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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수필버거
Aug 20. 2024
여름을 가르고 가을을 만났다
대구를 관통하는
신천
(
新川)
은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
수성구에서 출발하면 중구 북구 쪽으로
살짝
내리막
이다.
의식하지 못하고 달리다가 남쪽 내 집으로 돌아올 때에야 허벅지로 된통 알게 된다.
몇 년을 창고에 처박아 뒀던 자전거를 꺼내 작은 손질을 하고 신천변을 달렸다.
와락 달려드는 바람. 아니, 내가 바람 품으로 뛰어드는 느낌이 새삼 신났다.
토요일의 자전거 타기는 북으로 짧게 갔다가 남으로 돌아왔다.
세 번의 여름동안 산길만 걸었다.
습도 높은 날들 속으로 헤엄치듯 허적허적 숲 속을 걸었다.
가끔 자전거 생각이 났지만 꺼내고 수리하는 번거로움을 떠올리다 차일피일한 날들이 그만 천일 가까이 쌓여버렸다.
엊그제 토요일에 마침내 거사(?)를 치르고 큰 기쁨을 찾았다.
그리고 일요일.
책을 읽고
모니터를 보다가
또 타고 싶어졌다.
동쪽과 서쪽 코스를
고민하다가
월드컵 경기장과 청계사 코스는 다음 주말로 아껴두고 가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예전처럼 팔조령 옛길을 뒤뚱거리며라도 오르려면 늦가을쯤 돼야 할 게다.
가창 면사무소 앞
찐빵로드
까지만 갔다 오기로 한다.
언제나 저만치 앞서는 마음을, 지금 내 상태 생각 않고 무리해서 좇으면 탈 난다.
내 인생의 아픈 진리다.
조급증 견디기.
몸도 마음도 살살 달래 가며 써야 할 나이기도 하다.
세 시였나 네 시였나 또 제일 뜨거운 시간이었다.
바짝 달궈진 햇발이 불화살처럼 푹푹 내려 꽂히고 있었다.
땅에도 내 뒷목에도 내 어깨에도.
땀이 피처럼 철철 흘렀다.
토요일 자전거 타기 전과 후의 몸무게 차가 거의 2kg에 달했다.
땀쟁이라 수분이 왕창 빠져서 그랬겠지만 저울 위에 나 말고 큰 물주머니가 올라 있는 상상을 했다.
콜라 대신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샀다.
당장 입에 단맛은 갈증만 키우지만 쓴맛은 제 몫을 하고는 미련 없이 지나간다.
담백이 진리다.
차가운 커피가 식도에서 위장에 이르는 길을 엑스레이 찍듯 확인해 준다.
몸이 젖어 바람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약한 공기의 흐름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커피 한 모금.
하늘 한 번.
그래. 이 맛이지. 살아있는 맛.
아직 가을은 하늘 저 높이 머물고 있다.
뜨거움은 땅으로 다 뿌리고 하늘 저만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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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자뻑. 긴 좌절과 질투. 글에서도, 업(業)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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