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Real ID를 신청했다. 미국에서는 주민등록증 같은 것이 없으므로 운전면허증이 곧 신분증이다. 운전면허증은 각 주에서 발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냥 ID (Identification)라고 불렀다. 그런데 연방정부에서 앞으로는 오른쪽에 별이 들어간 새로운 ID만 허용하기로 하면서 리얼 ID라고 불린다. 신분증 위조와 변조를 막기 위해 새로 시행되는 리얼 ID는 앞으로 연방 정부기관 출입이나 미국 내 항공기 탑승 시에 있어야 한다. 리얼 ID가 없다면 앞으로 국내선 탑승 시에도 여권을 꼭 지참해야 한다 (일부 주는 제외). 리얼 ID는 원래 2001년 9.11 테러 발생 이후 신분 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1월부터 전면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비드 19로 인해 2020년 10월로 한 차례 연기되었고, 최근 2023년 5월로 또다시 연기됐다.
연기된 것과 상관없이 기존의 내 하와이 ID가 올해 10월에 만료되므로 어차피 나는 면허증을 갱신해야 했다. 그래서 오늘 갱신 신청을 한 것이다. 하와이에서는 면허증이 만료되는 년도의 생일을 기준으로 만료되며 만료되기 6개월 이전에 DMV로부터 갱신하라는 안내가 온다. 나는 4월부터 갱신을 할 수가 있었다. 소피는 생일이 4월이므로 지난해 10월부터 갱신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소피의 갱신 안내 카드를 받고 DMV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코로나로 인해 꼭 먼저 예약을 해야 했고, 예약하려니 날짜가 나오지 않았다. 그 후 여러 차례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다가 4월 29일 자에 겨우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웹사이트에는 유효기간이 이미 만료되었거나 만료를 2개월 이내로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비스한다고 되어있다. 4월 29일이면 소피의 생일이 지났으므로 소피는 신청이 가능하나 나는 5개월여 남았으니 갱신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은 예약은 해두었다. 그러다가 신청하러 가기 며칠 전 다시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이미 만료되었거나 만료를 3개월 이내로 앞둔 사람들이 서비스받을 수 있다고 나왔다. 서비스받을 수 있는지 자격을 조회해볼 수 있는 것도 생겼다. 하지만 나는 이미 예약을 해놓았으니 예약 날짜에 일단 가봐서 안된다고 하면 3개월을 앞두고 다시 예약할 생각이었다.
기존의 ID를 그냥 갱신하는 것이면 간편한데, 리얼 ID를 만들려면 몇 가지 서류를 가져가야 한다. 신청서와 여권, 기존 ID, 소셜 시큐리티 카드 이외에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두 종류의 서류가 필요하다. 나는 자동차 보험증서와 홈오너스 인슈어런스 청구서를 가져갔다. 예약시간을 10분 남기고 기존에 알고 있던 카팔라마의 DMV에 도착했는데 간판이 이상하다. 그러고 보니 이미 몇 년 전에 이사한 것을 잊고 그냥 옛날 장소로 찾아간 것이다. 다행히 이사 간 곳이 5분도 안 되는 거리라 제시간에 무사히 도착했다. 카팔라마 DMV는 호놀룰루 타운에 있는 곳이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려는 사람들로 항상 복잡한 곳이다. 다운타운의 새틀라이트 시티를 비롯해 몇몇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면허증 필기시험과 로드테스트를 포함해 풀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호놀룰루에서는 이곳밖에 없어서 그렇다. 코로나 이전에는 예약 없이 로드테스트를 받으려는 학생이나 신규 이민자 등 새내기 면허증 신청자들이 많아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는 곳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예약제로 바뀐 이후 처음 가본 카팔라마 DMV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 많던 사람들이 없는 것이다. 예약을 하기가 어렵지 일단 예약하고 오니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신청서를 보여주며 체크인하고 부르는 창구로 갔다. 준비해 간 서류를 건네고, 눈 검사를 하고, $40을 크레딧카드로 냈다. 창구를 이동해 사진을 찍으니 종이로 된 임시 면허증이 바로 나왔다. 플라스틱으로 된 카드는 6주~ 8주 사이에 집으로 온다고 한다. 나오면서 시간을 보니 소피와 나 둘이 차례로 하는데 채 20분도 안 걸렸다. 유효기간이 2029년까지이니 다음 번 ID를 갱신할 때는 거의 은퇴할 때 쯤 (은퇴 2~3년전?) 이 되지 않을까 싶다. 8년 후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세월이 너무 빠르다.
소피를 회사에 내려주고 집으로 바로 오려다가 몇 가지 사야 할 것이 생각나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 들렀다. 약간 시큼한 요거트가 생각나 하나 먹을까 했는데 마땅한 가게가 없다. 혹시 푸드코트에 비슷한 게 있나 들러봤다. 사람들이 많다. 사람이 많지 않은 하겐다스 가게에 보니 바닐라 요거트가 있다. 앞사람이 여기 사느냐며 말을 시킨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업스테이트 뉴욕에서 왔다고 한다. 그러더니 내 아이스크림을 자기가 사겠다며 아이스크림 가게 직원에게 자기 카드로 함께 계산해달라고 한다. 아니다, 괜찮다, 그럴 필요 없다고 만류하니, 자기는 하루에 한 가지 좋을 일을 하고 싶다며 베풀어보니 다 나에게 돌아오더라고 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그래서 더 이상 사양하지는 않았다. 고맙다고 했다. 그는 계산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는 와이프와 유모차에 탄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5~6불에 불과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롱스에 들러서 하이킹할 때 모기퇴치에 좋은 OFF를 하나 사고, 지나가다 딱 보인 50% less sodium 포테이토칩 하나, 눈약 clear eyes 하나를 사서 나왔다. 롱스 통로 곳곳에 사람들이 띄엄띄엄 의자에 앉아 있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코로나 백신을 맞는 것이었다. 배가 조금 고파왔다. 집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5분 정도 걸어가 가끔 사 먹는 샌드위치 가게에 가서 이탈리안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나왔다. 집에 도착해 샌드위치 반쪽과 포테이토칩, 물 한잔으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