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원 Mar 03. 2023

당신의 조직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

직장은 많은 사람들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즐거워하는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흔하게 생각하듯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 이는 꽤 많이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직장'에서 일하는 것에 즐거움을 얻는 이는 많지 않다. 


물론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즐거움이 꼭 발생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일을 하는 노동자든 일을 시키는 사용자나 기업이든 일 자체의 즐거움보다는 일의 '성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자와 기업 모두 일의 '성과'에 만족하고 있을까?


많은 직장인은 자신이 맡은 일을 잘 해내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실수가 없게 일처리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성과를 얻게 되는 것을 싫어하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결과가 그러라는 법은 없다.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직장에서 일을 잘하고 싶다가도 대충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일을 마무리하는 나 자신의 모습과 옆자리 동료의 모습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것인지를 말이다. 


직장에서 일을 시키는 CEO나 관리자들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너무 다양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주인정신이 부족하다'는 반응부터 '요즘 애들은...'이라는 반응과 별다른 대응을 포기하는 반응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않은가? 직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든 일을 시키는 사용자든 일의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함에도 일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순적이다. 사실 성과에 대한 반응은 노동자보다는 사용자나 관리자가 강하고 즉각적이다. 그래서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관리자 주관 하에 긴급회의라는 이름의 채찍과 프로젝트에 대한 별도의 인센티브라는 당근이 직장에서는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하지만 성과가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노동자와 관리자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사실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직장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하다. 자본과 인재가 무한하다면 언젠가 성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세상에 그런 조직은 없다.   


경제학에서 생산함수는 통상적으로 f(K, L)로 표현된다. 자본(K)과 노동(L)이라는 생산요소가 투입되어 생산이 이루어지고 상황에 따른 이들의 조합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최적의 생산량이 산출된다. 어려운 수식으로 표현한 것 같지만 사실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영리든 비영리든 모든 직장과 조직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자본과 사람의 힘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조직은 자본의 힘으로 표현되는 좋은 설비와 같은 것을 갖추려고 하고 노동의 힘으로 표현되는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조직이 가지고 있는 한정된 자원으로 이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조직은 가지고 있는 자본과 노동을 잘 활용해서 이른바 최적화를 달성하고자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많은 조직에서 자본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궁리를 하지만(새로운 기계나 설비의 도입 및 개량 등) 노동을 잘 활용하기 위한 고민은 그렇게 심도 있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껏해야 임금을 줄여 노동 비용을 떨어뜨리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이루어질지 몰라도 노동으로 표시되는 사람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거의 모든 직장에는 인사와 육성과 관련된 HR업무 내지 부서가 존재하지만 그러한 존재가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HR부서가 '관리'라는 기능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리'한다는 것에는 그들의 능력에 대한 것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아마 많은 경우 그런 관점보다는 급여나 복리후생, 휴가와 같은 것을 관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업무가 이루어진다. 


결국 직장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의 최적화가 필요한데 그중 노동 즉 사람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에 대해 많은 직장이 특별하게 하는 것이 없는 셈이다. 그런데 사실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을 끌어낸다는 것이 말이다. 특히 즐겁지 않은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일을 하는 상황이라면 이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쉬지 않고 다음과 같은 말을 듣는다.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라'

'성과를 달성한 능력 있는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지니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정말 특이한 상황이다. 조직이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자본과 노동을 최적화하는 일을 해야 하지만 노동을 위한 방법이 잘하면 상을 주겠다밖에 없다니. 잘 작동하고 있는 고가의 기계가 갑자기 문제를 일으키면 기계를 면밀히 살펴보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과연 기계(자본)와 동일한 수준으로 살펴보고 있는가? 


흔히 사람은 변하기 어렵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HR에서도 통상적으로 채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채용을 잘한다고 해서 소위 말해 능력자를 데리고 왔다고 해서 조직이 성과를 달성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능력자가 채용되었다고 해서 해당 조직에서 그 능력자가 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달성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소위 말해 '컬처핏'이 맞지 않는 능력자의 채용은 성과는커녕 조직에 상처만 남기는 경우도 꽤나 많다. 그리고 평범해 보이는 혹은 부족해 보이는 조직 내의 누군가가 이직을 해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는 경우들도 있다. 그저 누군가가 그 조직에 맞지 않았기에 일어난 일일까?


사실 애초에 많은 조직이 사람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이 어떤 강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지 그리고 어떨 때 의욕적이 되고 어떨 때 실망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짧은 채용과정에서 누군가가 이 조직에 맞는다 맞지 않는다를 판단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물론 애초에 너무 안 맞는 사람은 당연히 채용 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다. 


그런데 어렵게 채용한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다 발휘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직은 과연 노력하고 있는가? 단순히 능력자는 많은 급여만으로 채용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급여를 많이 줄 수 없는 곳은 결국 성과를 낼 수 없는 것인가? 많은 급여를 주고 데려온 능력자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직 대부분의 조직은 이러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 하고 있다. 아니 그러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넷플릭스의 인사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규칙 없음(No Rules rules)'의 초반부에는 넷플릭스의 창업자인 헤이스팅스의 특이한 경험담이 소개된다. 재무적인 어려움 때문에 상당수의 직원을 해고한 직후 직장의 분위기가 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반대의 결과를 얻었다는 경험이 그것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헤이스팅스는 인재들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는 방식으로 책의 표현대로라면 '인재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의 HR을 운영하게 된다. 


넷플릭스니까 미국이니까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는가? 필자는 넷플릭스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무엇이 사람들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넷플릭스에는 그리고 헤이스팅스에게 있었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이 '규칙 없음'이라는 일반적인 기업 입장에서는 극단에 가까운 자율성을 부여하는 정책이 넷플릭스의 HR 정책으로 연결된 것이 중요하다.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고 그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이 제시된 셈이다.



그런데 지금 당신의 조직은 어떠한가?  많은 이들이 직장 생활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개별적인 누군가의 문제일까? 조직의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성과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과연 그러한 현상이 바람직한 것일까? 당신의 조직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학벌이 좋으면 일을 잘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