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여행자의 집 S2.

by 방자

사람들은 늘 떠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떠남을 여행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 여행(旅行)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일까?


열일곱, 나는 지긋지긋하던 주입식 교육의 학교를 떠났고 스스로 하루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여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그것은 여행, 나그네 같은 행보에 대한 욕구가 아닌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찾기 어려운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그 시점 내게 여행의 가장 큰 의미는 자유였다. 나의 하루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너는 어떤 사람이야 혹은 너는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그것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열아홉, 나는 여행이 내 삶이길 바라며 관광경영학과에 입학하였다. 관광경영학과 학생의 타이틀은 내게 엄청난 익스큐즈를 주었는데 그것은 떠남에 대한 타당성이었다. 그리하여 학생의 신분을 내세워 아르바이트생의 삶을 살았고, 열심히 번 돈으로 방학마다, 아니 휴학이라는 제도를 마음껏 활용하며 여행을 다녔다.


스물다섯 반, 졸업을 앞두고 깨달은 것은 여행자의 삶은 내가 배운 관광산업의 경영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깨어있는 여행자로 살고 싶다면 적게 벌고, 휴가도 적고, 타인의 여행이 나의 일이 되는 관광산업에 뛰어들지는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졸업 무렵, 나는 3년 이상을 해외에서 배낭 메고 떠돈 여행자였다.


스물일곱, 말레이시아 페낭에 있는 한 연구소에서 지속 가능한 관광과 시민사회의 발전에 대해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이었던 나는 다양한 국가의 교육과 환경을 경험한 친구들을 만났다. 이곳에서의 삶은 나로 하여금 문화적 우위에 대한 선호가 아닌 순수한 다름의 가치에 대해 눈뜨게 해 주었다. 나는 여행의 가치가 다양성을 경험함으로써 다름을 수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고가 넓어지고 태도가 더욱 성숙해감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서른, 한 달여간의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의 길을 걸으며 나는 삶 자체가 탄생으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여행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떠나고 싶음을 느끼는 것은 늘 어디론가 걸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우리의 삶이라는 사실을 잊고 어딘가에 안주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어딘가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일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서른둘, 주 삼일씩만 일하는 반백수의 삶을 영위하면서도 쉽게 자유로워지지 못함은 무엇 때문일까? 매달 짧은 여행을 하고, 일 년짜리 여행이 눈 앞에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참된 자유라 생각되는 얻지 못했다. 일상을 떠남 자체는 자유도, 여행도 아니다. 자신을 깨워 원하는 곳으로 성장하며 나아가게 함이 참된 자유로 향하는 삶의 여정인 듯하다. 이렇게 말한다고 내가 그것을 경험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단지 내가 그곳을 쳐다보고 있고 그곳을 향한 여행을 준비 중임을 느낀다.


그대 나의 여행이 기대되지 않는가?


- 소박한 철학자의 삶을 꿈꾸는 방랑 여행자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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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진행한 여행자의 집 두 번째 프로젝트 결과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