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여행 11

2020년에 돌아본 2011년 캠퍼스 투어

by Blue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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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이란 도시. 내가 이곳을 특히 좋아한다거나 마음에 끌리는 어떤 점이 있는 건 아니다. 기대가 컸던지, 오히려 조금 실망한 편이다. 조금 더 머물다 보면 내가 모르는 보스턴의 매력이 하나하나씩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떠나야 한다. 올 때가 있으면 갈 때가 있는 법. 조금 아쉽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짐을 챙기고, 호텔 체크아웃하고, 택시를 불러 타고, 다시 보스턴 백베이로 나갔다. 백베이에서 앰트랙을 타고 뉴욕으로 가야 한다. 뉴욕에서는 차를 랜트해서 다시 필라델피아로 가야 한다. 오늘 호텔은 필라델피아 공항 근방으로 어제 예약해놨다. 셀폰으로.


백베이가 이제는 별로 낯설지 않다. 타는 곳을 확인하고 다시 역 밖으로 올라갔다. 아직 시간이 30분 이상 남았는데 역 안에는 공기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에 있는 던킨도너츠에서 도넛과 커피를 사들고 천천히 먹으면서 시간을 때웠다. 던킨도너츠가 유난히 많아서 택시 운전기사에게 물어봤더니 던킨도너츠가 처음 시작된 곳이 바로 보스턴이란다. 출근시간 사람들이 도넛을 사려고 줄을 선다. 스타벅스처럼.


제시간에 맞춰온 앰트랙을 타고 뉴욕으로 향했다. 갈 때는 올 때처럼 엔진이 고장 나거나 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올 때만큼 지루하지는 않았다. 기차가 서는 정거장에서 여행객들이 타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여행객 중에는 학생들도 많다. 동네가 동네인 만큼 명문대 재학생이 많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보이는 것은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선입관은 참 무서운 것이다.


뉴욕에서 내리고, 랜트카를 빌리기로 한 뉴왁공항까지 연결된 기차를 타고 갔다. 뉴왁공항에서는 차를 하루만 빌렸다. 필라델피아에 갔다가 하루 자고 다시 뉴욕으로 오는 일정이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에는 소피의 옛 동료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사실 그들이 필라델피아에 완전히 거주한다고는 볼 수 없다. 원래 하와이에 살았고 군인인 남편의 현 주거지는 캘리포니아이지만, 아들이 유펜에 다니고 있어서 그를 돌보느라 엄마만 잠시 와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1~2년 살다가 또는 아들이 졸업을 하게 되면 엄마는 다시 남편이 있는 캘리포니아로 갈 확률이 높다. 또는 남편이 다른 곳으로 배치받으면 그곳으로 가게 된다. 미국사는 게 이렇게 복잡하다. 특히 아이들이 대학을 가거나, 직업이 군인인 경우 더 복잡해진다. 간단하게 아이를 대학으로 혼자 떠나보내고 부부끼리만 살던 곳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할까. 만약 세라가 서부나 동부의 대학에 가면 우리는 그냥 하와이에 살아야 할까, 아이 대학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주할까, 유럽이나 남미로 갈까, 아니면 한국으로 갈까. 나중 일이다. 나중에 생각하자.


필라델피아의 소피 옛 동료 집에 도착해서 식사를 한 후 아줌마 둘이 실컷 얘기하라고 집에 남겨두고 세라와 나는 유펜 다니는 그 아들의 안내를 받아 유펜을 구경했다. 대학도시는 저녁 무렵을 맞고 있었다. 축구하는 학생들, 아이스크림 먹는 학생들, 식료품 쇼핑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집에 돌아와 잠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어두워졌다. 이별을 하고 호텔로 향했다. 공항 근처의 호텔에 체크인, 저녁으로 호텔 앞 데니스에서 픽업한 필리 치즈 맛이 좋았다. 내일은 두 시간 정도 떨어진 프린스턴 대학에 들러 캠퍼스 투어를 한 후 뉴욕으로 들어가야 한다.




미국은 땅이 넓은 나라여서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사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보호 아래 살게 되므로 부모님이 정착한 곳에서 살게 된다. 그러다가 대학에 갈 때 부모님 곁을 떠나 입학한 학교가 있는 곳에서 살 기회가 생긴다. 물론 부모님이 사는 곳에서 그대로 살면서 같은 지역의 대학교에 진학할 수도 있다. 대학을 마치고는 대학원에 진학하든 취업을 하든 학교나 직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대학원이나 직장이 대학을 졸업한 곳과 멀지 않다면 이동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대학 진학 때 한 번, 취업 때 한 번해서 두 번 정도 옮기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직장을 타 지역으로 옮기는 경우가 생기면 또 이동을 하게 된다. 같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또는 하와이에서 워싱턴으로 등 이런 식으로 필요에 따라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거주지를 이동할 기회가 적은 것 같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다른 도시로 이동해서 하고 있던 같은 업종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골 확보가 필요한 업종의 자영업 같은 경우에는 새로 이동해서 자리잡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한국에서 직장까지 다니다가 미국에 온 나는 첫 정착지 하와이에서 지금까지 줄곧 살고 있다. 미국 사람들의 이주 경로에 맞춰보면 대학원 진학 시에 아주 멀리 온 셈이다. 하지만 졸업하고 같은 지역에서 일하게 되면서 이동을 멈춘 것이다. 하와이는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긴 하지만 지도에서 넓은 미국 땅을 보고 있자면 저 넓은 땅을 두고 왜 여기 한 곳에서 이렇게 오래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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