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SJ Apr 29. 2022

서른X살의 취준생

제 목표는 '외노자가 되는 것'입니다

팬데믹으로 나의 '스페인에 자리잡기' 계획은 단어 그대로 엉망진창, 계획이 무너지다시피 되어버렸지만 학생비자가 끝나기 3개월 정도 전부터 분주히 이력서를 회사에 보냈다. 여러 루트를 통해 수십 개의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반응을 보이는 회사는 없었다. '혹시 전화 올지도 모르잖아'라는 마음으로 늘 손에 휴대폰을 꼭 쥐고 있는 것도 지치기 시작했다.


'그냥 학생비자를 조금 더 연장하고 취준 활동을 더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아가던 어느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깅코스를 뛰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조깅을 할 때는 비루한 나의 오래 뛰기 능력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늘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기 때문에 다행히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었다.


2주 전인가 링크드인을 통해 이력서를 보냈던 T사였다. 이력서를 확인했고 면접을 한 번 보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심장이 쿵쿵거리고 너무 들떴지만 침착한 목소리 톤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마음을 다스렸다. 면접 일정은 메일로 얘기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웃음이 새어 나오고 광대가 뽈록 솟아올랐다. 신나는 마음으로 펄쩍펄쩍 뛰면서 조깅을 이어갔다.




'이제 인생이 좀 풀리려나 봐'라고 앞날은 생각도 못하던 때, 결국 문제가 나타났다. 회사는 스페인 수도인 마드리드에 있고, 그들은 마드리드에 사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아-니----, 면접보고 붙으면 당연히 바로 마드리드로 이사할 텐데 '마드리드에 사는 지원자를 원합니다. 아쉽지만 면접은 없던 일로 하죠'라는 이 어이없는 이야기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한국에 살 때는 그 어느 회사에서도 '서울에 사는 사람으로 지원자를 한정합니다'라는 공고를 본 적이 없다. 아 본사가 지방에 있는 경우에는 뭔가 비슷한 문구를 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게 우대조건은 될 수 있을지언정-그마저도 완전히 인정할 수는 없지만- 필수조건이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아무튼 회사의 입장은 단호했고, 나는 그렇게 일주일도 되지 않아 짜게 식어갔다.


이후 너무 어이없지 않냐며 가까운 스페인 사람 몇몇에게 이야기를 하니 ' 그렇게 지역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라고 얘기했다. 대체 이놈의 나라는 적응이    같다가도 도저히 이해할  있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다시 마음을 비우고 학생비자 연장을 준비하기로 했다.    떠버린 마음은 다시 비우기가 쉽지 않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