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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믜 Jul 02. 2018

영어 원서 읽기에 도전하다

공부로 하는 거 말고 휴식으로 하는 영어 소설 읽기

나는 평소에 책을 가까이하는 타입은 아니다. 읽는 것이라고는 SNS에 올라오는 짧디 짧은 문장이나 자기계발을 위해 읽었던 정보 위주의 글뿐. 게다가 미국에 살고 있고 미국의 대학원을 졸업(!)했음에도 언제나 미국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면 소심하게 책 표지만 구경하다 나오기가 일쑤였다. 어쩐지 책을 읽는 건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평소 다독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책을 가까이하기로 결심했다. 그 친구는 바쁘게 사는 중에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놓지 않고, 종종 공감하는 구절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곤 했다. 나도 영어를 전혀 못하는 게 아닌데 얇은 거라도 시작하면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공부목적으로 전공서적만 겨우 읽었는데, 기왕이면 머리를 식히는 소설이나 수필 를 읽고 싶었다. 영어로 읽는데 과연 휴식이 될까? 일단 해보면 금방 알게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영어 원서 읽기를 2017년의 도전과제 중 하나로 정했고, 2018년의 반이 지난 오늘, 나의 지난 여정이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영어 원서 읽기의 소소한 팁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책 고르기



처음이라면 현대 소설을 고르자.

호기롭게 산 헤밍웨이 단편집. 짧은데 별로 공감이 안된다...

현대소설을 추천하는 이유는, 고전 소설은 명작이긴 하지만 현대에 쓰이지 않는 표현이나 시대 배경이 생소해서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전년도에 책 읽기에 도전해보겠다고 헤밍웨이의 단편 모음집을 샀었는데 (순전히 작가 이름 + 두께가 얇아서 샀다) 문장 구조나 단어가 생소한 경우가 많았다. 문법도 변하고 단어도 변한다. 게다가 알래스카에 사는 주인공이 사냥을 하며 살아가고 이웃에 대장장이가 있다는데 도저히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가 않았다. 그 당시 생활환경에 관련된 단어들이 생소하니 영한사전을 전전긍긍해야 했고 결국 흥미도 잃었다.


소설의 장르는 일상의 편한 드라마로.

두번째로 읽었던 The Nest. 당시 서점에서 새로나온 신간으로 밀던 책이었다. 간단히 책정보를 검색해보고 배경이 뉴욕 맨해튼이라 친숙해서 골랐다.


소설 중에서도 사람과 줄거리 위주의 드라마는 일상적인 소재가 많아서 진입장벽이 낮다. 반면 판타지는 일상의 이야기와 다르므로 처음 나오는 개념이 많다. 예를 들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소설은 등장인물도 많고 소설 속 세계의 생소한 개념까지 알아야 하기에 벅차다.

아니면 평소 관심 있거나 친숙한 배경의 책을 고르면 되겠다. 나는 서점에 간 다음 몇 가지 실물을 보고 인터넷으로 후기를 살짝 검색해보고 고르기도 했다.



재미있는 걸로 읽자.


이미 재밌다고 알려진 작품이라면 더욱 좋다. 영화화된 작품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영화로 만들 만큼 스토리가 좋다는 거니까. 재미가 있어야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다.


한글판으로 이미 읽었던 책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이건 내 영어 튜터가 제안한 방법이다. 이미 아는 내용을 읽는 것도 쉬울 수 있는데, 나는 이미 아는 이야기면 대충 보게 될 것 같아서 일부러 본 적이 없는 걸로 골랐다.


분량은 물론 짧은 게 좋겠다.


목표치가 작으면 성취감을 빨리 맛볼 수 있다.


책 실물을 확인하고 고른다.


책은 페이퍼백(paperback), 하드커버, 전자책, 오디오북 등의 버전이 있지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건 페이퍼백이었다. 페이퍼백은 가볍고 저렴하다. 어디든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는 크기와 무게다. 전자책도 좋긴 하지만 자기 전에 읽다가 디바이스를 떨어뜨리거나 할까 봐 어쩐지 불안했다. 음악 대신 들어보게 오디오북을 도전해볼까도 싶었는데, 오디오북 샘플 한 문단 듣고 포기했다. 내용을 이해하는 속도가 듣는 속도를 따라갈  없었다. 책을 눈으로 읽어야 모르면 다시 한번 되짚어볼 수 있는데 듣는 건 너무 순식간이었다.

책을 사기 전에 실물 확인을 권하는 이유는, 글씨가 너무 작거나 자간이 좁으면 읽기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읽기가 싫어지면 온갖 이유가 붙기 마련인데, 이것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위는 첫 책 '오베라는 남자', 아래는 수년 전 뮤지컬보고 홧김에 산 '위키드' . 위키드의 두께와 빡빡한 자간 덕분에 아직도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다.... (반성합니다)


나의 영어 원서 읽기 첫 책은 A Man Called Ove(오베라는 남자)다. 이미 한국에서인기를 끌었고 영화로도 나온 작품이다. 당시 나는 아직 이걸 보지 못했고 워낙 재밌다고 하길래 서점에서 페이퍼백 버전으로 사 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첫 책으로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재미있다고 알려진 이야기이며, 시대 배경이 나와 동시대적이다. 오베라는 인물과 그의 일상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어려운 단어가 적었다. 두께는 얇지 않았지만 자간이 어느 정도 있어서 읽기가 편했다. 원작이 영어가 아니라 이것 또한 번역본이니 살짝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그 부분은 내가 고민할 단계는 아니지 않은가!




2. 어떻게 읽을까?


모르는 단어의 뜻을 일일이 찾아가며 읽지 않는다.


책을 펼치면 당연히 모르는 단어들이 내 눈을 덮친다. 하지만 앞뒤 문장을 비교해가면 대충 뭘 말하는지 감이 온다. (우리는 토익 지문 독해하는데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게 흐름만 파악하자) 그냥 그 상태로 넘어가도 괜찮다. 이건 공부가 아니므로 이야기 흐름만 이해하면 된다. 반복되게 나오는 단어의 뜻이 궁금하면 찾아볼 수는 있다. 모르고 넘어간 동사나 명사가 있는데 흐름 파악이 어렵다면 그때 뜻을 찾아보면 되겠다. 형용사나 부사 같은 수식어는 몰라도 괜찮다. (물론 뜻을 알고 넘어가면 글이 더 맛깔스럽다)  


'오베라는 남자'는 신기하게도 많은 문장들이 현재형이었다. 원문이 현재형의 뉘앙스로 쓰인 것 같았다. 동사의 과거형을 일일이 알지 않아도 돼서 조금 수월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편해서 그런지 흐름만 파악했는데도 웃고 울면서 읽었다.


그 이후에 읽은 책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The Course of Love)은 소설이긴 하지만 줄거리 중심이기보다는 사랑에 관련된 작은 순간을 잘게 쪼개 깊게 고찰해보는 식이라, 알랭 드 보통의 맛깔스러운 단어 선택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모르는 단어는 적극적으로 뜻을 찾아보며 읽었다. 책에 따라, 나에게 맞는 스타일에 따라 적당히 조절하면 될 듯하다.


졸리지 않은가? 당연히 졸리다.


그래서 나는 자기 전에 침대에서 읽었다.(!) 하루에 짧으면 4쪽 정도 읽고 잠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잠 이 잘 안 오고 잡생각이 많을 때는 영어 때문에 잠이 금방 와서 오히려 좋았다. (ㅋㅋㅋ) 조금이어도 진도가 나간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3. 영어 원서 읽기의 효과


시작해보기 전에는 두려웠는데 해보니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너무 좋았다.


영어 실력이 늘어난다


내용만 어느 정도 파악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어를 자꾸 읽으니까 읽기 능력이 늘어났다. (당연한 건가..) 내가 영어를 작문할 때는 틀리지 않으려다 보니 평범한 문장만 썼었는데, 책에 쓰인 문장들은 생각보다 구조가 다채로웠다. '강조를 할 때는 어순을 이런 식으로 바꿔도 되는 거구나!' 같은 발견을 자꾸 하게 되었다. 자꾸 읽다 보면 나도 조금 더 수준 있는 문장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서관과 서점에서 당당하다


겉표지 구경만 하던 내가 어느새 책을 고르고 있었다. 당당하게 서점에서 책을 사 가지고 나올 때의 그 기쁨이란! 도서관은 대여기간이 2주인데, 2주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을 상황은 되지 않아서 아직 대여해본 적은 없다. 조만간에 꼭 대여 해보리라. 대여하면 책값도 절약되고 짐도 줄어드니(떠돌이 인생이여..) 일석이조다.


책 선택이 다양해진다


번역본에 의존해도 되지 않으니 좋은 책은 원문으로 읽을 자신감이 생겼다. 시(詩)집을 선물 받았었는데, 시는 어려운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너무 좋았다. 간결하면서도 감동이 크다. (시도 현대시가 훨씬 쉽다)


이제 책만 실컷 읽고 싶어 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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