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믜 Dec 29. 2020

나의 일상과 업무를 시스템으로 정리하다

혼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래너 V.2

2017년에 '혼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래너를 만들어 사용하고 3년이 지났다. 그 후 2018년에는 동일한 버전을 썼고, 2019년에는 플래너 구성에 혹해 일탈을 했다가(물론 이 아이템도 아주아주 만족했다), 2020년에는 나에게 꼭 맞는 구성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업그레이드를 하는 데 있어 내 목표와 습성과 업무의 특징을 낱낱이 늘어놓고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것을 어떻게 정리해서 실물로 만들었는지 과정을 남겨보고자 한다.





0. 일상을 계획하고 기록하는 플래너의 의미


나는 무언가를 하는 데 있어서 미리 계획하고 알아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고, 내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예: 남이 계획한 여행에 따라갔을 때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을 때 살아있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업무용이 아닌 일상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돌아보는 플래너는 내겐 다이어리 이상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아이템이 되었다. 게다가 일도 해야 하고 생활도 해야 하고 가족도 챙겨야 하는 어른이 되니 할 것은 너무나 많고 시간은 제한적이며 내 머리로는 다 감당할 수 없어 어딘가에 기록을 해 두는 것도 플래너를 만드는 이유다.


세상에 예쁘고 똑똑한 플래너가 많지만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이유는 내 방식에 맞는 걸 찾지 못했고, 불편한 것을 극도로 참지 못하는 성격도 한몫한다. 그래서 성질에 맞게 디자인을 전공한 게 아니겠는가, 문제를 해결하라고. 꼼지락거리는 손재주까지 지녔으니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1. 내용을 모두 나열하기 


먼저 내가 하는 일과 하고자 하는 것들을 모두 나열해보았다. 


개인적이지만 적어보는 2020년 나의 AGENDA

디자이너로서 작은 프로젝트들을 프리랜 싱으로 하고 있다. 각 프로젝트는 속도와 진행방식이 다르다. 타임라인이 유연하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들이다. 프로젝트가 수시로 생기거나 없어지기도 하고, 때때로 우선순위가 쉽게 뒤바뀐다.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취업준비! 전문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이를 위한 실천 중 하나다.    

내 시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돌봄 노동. 현재 유아 1명을 보육하고 있다. 이 업무는 끝도 없고 티도 나지 않는 집안일과 맞물려 있다. 시간과 감정이 많이 들어가는 대신 뇌는 조금 덜 쓴다. 아이에 맞춰 패턴이 돌아가게 되고 대체로 즉흥적이다.

블로깅이나 소셜미디어에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림으로도 표현해보고 싶은 콘텐츠도 있다. 쓰고 싶은 글에 대한 아이디어는 넘쳐나지만 우선순위와 시간과 체력에 밀린다. 밀리지 않고 재밌게 해 나가는 게 목표다.     

꾸준히 하려는 것들은 독서와 운동이 있다.




2.  그룹핑하기



위에서 적어본 내용을 내 입맛에 맞게 아래와 같이 그룹을 나눠보았다.


Professional Me - 전문가로서의 나. 프리랜 싱으로 하는 프로젝트, 멘토링, 정규직 취업 준비 등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Creative Me - 창의적인 나. 블로깅이나 소셜미디어에 글, 그림, 영상 등을 만들어내는 걸 즐긴다. 오지라퍼라서 내 경험을 공유하고 그걸로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


Home&Family -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나. 육아, 장보기, 집안일 등 딸이자 아내이자 엄마로서 하는 일들. 육아를 하면서 일이 무척이나 많아졌고 상당한 시간을 차지하기에 기록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일상은 집안일과 육아를 하는 사이사이에 전문적인 일과 창의적인 일,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한 걸 끼워 넣어야 했다.


For Myself - 나 자신을 위한 것: 독서, 운동, 취미, 친목 등. 나에게 들어오는 인풋(내가 본 책, 영화, 팟캐스트 등)을 기록하길 원한다. 




3. 사용할 도구 고르기 



플래너에 들어갈 내용을 위에서 정리했고, 그 내용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도구가 필요했다. 이미 나와있는 여러 가지 도구가 있는데 예를 들면 간트 차트, 체크리스트, 스케줄러, 원형 하루 일과표, Trello 스타일 보드 등이 있다. 각 그룹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줄 툴을 맞게 골라보았다.


Professional Me: 일정에 민감하고 진도율을 봐야 하는 프로젝트가 많으므로 간트차트 같이 가로로 길어지는 바 타입의 그래프를 그린다. 


Creative Me: 실행 단위가 짧고 일정에 민감하지 않다. 그 아이디어를 '발행'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므로 체크리스트를 사용한다. 많은 아이디어를 수용해야 하므로 콘텐츠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란을 별도로 마련한다. 


Family/Home: 실행 단위가 짧다. 간단히 하고 끝날 일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하는 일도 있기에 주간 체크리스트와 바 그래프 둘 다 활용한다.


For myself: 매일 꾸준하고 싶은 영역이라 간단한 체크리스트로 기록한다. 뒤쪽에 인풋 목록을 기록해서 한 해를 보낸 후 얼마나 누적됐는지를 본다.


트렐로 스타일의 보드도 일을 자주 보류하고 밀리는 나에겐 유용하지만, 디지털 툴이 아니고 손으로 쓰는 플래너에서는 편하지 않았기에 패스.




4. 실물 형식(Form) 선택하기


디지털 툴은 내 것이 아님을 진작 깨달았기에 종이에 손으로 쓰는 플래너를 사용할 것이고, 플래너 중에서 어느 크기의 노트를 어떻게 분할해서 사용할지 결정해야 했다. 크기와 두께와 무게와 줄 간격 등이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먼저 내 생활패턴부터 파악했다.


a. 플래너를 펼쳐놓고 수시로 들여다본다. (자잘한 할 일들이 기억이 안 나서;) & 플래너를 들고 외출하는 일이 아주 적다. -> 무겁고 큰 노트여도 괜찮다. 크게 한눈에 보는 걸 좋아한다.

b. 하루 중에 내가 얼마나 무엇에 시간을 썼는지를 기록하고 싶다. 1시간 단위면 적당하다. -> 하루 수면시간 제외 16시간을 16칸으로 전환한다. Daily는 최소 16칸을 확보한다.

c. 펜을 쓰고 자주 수정한다 -> 지워지는 펜을 선택했다. 수정테이프를 남발하는 걸 원치 않아서다.

d. 시각적으로 각 그룹에 얼마나 시간을 썼는지 보고 싶다. -> 색이 여러 가지인 펜을 쓰고 각 그룹마다 색을 정했다. 그룹에 맞게 펜을 골라 쓴다.



그렇게 해서 지난번 플래너와 동일하게 B5 정도 크기(176mm x 250mm)의 줄이 끝까지 그려진 노트를 선택했다. 그리고 역시 지난번과 같이 상단과 하단이 나눠진 구조를 만들어, 상단에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기록하고 하단에는 일주일을 기록했다. 노트를 앞뒤로 넘겨보는 건 번거롭고 한눈에 보는 걸 선호하기에 2단 구조가 적합했다. 이렇게 하려면 최소 104쪽(하단의 1주가 2쪽 X 52주)이 되는 두께의 노트가 있어야 했다.


노트의 대략적 크기가 정해지고 나면 적합한 노트를 구매한다! 실물감이 매우 중요하므로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한다. 실물이 생기고 나면 구체적인 설계가 시작된다.


2020년 내가 선택한 노트는 이것! At-A-Glance라는 대만 브랜드 노트다. (타겟에서 약 15000원 정도에 구입) 겉껍데기의 베이지색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외에 모든 것이 내 플래너를 위한 것 같이 꼭 맞았다. 


B5 크기에 총 줄있는 칸 140페이지, 체크리스트 8쪽 정도가 있는 노트다. 커버의 쫀쫀한 질감도 마음에 들었다. 책갈피 끈도 두 개, 펜꽂이도 두 개다.
맨 앞에는 작은 포켓도 있었다.
줄이 있는 곳은 140 페이지고, 줄은 총 33줄. 줄이 종이 끝까지 그어져 있어서 종이를 최대한 쓰기에 좋았다.
뒤쪽에는 체크리스트도 있어서 금상첨화!



5. 플래너 제작하기


노트는 구매한 것이므로 제작한다고 말하긴 뭣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자르고 그려서 만들어본다. 내가 고른 노트는 총 33줄이 있었기에 상단 16줄, 하단 17줄(하루 16시간=16줄 + 날짜 쓰는 1줄)로 나누고 그리고 칼질을 했다. 상단과 하단을 나누는 일은 한 번에 하면 힘드니까 새 주를 맞이할 때 했다. (플래너 줄 따라 자르는 건 지난 플래너 포스트 참고)



6. 플래너 사용하기


이제! 노트도 준비되었고 내용과 도구도 정해졌으니 내가 정한 시스템에 맞게 사용할 차례다. 아래의 구성과 같이 작성을 하며 사용한다. (구체적인 사용방법과 시스템은 지난 포스트 참고)


상단의 1쪽은 1주이며 해당 기간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하단의 1쪽은 1/2주이다. 즉 1주가 2쪽이고 2쪽을 8칸으로 나눈 다음 맨 왼 칸은 주간 목표, 나머지 7칸은 7일이다. 한 줄은 약 1시간이라고 계산하고 기록했다.


첫 번째 플래너는 이렇게 구성하고 끝이었지만, 노트의 분량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하단은 2쪽이 1주지만 상단은 1쪽이 1주라서 상단이 뒤에 남는다는 것! 그래서 상단을 주간 프로젝트 진행란으로 만들고 남은 부분은 free note로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할 일을 풀어놓아야 할 때, 생각을 자유롭게 적을 때 유용했다.


내가 구입한 노트의 총 페이지 수는 140쪽이었고, 하단을 주간/일간 일정표로 채우고 나니 뒤에 약 32쪽이 남았다. 그곳에 Creative Me에 해당하는 블로그 포스트 아이디어나 SNS에서 다루고 싶은 토픽 목록을 쭉 나열했다. 내 경우 블로그가 여러 가지라서 나눠서 적어보기가 좋았다. (얼마나 밀린 글이 많은지도 확인했다;;) 이 목록들은 일단 적혀 있어야 했고, 자주 펼쳐보는 것들이 아니라서 뒤에 위치해도 무방했다.


실제 사용한 플래너의 상단과 하단. 개인적인 내용이 많아 흐림 처리했습니다. 
뒤쪽에 자르지 않은 부분은 편하게 체크리스트를 쓰는 곳으로 사용했다. 써보고자 하는 블로그 포스트 토픽들.


또 자리가 남은 이 곳은 자유메모장. 펜으로 지울 여력이 없어 격하게 시커멓게 칠한 흔적들이 보인다;


코로나 집콕육아를 하며 새로 개설한 란. 집콕놀이 목록들 적어두고 힘들 때 마다 참고했다.


소소한 인풋 리스트. 책, 영화, 전시 등을 기록해 보았다.


2020년 한 해에 이 플래너를 아주 잘 활용했고, 2020년을 이틀 남긴 지금 현재 이 노트는 아주 꽉차게 무엇인가가 적혀있다. 내가 한 해 동안 무엇을 했고 어떤걸 계획했고 얼마나 실천했는지를 쉽게 돌아볼 수 있었다. 노트가 좀 크긴 했지만, 마침 코로나가 유행했고 외출할 일이 현저히 줄어서 아주 최적이었다! (ㅠㅠㅠ)


2021년 역시 이 시스템을 유지할 생각이고, 다만 휴대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아쉬워서(외출했을 때 프로젝트의 디테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ㅠㅠ) 새해에는 하단과 상단을 두 노트로 나누고, 하단은 아주 작은 A6(105mm x 148mm) 정도, 휴대폰과 비슷한 크기의 노트를 사용할 생각이다. 크기가 작아진 만큼 내용을 다 담을 수가 없기에 상반기 하반기 두 권으로 나누고, 프로젝트 진행란을 매주 첫 쪽에 재기입하는 방식으로 해볼까한다. 너무 작아져서 답답할지 어떨지는 두고 봐야겠다.



끄읕.

작가의 이전글 영어 원서 읽기에 도전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