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트랜스포메이션

새로운 금융 시대의 문턱에서

by 꽃돼지 후니

10년 전 핀테크는 은행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발했다. 은행은 더 이상 과거의 은행이 아니었고, 스스로를 IT 기업이라 부르며 오픈뱅킹, AI 자동화, 블록체인 실험을 앞세워 변신을 꾀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더 큰 전환점 앞에 서 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의 시대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디지털 결제 수단이 아니라, 미국 달러 패권과 글로벌 금융 질서를 동시에 흔드는 양면의 검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규제와 통제의 한계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에 이자 지급을 금지했다. 이는 달러 신용 붕괴와 은행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었다. 미국 은행들의 수익은 계좌 유지비, 송금 수수료, 대출 금리 차익에 기반한다. 만약 스테이블코인에 이자가 붙는다면, 고객 자금은 대거 디지털 지갑으로 이동하고, 은행의 전통적 수익 구조는 무너진다.
그러나 돈은 길을 찾는다. 중세 교회가 이자를 불법화했을 때 유대인 금융업자들이 꼼수로 수익을 얻었던 것처럼, 현대 금융도 쿠폰, 서비스 보상, 위장 수수료 환급 등 다양한 편법으로 사실상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 디파이(DeFi) 플랫폼은 이미 이런 방식으로 보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은행 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글로벌 영향: 화폐 전쟁의 서막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단순한 금융 상품의 변화가 아니라 국가 통화 주권을 위협하는 사건이다. 아르헨티나, 튀르키예처럼 물가가 폭등하고 자국 통화가 불안정하거나, 주요 제재국(러시아, 이란, 북한)은 기존 금융망을 우회하고 외화를 도입·운영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그 비중과 규모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나라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안전한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민은 자국 화폐 대신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며, 이는 곧 통화 정책의 무력화를 의미한다.

중남미, 아시아, 중동의 인플레이션 국가들은 더 이상 자국 정부의 화폐 발행에 의존하지 않고, 디지털 달러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자국 통화 패권을 유지하면서도, 통제력과 관리 능력을 잃게 되는 딜레마에 직면한다.

미국 달러와 스테이블코인: 양면의 검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패권을 동시에 강화하면서도 약화시키는 모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테더와 서클 같은 발행사들이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준비금으로 미국 단기 국채와 현금성 자산을 대량 매입한다. 이는 달러 자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확대하고, 미국 국채 시장에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제공해 달러 기축통화 체제를 더 공고히 하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의 통제력 약화를 초래한다. 블록체인 기반 거래는 SWIFT 같은 전통 국제 송금망을 경유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오랫동안 무기처럼 활용해온 제재 수단이 힘을 잃는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SWIFT에서 차단되자 스테이블코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무역 결제를 모색했고, 이란 역시 원유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논의했다. 북한은 해킹으로 확보한 암호자산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자금 세탁에 이용하며 제재를 우회한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의 수요를 높여 미국 경제에 긍정적이면서도, 동시에 SWIFT 통제권을 무력화해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는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패권을 지탱하는 지렛대이자, 그 패권의 통제력을 흔드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 전망: 화폐의 개편과 혁신

앞으로 30년간 금융 환경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가의 경계를 허물고, 강한 통화가 약한 통화를 흡수하는 새로운 패권 시대를 열 수 있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제3세계의 불안정한 통화를 사실상 대체하며, 글로벌 금융의 기축 자산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전면 금지한다면, 이는 곧 대규모 인출 사태와 금융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경험한 사용자들은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빠른 송금, 낮은 수수료, 편리한 글로벌 거래 경험은 기존 은행 시스템보다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과제: 예외 없는 혁신

스테이블코인 트랜스포메이션은 특정 국가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가 동시에 경험하는 구조적 변화다. 한국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 은행권의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 실험, 핀테크 기업들의 진출은 모두 이 거대한 흐름 속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통화 정책의 주권을 유지하면서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늦는다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와 자산 관리 시장을 장악해버릴 수 있다.


트랜스포메이션의 현재 진행형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금융 혁신을 넘어, 화폐 자체를 개편하는 문명적 변화다. 달러 패권의 양면성과 글로벌 통화 주권의 위기를 동시에 드러내며, 전통 은행과 금융 시스템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핀테크가 은행을 IT 기업으로 만들었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업과 화폐 질서를 재편하며 혁신을 완성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동시에 경험하는 변혁이다. 달러 패권, 신흥국 통화 주권, 글로벌 금융 인프라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


지금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거대한 트랜스포메이션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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