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택은 스테이블코인이다

CBDC 아니고 스테이블코인 이다

by 꽃돼지 후니

2025년 현재, 세계 금융시장은 디지털 화폐를 둘러싼 새로운 경쟁의 장이 열리고 있다. 각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여부를 두고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를 상용화하며 글로벌 무대에 ‘디지털 화폐 패권’을 선언했고, 유럽은 MiCA 규제를 통해 민간 가상자산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떠한 길을 선택했는가? 흥미롭게도 미국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CBDC보다는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에 무게를 두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기축통화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다.


CBDC의 본질과 한계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법정화폐다. 실물 화폐와 1:1로 교환이 보장되며, 국가가 뒷받침하기 때문에 가치가 안정적이다. 따라서 부도 위험이나 유동성 위기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화폐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CBDC는 두 가지 중대한 문제를 내포한다.

첫째, 정부 주도의 금융 확장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다. 연방정부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달러는 의회와 시민들에게 “정부가 금융 시장을 과도하게 통제한다”는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

둘째, 혁신성의 결여다.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민간 생태계가 급성장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직접 CBDC를 발행한다면 민간의 자율성과 혁신을 억누를 수 있다.


한국 정부도 한국은행과 금융권이 함께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10만 명 규모의 국민을 대상으로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실거래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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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선택 – 민간 스테이블코인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를 둘러싼 국제 환경을 직시했다. 과거 미국 정부가 무분별하게 달러를 발행하면서 달러 신뢰도가 흔들렸고, 브릭스(BRICS) 국가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기축통화 다변화를 시도했다. 달러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점차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워싱턴의 전략가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트럼프의 선택은 명확했다. 민간을 통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적극 활용하자. USDC, USDT와 같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달러’로 기능하고 있었다.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민간 발행사가 달러와 국채를 준비금으로 보유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곧 달러 수요와 국채 수요로 이어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채 발행 능력을 확대하고, 달러 패권을 재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과의 대비 – CBDC vs 스테이블코인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국가 주도의 디지털 화폐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강력한 통화 정책 집행 수단이자, 위안화를 국제 결제 통화로 확산시키려는 시도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신뢰의 문제를 지적한다. 정부가 모든 거래를 추적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탈중앙성과 시장 친화성을 유지했다. USDC 같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규제 프레임 안에서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여전히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미국의 전략은 “정부가 앞장서지 않지만, 민간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글로벌 달러 네트워크를 확장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통제의 길’을, 미국은 ‘시장 개방의 길’을 선택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전략적 가치

미국이 CBDC보다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달러 패권 유지: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에서 이미 사용되는 디지털 달러다. 이는 달러의 국제적 위상을 디지털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가는 효과가 있다.

국채 수요 확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를 보유하면서, 국채 수요를 강화하고 재정적 기반을 넓힐 수 있다.

혁신 생태계와 결합: 디파이(DeFi), NFT, 글로벌 결제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 서비스는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디지털 자산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정치적 부담 최소화: 정부가 직접 CBDC를 발행하지 않음으로써, 중앙집권적 통제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줄이고, 대신 민간 기업과 규제기관의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


규제와 시장의 균형 – 미국식 해법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무조건 자유롭게 두지 않았다. 의회와 규제당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논의하며, 발행사에게 준비금 요건과 회계 투명성을 요구했다. 즉, 무분별한 발행을 막으면서도 시장의 자율성과 민간 주도를 인정한 것이다. 이는 미국식 금융 시스템의 특징이기도 하다. 정부가 직접 앞장서는 대신, 민간 혁신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CBDC는 국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화폐지만, 동시에 혁신의 속도를 늦추고 통제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은 이런 부담을 떠안는 대신,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길을 선택했다.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에서 디지털 달러로 기능하며, 달러 패권을 블록체인 시대에도 연장하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결국 미국의 선택은 명확하다. CBDC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이다.
이 선택은 단순히 금융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금융 질서에서 달러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 해법이다. 미국은 민간의 혁신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디지털 시대에도 달러를 세계의 중심에 세우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전략은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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