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관계, 기획보다 실행
지금처럼 불확실성과 변화의 속도가 커진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누구는 기술이라 하고, 누구는 기획력을 이야기하며, 또 다른 이는 재무적 통찰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모두 옳다. 그러나 필자는 생존의 최전선에서 회사와 조직을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진짜 동력은 따로 있다. 바로 ‘영업력’이다.
한 기업이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기획이 아무리 탁월해도, 그것을 시장에서 실현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시장과 고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기술은 공허한 상상에 그치고, 기획은 종이 위의 낙서로 사라진다. 영업이란 결국 시장을 만나게 하는 힘이다. 물건을 팔고 서비스를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고객과 파트너를 설득하고 신뢰를 만들어가는 ‘행위 전체’를 의미한다.
G&G스쿨이 보는 스타트업의 진짜 가능성
지인인 이금룡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G&G스쿨은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실질적으로 평가하고 길러내는 곳이다. 시리즈 A 전후의 기업들을 엄선해, 매년 40명의 창업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멘토링과 교육을 제공한다. 벌써 6기를 마치고, 2025년 8월 7기를 선발하는 지금, 이곳이 기준으로 삼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단 하나다. “대표이사가 영업맨인가?”
기술이 뛰어난 대표, 전략에 밝은 대표, 투자 유치에 능한 대표도 많다. 하지만 G&G스쿨의 경험은 명확하다. 영업 성향이 있는 대표가 살아남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타트업은 작고, 여리고, 미완성이다. 그런 조직이 처음 만나는 고객을 설득하고, 파트너를 엮고, 투자자를 납득시키는 일은 오직 ‘대표이사’의 몫이다. 제품이 완성되기 전에 회사를 먼저 팔아야 한다.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말로 보여주고, 신뢰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영업의 본질이다. 실체보다 신뢰, 스펙보다 스토리, 계획보다 사람. G&G스쿨이 강조하는 기준은 단순히 세일즈맨을 뽑자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시장형 창업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창업가뿐 아니라 조직의 리더도 ‘영업가’여야 한다
이 이야기는 창업자만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 공공기관,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조직 내에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해당된다. 보통 직장 내에서 차장 이상,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이들은 전문성과 내부 운영 능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다음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바로 ‘관계와 외부 커뮤니케이션’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를 ‘영업’으로 부른다.
영업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니다. 우리 회사를 외부에 소개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불확실한 관계를 협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화의 불편함, 피드백의 부담, 결과의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꺼린다. 특히 직급이 높을수록 “이제는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생기기 쉽다. 그러나 이런 회피가 조직의 정체를 부른다.
내부적으로 완벽한 관리자라 해도, 외부와의 관계 형성에 소극적이라면 더 이상은 시대가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은 외부의 변화를 조직 안으로 끌고 들어올 수 있는 **‘확장형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불편한 관계를 피하면, 편한 자리도 사라진다
변화를 싫어하고, 관계의 확장을 회피하며, 세일즈를 꺼리는 상위 리더는 결국 ‘편한 자리’를 지키려 하다가 가장 먼저 그 자리를 잃는다. 기업의 생존 조건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자주 묻는다. “저는 영업을 잘 못하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답은 간단하다. 당신이 영업을 못하면, 반드시 뛰어난 영업가를 공동대표 또는 파트너로 세워라. 창업자이자 대주주라도, CTO나 CFO 역할에 집중하고, 시장에서 회사를 끌어줄 인물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진짜 리더의 선택이고, 시장을 이해하는 전략이다.
특히 교원 창업자들처럼 기술 중심의 인재들이 만든 스타트업일수록 더 그렇다. 기술력은 훌륭하지만, 그 기술이 시장에서 무엇을 해결하고,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말하지 못한다면 성장의 기회는 없다. “기술만 고집하면 낭패 본다.” 시장은 냉정하고, 고객은 바쁘다. 그들에게 다가가 설득할 수 없다면 기술은 실험실에 남고, 기업은 생존하지 못한다.
영업은 결국 신뢰의 언어다
우리는 종종 ‘영업’을 ‘가벼운 말’로 오해한다. 하지만 진정한 영업은 가장 어려운 ‘신뢰의 언어’를 다룬다. 영업은 고객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설득하고, 조직을 이해시키며, 기회를 확장하는 행위 전체다.
대외 협력, 파트너십 구축, IR, 정책 소통, 기관 네트워킹, 투자 유치 등은 모두 영업의 확장판이다. 결국 모든 외부 활동은 관계 기반의 신뢰 구축 활동이며, 이를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직과 리더만이 불황을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G&G스쿨을 통해 성장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영업 성향의 대표를 필두로 빠르게 고객을 확보하고, 파트너와 협업하며, 빠르게 다음 투자 단계로 넘어간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은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었고, 기술 이전에 사람과 관계를 먼저 만들 줄 알았다.
지금, 가장 먼저 할 일은 ‘영업’이다
불황이다. 시장은 얼어붙고,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내부 효율화와 비용 절감만으로는 더 이상 돌파구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관계의 확장, 신뢰의 구축, 기회의 창출, 즉 ‘영업’이 필요하다.
영업력은 개인의 생존 기술이자, 조직의 성장 엔진이다. 대표이사든, 중간 관리자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기획자든, 모두가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회사를 소개하고, 파트너를 만들고, 변화를 설득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기술도, 기획도, 자금도 아닌 '영업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