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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은 Apr 26. 2023

한글공부

글을 읽으면 의사소통에 도움이 될까요?

일부 느린 아이들 중에서는 글이나 숫자를 빨리 깨치는 아이들이 있다. 늘 마음속으로 영재를 노리는 나는 우리 아이도 그렇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두 돌 전후해서 숫자를 제법 읽기도 했다. 심지어 한글과 영어를 섞어서


"일 투 삼 사 오 시스 치 파 구"


이런 식으로 읽기도 했고,


6을 보고  "시스" 방향을 전환해서 "구"

라고 말하기도 하고,


많은 카드 중에 숫자 카드만 골라 모아 놓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멈추니 퇴행이 진행되고 그 이후로 말이 느린 것과 마찬가지로 크게 숫자나 글자에 진전이 없었다.

그나마 숫자는 좀 더 관심이 있어 5세 초에 99까지 어렵지 않게 읽었고, 지금은 계속 쓰기 연습 중인데 모방에 어려움이 있으니 녹녹지 않다.

5세부터 한글도 떼주려고 노출을 많이 했으나 큰 진전은 없이 지지부진 보내다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수용언어나 인지는 제법 가득 찬 거 같은데 그에 비해 표현언어가 너무 안되니, 글이라도 깨치면 말이 늘까 싶어서가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빠르게 익히면 좋은데 그게 안된다면 초등전에 한글을 떼려면 빨리 시작하는 게 좋겠다였다.

가끔씩 통글자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지만, 글자를 읽는 게 아니라 정황,  위치를 외워서 대응한다는 걸 알았다.

처음 구몬수업에서 통글자 네 개를 놓고 단어를 다 맞춰서 선생님도 놀라고 나도 잠시 기대감에 휩싸였으나, 다시 반복하니 아무 대잔치였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전방위로 학습 중이다.

우리 아이들 가르치기에 가장 큰 함정은 자연스럽게 배워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글도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주변 관심을 가지면 간판부터 읽기 시작하고 묻고 대답하면서 익히면 금방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지 않으니 그 어려움이 배가된다.

일단 집에서는 모음 쓰기를 통해서 한글을 익힌다. 처음 "ㅡ"/"ㅣ" 받아쓰기가 되었을 때 작대기 두 개 변별이 어찌나 뿌듯하던지, 많이 소박해진 엄마. 


학습지 선생님과는 꾸준히 통글자 노출을 통해서 어휘량을 늘리고 분절 연습 중이다. 조음이 좋지 않고 호흡이 짧고 빠르게 말하다 보니, 정확한 음절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 한자씩 찍어가며 읽히고 있다.


감각통합 수업에서는 통글자를 외우면서 익히는 중인데, 위치를 외워서 답하는 거지만 성공경험을 쌓게 하자는 취지도 있다. 집에서 그 방식대로 복습하니, 한 음절씩 찍어가며 읽길래, 글을 읽는 건가 했더니 배치를 바꿔서 물으니 계속 순서대로 말하는 것이다. 결국 한 장씩을 더 만들어 매칭도 확인하고 순서도 바꾸고 하면서 오류를 걸러내고 있다.

첫 번째로 "오리" 카드를 보며 주니 카드를 보면서도 어찌나 당당하게 한 음절씩 포인팅 하며 "버~ 스~"라고 읽는지 귀엽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다. 그 위치와 순서를 기억하는 성의면 한글을 외우는 게 빠르겠다며 혼자 웃어본다.


인지수업에서는 소근육이 좋고 연필사용이 되는 여름이라서 글씨를 쓰면서 한글을 익히고 있다. 워밍업포함 두 달 연습해서 드디어 스스로 "가"를 쓰고 있다.

하루 한자면 좋지만, 한 달 한자라도 꾸준히 해서 올해가 끝나기 전에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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