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돌아본 2011년 캠퍼스 투어
이번 여행에서 프린스턴 대학은 일정에 없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에 들렀다가 뉴욕으로 올라오는 길에 - 필라델피아와 뉴욕의 딱 중간쯤 - 프린스턴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들러보기로 했다. 프린스턴 대학에 가기 전까지 이 대학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아이비리그 중의 하나' 뿐이었다. 다녀와서는, 미국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대학이 됐다.
프린스턴은 하바드와 함께 '좋은 학교' 1~ 2위를 다투는 학교다. 하바드처럼 대도시에 위치하고 있지는 않지만, 학교가 온통 녹음으로 둘러싸여 있는 중소도시에 있다는 그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GPS가 알려주는 대로 프린스턴 마을로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우거진 수목이 마치 산속 어느 마을로 들어가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학교에는 언제 도착했는지도 모르게 도착했다. 숲이 우거진 마을을 쭉 지나가다 보니 그곳이 바로 프린스턴 대학의 한 서점이었다.
GPS는 캠퍼스 투어가 시작되는 건물이 그 서점과 매우 가깝다고 표시하고 있다. 그래서 차를 그 서점 옆에다 세워두고 GPS가 시키는 대로 걸어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캠퍼스 투어가 시작되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고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그곳에 도착하니 많은 예비학생들과 학부모가 캠퍼스 투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캠퍼스 투어 이전에 설명회가 1시간 정도 있는데 우리는 그 설명회는 항상 놓친다. 좀 더 서둘러야 설명회도 참석할 수 있는데.
프린스턴은 오래된 성 같다. 고풍스럽게 세워진 각 건물과 녹음이 우거진 나무, 이 곳에서 공부하는 똑똑한 학생들, 부럽다. 세라를 이런 곳에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내가 대학생 나이라면 세상 모두 잊고 아무 생각 없이 여기서 공부하고 싶다. 그런 때는 이미 지났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꼭 이곳에서 공부하고 싶다. 설명해주는 학생도 재미있다. 주기적으로 손과 발을 흔들면서 말하는 것이 어떤 리듬을 타고 있다. 하바드에서 설명해주던 학생이 두 다리로 꼿꼿이 서서 시선을 약간 높은 쪽으로 주며 설명했는데, 그 학생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두 학생의 차이가 하바드와 프린스턴의 차이는 아니겠지만, 왠지 그들을 통해 학교 분위기가 전달되어 온다.
학교를 다 돌고 난 뒤에도 떠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오늘 뉴왁공항으로 가서 차를 반납해야 한다. 뉴왁공항으로 가려면 거리상으로 두 시간이고, 뉴욕으로 갈수록 점점 더 복잡해질 테니 시간을 충분히 잡고 가야 한다. 뉴욕으로 올라가는 동안에는 세라가 배가 고프다고 해 드라이브 스루로 햄버거를 샀고, 렌트카 반납을 위해 개스를 풀로 채웠다. 무사히 차를 반납하고 뉴왁공항에 인접한 할러데이인에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이 3시인데 정확히 3시에 도착했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좀 쉬다가 맨해튼으로 나가기로 했다. 몸은 좀 피곤해도 호텔에 있으면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시간만 아깝다.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고, 조금 더 많이 봐야 한다.
뉴왁에서 뉴저지 트랜싯을 이용해 맨해튼 미드타운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맨해튼은 처음이 아니니 이제 익숙하고 마음도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역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에 밀려다니는 것이 낯설고, 밖에 나와서도 팽팽 돌아가는 네온사인에 적응하기 힘들다. 조금 있으면 적응되겠지, 생각하며 타임스퀘어 방향으로 조금 걸었다. 그런데 여기서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것은 4년을 오롯이 대학생활에 집중하는 듯하다. 무슨 말이냐면, 한국에서는 대학을 다니면서도 기숙사에 사는 경우가 흔치 않다. 지방에서 온 학생들 가운데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꽤 있지만, 그들 가운데에도 학교 근처에 하숙이나 자취 형태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도 학교 근처에 방을 랜트해 거주하는 경우도 많지만 기숙사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더욱 많은 것 같다. 기숙사에 들어가면 학교에 통학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을 학교에 살면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강의만 듣고 학교를 벗어나는 대학생활에 비해 24시간 학교에 살면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몇 배 이상의 학교생활을 하는 것과 같다.
나 같으면 당연히 기숙사를 택할 것이다. 넓은 캠퍼스를 내 집처럼 활용할 수 있으니 넓은 정원이 딸린 아주 큰 집에 사는 셈이다. 게다가 운동시설, 도서관등 기타 부대시설이 매우 잘 되어 있다. 강의실에 갈 때도 차를 타고 가지 않아도 된다. 친분이 있는 학생들을 학교에서 우연히 만나거나 모르던 학생들을 만나서 친분을 쌓아갈 기회도 많다. 단점으로는 밥을 내 마음대로 해먹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카페테리아에서 식사 플랜을 사서 매끼 매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많은 대학교 특히 북동부의 학교들의 카페테리아에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을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이 점만 잘 극복할 수 있다면 학교 내 기숙사에 사는 것이 백배쯤 나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