자 몽상에 빠져 즐거워하며 파워포인트에 끼적끼적 나열해 본 그림 몇 장이 다였는데요, 세상에. 지금 그로부터 10개월 정도 지났는데, 곧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발리에 호텔을 짓고 있습니다.
항상 노래를 부르던 대로, 바닷가 앞에, 논밭이 내려다보이고, 바다가 보이고, 나무가 많고, 새가 지저귀는 땅이에요.
컴퓨터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 졸릴 때면 책상에 엎드려서 눈치 보며 틈 잠자면서 이따금씩 혼자 하던 망상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진짜로, 네, 짓습니다. 호텔.
네, 이번에 산 땅 보여드릴까요?
400평 정도 되는 부지, 발리에서 제일가는 서핑 바다에서 딱 200m 떨어져 있고, 옆에는 바로 강이 있어서 강에 내려가서 패들보드를 타고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답니다. 한낮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고, 새가 지저귀는, 마치 숨겨진 정원 같은 곳이에요. 눈을 감고 볼에 스치던 바람이 좋아서 그리고 새소리가 너무 잔잔해서 반해버렸습니다.
이 땅에서 이제 뭘 할 거냐면요. 앞으로 더 자세히 소개를 하게 되겠지만. 여기서 이제 저는 호텔을 지으려고 해요.
바쁜 도시 사람들을 위한 호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호텔. 잠시 동안 세상을 잊고, 자연 속에 완전히 빠져서 밖을 잊어버리게 만들 거예요.
호텔에는 방이 8-10개가 있을 거고, 중앙에는 거대한 커뮤널 스페이스를 2-3층으로 지어서, 바다를 바다 볼 수 있게 할 거예요.
호텔은 마치 미로처럼 생겨서, 마치 엘리스의 원더랜드 같이 작은 문을 통해 들어오면, 동화 속에 들어온 듯이 바라보는 모든 곳이 정원처럼 느껴지도록 만들고 싶어요. 어디를 봐도 나무가 있도록, 자연이 있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어디에서도 바닷소리, 풀소리, 바람 소리가 들리도록 오픈되어 있으면서도 고양이 집처럼 구석구석 개인 공간이 보장된 스페이스를 만들고 싶어요.
말도 하나 살 거예요. 오리도 살 거구요. 닭도 몇 마리 살 거예요. 이 지역에는 승마 선수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의 말을 여기 지역으로 휴양을 보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말이 좋은 공기, 좋은 풀 먹으면서 살다가 바다로 같이 나가서 노을 보면서 같이 뛴대요. 말은 옆의 Sumba라는 말들의 섬에서 직접 한 마리 데려올 생각입니다.
이 지역은 아직 전혀 오염이 되지 않은 청정 지역이고, 아직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어요. 주변 농장들과 이야기하여, 다양한 제철 작물을 직접 농장에서 그날 가져와서 그날 손님들께 요리해드리고 싶군요.
생각하고 있는 건 정말 정말 많은데, 너무 신이 나서 그런지 생각 정리가 어려워요.
- 현재는 같이 콘셉트를 구상 중인 단계이고, 9월에 저희 요구 사항과 디자인을 골라서 보내면 10월부터는 건축가가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답니다.
- 만약 같이 디자인 및 호텔 구성에 참여하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노션 페이지에 의견을 코멘트로 남겨주세요.
https://nomadinseoul.notion.site/Medewi-62050 b66 e61 f4914 b4 e237316380 b736? pvs=4
비슷한 꿈을 꾸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생각하는 걸 한 번 도와주시겠어요?
위 도큐먼트에 들어와서 또는 이 글에 댓글로 생각을 남겨주세요. 호텔 만드는 걸 도와주세요.
아 참고로 이 호텔은 그냥 호텔이 아니라, Retreat 리트릿 호텔이 될 예정이에요.
무슨 말이냐 하면, 이 호텔은 그저 먹고 놀면서 쉬는 곳이 맞긴 하는데 아니에요.
Michael A. Singer 작가가 쓴 "The Untethered Soul" 상처받지 않는 영혼이라는 책을 읽고 영감을 받고, 상처를 치유한 사람들이 만들었거든요.
저와 저희 팀이 이 호텔을 만들게 된 이유는 이러해요.
저희는 한국을 떠서 오랫동안 떠돌던 사람들이고, 주어진 길에 적응하지 못하고 멀리멀리 방황한 사람들이에요. 이국 땅은 때로 외롭고 힘들고, 사람들은 저희를 언제나 이상한 사람들 취급하죠. 그렇지만 저는, 그리고 저희 멤버들은 외국 어딘가에서 진정으로 나를 이해하고 나를 지지해 주는, 그리고 내가 정을 붙이고 살 땅을 찾은 사람들이에요.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인생에 대한 질문과 고찰, 상처들로부터 회복하고 새롭게 나를 정의하는 과정들이 있었어요. 외국에 나와 살게 된다는 건, 언제나 그런 과정을 동반하는 것 같아요. 또는 너무 상처받아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된 사람들이, 태어난 곳을 떠나는 것일지도 몰라요.
개인적으로 저는 15살 때부터 정말 심한 불면증을 앓아왔고, 25살에는 극심한 불안, 공황 증세, 우울증을 진단받았어요. 증상들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갔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정말 암흑 같은 날들이었고, 사회의 낙오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비참함도 느꼈었어요.
그전에도 병원에 다녔고, 상담도 받아봤지만. 약에 의존하는 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어요. 저에게 있어서 가장 많은 생각의 변화와 신체적 변화가 일어났던 건 발리에 이사 온 후 지금껏 산 요 1년이에요. 저는 정말로, 치유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불면증도, 공황도, 우울도 없습니다.
자연적으로 두뇌의 이상 호르몬 체계가 치유되는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요. 우울증은 한 번 진단받으면 몇 십 년을 약을 먹기도 합니다. 저는 12년 넘게 새벽 4시 전에 잠에 든 적도, 푹 깊게 개운하게 자본 적도 없었어요.
정말로 발리가 치유해 줬습니다.
여기에는 무언가 대단한 기운이 있어요. 딱 짚어 말하려면 너무 많아서 얘기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그래요. 여기 오면 사람들이 모두 잘 자게 되고, 해야 하는 의무들과 사회적 강박으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나면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해요. 그리고 고요함을 되찾은 후에는, 비로소 스스로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죠.
그때부터 시작이에요. 약을 먹는 건 치유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더라고요.
작년 1년 동안 누군가는 제가 놀았다고 생각할 거예요. 명확한 일을 하고 있지도 않고, 발리에서 쟤 뭐 하냐, 했을 수도 있어요. 겉으로 보기에 바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저는 속으로 누구보다 바빴습니다. 명상, 요가, breathwork, cacao ceremony, 그리고 지나치게 힘이 들고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면 인터넷이 잡히지 않는 바닷가 자연 속에 들어가 홀로 책을 읽고 글을 썼어요. 스스로 조용하게 모든 감정과 생각들이 가라앉을 때까지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 알아차리고, 흘려보내다 보면 결국 모든 게 고요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요동치던 감정이 평안해지고, 긴장되어 있던 몸이 훌리면서 스스륵 잠이 들죠.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지 않았거든요. 유독 발리 올 때마다 이렇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겪었던 이 힐링과 알아차림의 과정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엮어, 이 건축물에 녹여내고자 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찾고, 쉴 줄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너무 바쁘고, 힘드니까요. 애쓰지 않아도 살아지는 편안한 자연 속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러프하게 쓴 글이라 읽혔을지 모르겠네요. 무튼 저는 매우 신이 난 상태랍니다.
이 호텔에 대한 내용은 이번달부터 차근차근 정리해서 정식으로 낼 예정이에요. 건축 디자인이 끝나는 대로 몇 개는 같이 살 이웃들을, 몇 개는 손님을 받는 호텔룸으로 분양을 하고, 한 개는 일 년에 한 달씩 오고 싶어 하는 분들께 residency를 팔려고 합니다. 긴 여정이 되겠지만, 너무너무 설레네요.
조만간 자세한 내용으로 찾아뵐게요.
진지하게 함께하는데 관심 있는 분들이 혹시 계시다면 정식으로
이메일주세요 :) 저도 같은 생각, 같은 꿈을 꾸는 분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nomadinseou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