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과 Nov 15. 2019

내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1)

                                                                                                                 

겨울 방학 1일차.


아들이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부산 키자니아에 갔다. 10월에 서울 키자니아를 갔었는데 그때 키자니아 홈페이지에서 부산에도 키자니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에도 가고 싶어 했다.



날짜를 정하는데 나름 치밀했다. 검색을 해보니 부산은 오늘 겨울 방학식을 하는 학교가 많았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테니 키자니아 안이 덜 붐빌 거라 예상했다. 게다가 평일 아닌가? 극성수기만큼 붐비지 않았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 단체 입장이 많아서 그렇게 한산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대부분 20-30분 대기하면 체험이 가능했고 일부 인기 없는(?) 체험장은 바로 입장도 가능한 정도였다.



이렇게 엄마는 치밀하게 날짜까지 간택(?)을 하는 정성을 쏟았건만 아들은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고작 4개의 직업 체험만 하고는 집에 가자고 했다. 12시 30분쯤이었다. 


"진짜 나가고 싶어? 다시 들어올 수 없는데... 후회 안 할 거야?"


여러 번 물었지만 생각이 확고한 아들을 더 이상 그 안에 데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하고 싶지 않은 체험을 참으면서 하지도 않겠거니와 억지로 체험장에 들여보내도 떼를 쓰거나 남을 방해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래서 장애 아동은 50% 할인은 해주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탈했다.



키자니아에 갈 때는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부산역으로 돌아갈 때는 굳이 버스를 타겠단다. 그것도 시티투어 버스를... (2년 전 시티투어 버스를 타본 데다가 샌텀씨티에서도 타고 내려봐서 더 고집을 부렸던 것 같다)



시티투어 버스는 한 번을 타던 여러 번을 타던 가격이 똑같다. 고작 한번 타는데 어른 18000원, 아이 5000원 도합 23000원을 낼 수는 없었다.(택시비보다 더 들다니!!!)



자기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춥다고 징징, 시티 버스 타자고 칭얼칭얼, 다리 아프다고 툴툴. 완전 종합 3종 세트가 따로 없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나도 익숙한 곳이 아니라 헤매는 데다가 옆에서 계속 서라운드로 신경 긁는 소리를 내니 머리가 뱅글뱅글 돌았다.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저기서 급행 버스가 지나가는데 부산역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래!! 저 버스를 타자!!'


시티투어버스가 아니면 타지 않겠다는 아들을 달래서 겨우 급행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급행 버스라 근처 버스정류소에는 서지를 않는 것이었다. 


'정류소가 어디일까? 너무 멀면 아들 데리고 못하는데.... 날씨도 추운데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닌가....?'


여러 가지 생각이 생겼다 사라졌다. 이럴 때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최고다. 


"1001번 버스는 어디 서죠?


다행히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정류소가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걷지 않으려고 한다. 업어주겠다고 하며 달랬다. 아들을 업고 버스정류소로 향했다. 다 큰 아이를 업고 가니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민망하기도 하고 허리도 아프고 정신도 없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급행 버스가 도착했고 아들은 원하던 버스를 타서인지 조용히 부산역까지 갈 수 있었다.



기차 출발 시간이 40여 분이나 남았는데 기차보러 내려가자고 막무가내다. 어쩔 수 없이 기차 타는 곳으로 내려갔지만 너무 추워 다시 대합실로 올라가자고 해도 싫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들. 



주위를 살피니 비어있는 공중전화 부스가 있었다. 우선 바람이라도 피하자 싶어 아들과 둘이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좁은 곳에서 20분쯤 우리가 탈 기차를 기다렸다.



우여 곡절 끝에 우리는 예정보다 4시간 일찍 집에 도착했다.



이런 나에겐 '꿈' 이 하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자격지심 가지지 않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