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금 '비트코인', 디지털시대 달러'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은 오랫동안 투기적 자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거래소 해킹 사건과 범죄 악용 사례, 그리고 극심한 가격 변동성은 이 디지털 자산의 불안정성을 끊임없이 부각시켰다. 그러나 2025년, 미국 행정부가 연방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공식 편입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비트코인은 단순한 가상화폐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이 전략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부상했다.
비트코인의 본질은 탈중앙화와 희소성이다. 중앙은행이나 특정 국가가 발행과 공급을 통제하는 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독립적 네트워크 위에서 돌아간다. 총 발행량은 2,100만 개로 한정되어 있어, 법정화폐처럼 무한히 찍어낼 수도 없다. 바로 이 속성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불리게 만들었고, 각국 정부와 기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체 자산으로 인식되게 했다.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인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다.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전통 화폐 가치가 흔들릴 때,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제한된 자산으로 매력적인 대안이 된다. 둘째,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금·채권·주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에,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은 새로운 투자 축을 제공한다. 셋째, 단순한 투자 이상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전략적 베팅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기업들의 선택은 기관투자자보다 더 상징적이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무려 56만~57만 BTC를 보유해 전체 공급량의 2.6%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기업 재무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끌어올렸다. 테슬라는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채택하는 실험을 했고, 페이팔은 아예 자사 네트워크에 비트코인 거래·결제를 통합했다. 이들 기업에게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브랜드 혁신과 미래 전략의 상징이다.
MicroStrategy: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간주하고 재무부 현금의 대부분을 BTC로 전환, 회사채 등 금융공학 활용하여 장기 보유.
채굴/핀테크 기업: 채굴사(Marathon, Riot, CleanSpark 등)은 자체 생산 BTC를 전략적으로 매도보다는 보유, 시장 호황기에 유동성 극대화.
테슬라/블록 등 혁신기업: 신흥 테크/금융사들은 혁신·투명성·장기수익성 부각 및 대체자산의 의미로 BTC를 재무 포트폴리오에 편입.
거래소 및 금융사: 비트코인을 기업 운영·리스크 관리 및 고객 신뢰성 강화를 위한 대표 자산으로 삼음
비금융(넥슨 등): 신사업 혁신·자산 다각화 및 미래 금융환경 대비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BTC 도입. 이들 기업들은 불확실한 거시환경, 인플레이션 헤지, 규제 변화(미국 회계기준 완화 등) 덕분에 비트코인을 현금
2025년 초 미국 행정부는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편입하고 국가 차원의 디지털 자산 비축고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는 금과 달러 중심의 기존 준비자산 체계에 비트코인을 추가한 역사적 전환점이다. 지정학적 갈등과 금융 제재가 일상화된 국제 질서에서, 검열 저항성과 글로벌 유동성을 지닌 비트코인은 미국에게 새로운 카드가 된다. 이는 곧 디지털 시대의 패권 경쟁에서 비트코인을 보유한 자가 우위를 점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물론 비트코인이 완벽한 자산은 아니다. 거래소 해킹, 범죄 악용, 정부 규제, 그리고 극심한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제도권 금융의 안전장치가 점차 마련되면서, 이러한 리스크는 점차 관리 가능한 범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트코인은 불완전하지만 합리적인 금융자산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오히려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토양이 되었다. 테더(USDT), USDC, PYUSD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연동돼 안정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은 비트코인을 저장 수단(Store of Value)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실생활 결제 수단으로 구분해 육성하고 있다. 이 조합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실질적인 금융 인프라로 확장되는 길을 열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보유하려는 이유는 결국 네 가지로 요약된다. 희소성과 탈중앙화라는 본질적 가치, 인플레이션 헤지와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단,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전략적 베팅, 그리고 디지털 금융 패권 경쟁에서의 우위 확보다.
비트코인은 더 이상 투기적 자산의 대명사가 아니다. 그 변동성과 불완전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와 기업은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새로운 합의에 도달했다. 결국 비트코인은 21세기의 디지털 금으로 자리 잡으며, 세계 금융 질서의 새로운 축을 형성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