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꼬맹이가 집 마당부터 이어진 작은 텃밭으로 조랑조랑 걸어간다. 흙골 따라 누워있는 연한 초록 열매에 어린 고사리 같은 손을 천천히 뻗어 얹는다. 누군가 다정한 목소리로 수박이라고 말해준다. 엄마일까. 아이는 고랑 따라 몇 걸음 걷다 작은 머리를 들어 파란 하늘을 올려 본다. 얕은 언덕 아래 푸른 바다가 수평선 따라 파란 하늘과 닿아 있다. 초여름 바다 내음을 배가 뽈록 해질 만큼 잔뜩 빨아들였다가 푸우우 내쉬느라 말뚝박기 자세가 되고 그게 또 재밌다고 깔깔깔 넘어질 듯 자지러지게 웃는다.
서면에서 나서 수영에서 자랐다. 일곱 살 무렵 대구로 왔으니 바다의 기억이 많지 않을 텐데, 어린 나를 떠올리면 수영만 야트막한 언덕바지에 있던 집과 뒤뜰의 수박밭, 멀리 보이던 바다와 하늘 사이 어디쯤 작은 점처럼 서서 웃고 있다. 그럼, 뱃속에서 아련한 슬픔이 몽글몽글 핀다.
살다 간혹 답답할 때면, 항상 바다가 보고 싶다.
살랑살랑 살갗을 간지럽히는 바람, 계속 그 안에 머물고 싶은 따스한 햇살, 파랗고 푸르게 가로누운 수평선, 나를 지켜주는 온기 어린 목소리.
안심 (安心).
자궁 속 기억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돌아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웅크려 안기고 싶은.
내게,
바다는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