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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Jun 05. 2021

오랜만에 불안, 초조, 우울의 콜라보


오전부터 머리가 아프긴 했다.


학교에서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했다. 어쩌다 보면 유독 말을 많이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날이다.



이게 주된 원인은 아니고.. 문제는 낮에 들은 강의다.



강의를 듣는데 갑자기 불안해졌다. 뇌가 어쩌고저쩌고 염증 반응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고, 내가 뭔가 직무유기하는 것 같고, 애를 더 아프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죄책감


해야 한다는 부담감


하려면 뭔가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는 초조감


잘 할 수 있을지 .. 실패할 것 같은 불안감



이 몰려왔던 것 같다.



강의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니 피곤했다.



밥은 안 먹고 티라미수를 먹겠다는 J에게 티라미수와 망고 주스를 갈아줬다. 강의에 들었던 게 떠오르면서 죄책감과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바꿀 에너지가 없다.



그냥 달라는 데로 주고는 나는 남은 김밥을 볶음밥으로 해 먹고는 도넛을 와구와구 먹었다. 배는 더부룩하고 기분은 더 나빠졌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소파에 모로 누웠다. 머리가 지끈 지끈하고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예약되어 있던 상담도 취고 하고는 퇴근한 남편에게 J를 맡기고 침대에 누웠는데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뭔가 피곤하고 복잡해서 잠이라도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고 자꾸만 불안하고 불편했다.



왜 그러지......?


1. 낮에 들은 강의 때문에-밀가루, 우유, 식용유, 설탕, MSG 계속 먹다가 가족 모두 일찍 죽거나 병들까 봐 겁이 남.(확대 해석의 오류)


2. 내일 한글 가르쳐야 하는 아이들 생각-4명인데 한글 수준이 제각각이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르쳐야 할지 계속 고민 중 (너무 잘하고 싶은 욕심?)


3. 정신없는 학교생활-시시콜콜한 것에 하나하나 너무 정성껏 응대했나?? 에너지 소모가 심함. (착한 교사 컴플렉스


4. 오늘 J 재량 휴업일이라 하루 종일 활보 선생님에게 맡겼는데 사고 칠까 봐 하루 종일 걱정함 (일어나지 않은 일 미리 걱정하는 병)



누워있어도 잠도 안 오고 다시 일어나서 이 글을 적고 있는 중이다.



뭐지?


우리 반 급훈을 떠올려 본다.


괜찮아요

천천히 해요




사실 내가 자꾸 상기하려고 정한 급훈이다.



괜찮아...


천천히 해...


모과...


괜찮아...


천천히 해....



뭐가 그리 쫓기고 급하고 전전긍긍하는지..


좀 실수해도 돼


좀 듣기 싫은 소리 들어도 돼



나를 다독여 본다.



오늘 산책을 못 해서 그런 거 아닐까?



이런 엉뚱한 결론을 내려본다.


글을 쓰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진정된다.



와중에 남편이 옆에 앉아서


내 블로그 글 보면서 칭찬을 해줘서 기분이 좋다.



별 내용도 아닌데 잘 썼단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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