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은 금요일이었다. 늦게 실어 트럭을 출발시켜면 주말 지난 월요일에 입고될 게다. 해서 2일 밤에 상차를 하고 시월 마감을 했다.
이 공장에서의 마지막 마감이다.
월요일 이른 아침에 출근했다. 이사 준비를 해야 한다. 뭐부터 손을 대야 하나. 마감을 하고서 정리도 청소도 하지 않고 어질러진 채인 공장을 뒤로하고 10년을 매일 오르내린 앞산 산책길을 걸었다.
나무 계단, 맨발길, 이끼 낀 돌담, 시계탑, 큰 단풍나무... 하나, 하나, 눈길이 오래 머문다. 사오십 분이면 걸을 길을 한 시간도 더 걸려 걸었다.
내 십 년 세월을 두 발로 꾹꾹 밟아 다진 길이다. 길바닥에 떨어진 낙엽이 어느 봄의 고민으로, 어느 여름날의 한숨으로, 어느 가을의 미소로 보인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습관대로 동네 슈퍼에 들러 레쓰비를 사고 옛 명진슈퍼 맞은편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명진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오백 원 짜리 믹스 커피를 마셨을 텐데 생각하면서.
명진 앞길은 내 출근길이다.
조금 젊은 내가, 조금씩 늙어가는 내가 지나가는 모습을 파란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본다.
연한 몸살기가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