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평과 단상

라이킷 11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용원 Mar 10. 2024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사람'을 고민해야 한다면

'린 HR'을 읽고

규모가 크든 작든,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여러 명이 모여 조직을 이루고 일을 하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조직에서 '사람'을 둘러싸고 혹은 '사람들' 사이에서 수많은 문제와 일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덕분에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이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마 조직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조직의 목표(더 많은 이윤, 성장)와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 같지만 꼭 필요해 보이는 '사람'에 관한 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HR은 꼭 필요하지만 흔히 중요하게 인식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조직이든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는 점에서 HR은 조직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점은 이제 막 시작하고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비용만 발생시키고 조직의 성장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기에 HR은 스타트업에서 찬밥 신세가 되기 쉬운 존재다.

하지만 조금 경험이 있는 창업자나 리더라면 이제 알고 있는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 HR이 조직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다. 사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모여 있는 사람이 일을 잘해야 조직이 성장하는데 사람이 일을 잘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HR이니까.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돈을 많이 주면 되는 것 아닌가? 복지가 빵빵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근무조건을 좋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사람의 행동이 정해진 방정식하의 결과 값처럼 출력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한 명의 팀원이라도 데리고 있어 본 경험이 있는 팀장이나 리더라면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 다루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그런 점에서 '린 HR'은 HR과 관련된 현실적인 고민들에 대해 어느 정도 명쾌하게 답을 주고 있는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답이라는 표현보다는 관련한 고민을 좀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사람에 답이 없듯 HR에도 답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출처 : 한빛미디어

'린 HR'의 저자는 책 구석구석에 자신의 업무 경험에 근거한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사실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것 중 하나가 '내가 해봤으니까 다 알아' 이기는 하지만 '다 알아'가 빠진 경험담만큼 유사 업무 담당자에게 공감을 자아내고 힘이 되는 것은 없다. 이 사람도 나처럼 이런 것을 겪었구나라는 안도감과 믿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스타트업 대표나 창업자, HR 업무 담당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범위 또한 일하는 방식과 관련된 조직문화, 조직관리를 비롯해 전통적인 HR 업무인 채용, 평가와 보상을 비롯해 스타트업에서 HR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고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어, 스타트업 HR을 위한 교과서와 같은 가이드북으로 불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co-founder, HR 업무 담당자 내지 관련자가 책상 한 귀퉁이에 놓아두고 수시로 찾아볼 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읽어야 한다'가 성립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왜냐 하면 HR 용어나 고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쉽게 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핸드북 정도의 분량에 스타트업 HR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모두 다 다루면서도 밀도 있게 논의를 진행하다 보니 이에 대한 고민이 약하거나 배경지식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내용이 단번에 이해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대신 저자의 이야기처럼 스타트업의 창업자나 대표, HR 업무 담당자가 '사람'에 대한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교과서를 찾듯이 참고할 수 있다면 그들이 현실에서 직면하게 되는 고민들을 해결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는 저자처럼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조직에서 HR 업무와 컨설팅을 경험한 필자가 찍은 이 책의 에센스다. 참고로 이 책의 제목에 반응한 사람이라면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 OKR이 KPI보다 무조건 좋은 것일까?

필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스타트업은 최신의 혹은 좋아 보이는 방법론을 조직에 적용하고 싶어 했다(사실 그건 규모가 큰 대기업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OKR은 이제 최신의 것이라기보다는 거의 디폴트처럼 활용되는 툴로 보인다. 그런데 툴이 중요한가? 아니면 툴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가 중요한가? 멋있어 보이는 방법을 쓴다고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누구나 사용하는 것 같으니 혹은 그냥 좋은 것 같으니 우리 조직도 써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명쾌하게 답변하고 있다. 조직에 OKR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 높은 수준의 인재밀도를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에서부터 유행이 시작된 것 같은 인재밀도라는 용어. 그런데 그 말뜻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사실 이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은 물어보고 싶다. 인재밀도가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말이다. 사실 멋진 용어를 사용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고자 하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조직 내 구성원들의 수준을 높게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에 대한 고찰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인재밀도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저자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제시하고 있다.

★ 역량 중심의 평가에 대하여

사실 HR에서 평가는 어렵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지시 같지만 꽤나 많은 평가 담당자들은 무조건 차이를 만들어내라는 리더의 지시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성과만 보면 될 것 같지만 과연 성과가 누군가의 온전한 업무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평가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역량'에 대한 고려는 평가에 있어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누가 고역량자인가의 문제는 또 한 번 평가 담당자의 머리를 터뜨리고 만다. 이에 대한 저자의 인상적인 한 마디. '진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대충 하는 것처럼 보여도 어려운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사람이다.' 맞다. 이 문장을 현실 평가에서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방향성을 잡기에는 충분한 지적이 아닐까?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은 모든 직장인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HR에 대한 고민과 이해가 없다면 쉽게 읽어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대표나 co-founder 그리고 HR 업무 담당자나 관련자라면 교과서처럼 모셔 두고 필요한 부분을 참고하면 좋겠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HR 업무를 어느 정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많이들 느끼는 것이 있다.

'HR 업무는 결국 내가 아니라 리더(대표, 관리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맞다. 사람 사이의 일은 결국 조직에서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나서지 않으면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기 일쑤다. 흔히 사내정치를 근절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만 사내정치라는 건 없어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정치질'을 줄이는 방법은 강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조직 내의 자원을 둘러싼 활동(즉 정치)은 조직이 있는 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HR의 최종 책임은 리더(대표)가 가지는 게 맞다. 관련해 저자도 명확하게 이를 지적하고 있다.

간혹 HR 직무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고 관심을 닫는 창업자가 있다. 이건 권한의 위임이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다. 창업자가 설계사라면 HR 직무 전문가는 시공사다. 설계도가 존재한다면 시공 과정에서 약간의 설계 변경은 있을 수 있어도 설계도와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진 않는다. 혹여 중간에 시공사가 바뀌는 경우에도 최초 설계의 맥락은 유지된다. 반면 설계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시공사가 바뀔 때마다 새로 설계해야 하고 잦은 설계 변경은 건물 안전성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HR은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보이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스타트업 아니 조직의 리더는 이제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성공한 조직은 그 나름의 HR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지금 이 시간도 자기가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리더에게(혹은 관계자에게) 자기 조직만의 HR을 찾기 위한 고민이 있다면 이 책과 함께 나누시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이라는 문제의 답은 결국 '사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고, 이 책은 그러한 고민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소정의 협찬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