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빵상 Apr 07. 2019

서른살의 봄

도심 한켠 에어비엔비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점심을 조금 지난 시간에서야 밖으로 걸음을 나섰다.

전날의 우중충한 날씨와는 달리,

바깥의 날씨는 너무나 완연한 봄이었다.

사실 날짜 상으론 봄이 온 지 훌쩍 지난 4월이지만

큰 일교차 때문인지,

필 준비 중인 꽃몽우리로 가득한 꽃나무들 때문인지

아직도 봄이 왔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얇은 옷차림에도 불구하

겉옷을 손에 쥐게 만드는 따뜻한 공기,

파랗기보다 봄기운을 잔뜩 품어 옅은 하늘색을 띠는 하늘(하늘색의 어원을 새삼 깨닫는 순간),

무엇보다도 공기의 내음이,

봄이 왔음을 있는 힘껏 느끼게 해 주었다.

사람들이 그냥 봄기운이 좋아 밖을 나간다 는 한 노래 가사처럼,

벚꽃이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을 움직이고 싶은

그런 기운이었다.


그 기운 때문인지

그냥 내려가기 아쉬운 마음은 나뿐만이 아니었고,

벚꽃을 향해 친구의 운전대를 돌리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동네에 숨은 명소인 8단지 쪽 아파트 길을 찾았고(허나 더 이상 숨어있는 명소는 아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십 년 전 등하굣길 향수가 묻어있는 골목골목에 피어있는 벚꽃 덕분에,

'이제 정말 봄이구나', '서른의 봄이 왔구나' 란 느낌을

길을 다시 나설 수 있었다.


이건 정말,

그냥 봄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잠시 정체 중인 친구들과의 드론 프로젝트 이야기하며 나누게 된 친구의 이야기는 강렬했다.

(사실 그래서 이렇게 끄적이게 되었다)


새로운 앞자리의 나이를 맞이하며

나의 삶을 이끌어가는 기조로 삼고 있는 '5초의 법칙'처럼,

'배려'와 '눈치'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내가 내린 선택에 후회를 '안'하려는 것이 아닌,

후회가 '없'어야 한다는 김풍 작가의 말이 그랬다.

참 강렬했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나에게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온전한 나의 의지로 선택한 결정은 후회가 남을 수 없다,

만약 조금이라도 후회나 누군가에 대한 원망,

핑계의 감정이 떠오른다면,

그건 선택 자체에서 이미 '배려'라고 생각했던

남에 대한 '눈치'가 포함되었다는 것.


직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며 그동안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내 마음을 흔들어 놨던 주제였단 말인가.

멘탈이 흔들리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느꼈고,

비슷한 모습의 선배들을 보며 또 한 번 되뇌었었다.

솔직하게, 진심이 우러나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된

상대에 대한 선의는,

그 상대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대방은 모르고 지나칠 수 있으나,

결국 나 스스로에겐 독이 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기 시작한 지난 몇 년,

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많이 고민해왔다.

아직도 쉽사리 구분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시간들, 그리고 앞으로 쌓아갈 경험치들이,

좀 더 온전하게 '나'를 위한 삶,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삶'에 다가가게 할 거라 믿는다.


캄캄한 고속도로 위에서 바라본

앞선 자동차들의 붉은 후미등 불빛처럼 강렬하고,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느꼈던

서른의 봄처럼 완연하게 와 닿은 오늘의 대화였다.

작가의 이전글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