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전자상거래 금융 구조

글로벌 빅테크의 움직임과 삼성의 참여

by 꽃돼지 후니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결제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혁신해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금융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아마존, 구글, 애플, 월마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결제 비용 절감과 자체 생태계 강화, 고객 락인을 위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아마존과 월마트는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검토 및 결제 수단 채택을 추진하며, 고객 충성도와 플랫폼 락인을 강화하고 있으며 애플과 구글은 서클, 페이팔 등과 협력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멤버십을 자사 서비스에 도입하고, 구글은 클라우드 서비스 결제에 PYUSD 등 스테이블코인을 실험 중이다. X(전 트위터), 에어비앤비, 우버 등도 스트라이프 등과 협업해 결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레인(Rain)의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 이상의 파급력을 갖는다. 삼성은 삼성넥스트를 통해 지분 일부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삼성페이와 삼성월렛 같은 자사 결제 인프라에 스테이블코인을 연동하는 방안까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는 전자기기 제조업체가 결제 인프라를 넘어 금융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이자, 글로벌 결제 패러다임 변화의 전조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급소를 찔렀다”고 평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테이블코인이란 결국 글로벌 송금·결제 인프라의 공통 언어이자, 기존 금융망이 제공하지 못한 속도와 비용 효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스테이블코인을 자체 채널에 접목할 경우,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결제·송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쿠팡의 합류와 전자상거래 업계의 반향

삼성의 행보와 맞물려, 쿠팡도 스테이블코인 결제 생태계에 발을 들였다. 쿠팡은 최근 미국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Stripe)가 주도하는 블록체인 템포(Tempo) 프로젝트의 초기 파트너로 합류했다. 이는 단순히 신기술 실험을 넘어, 전자상거래의 백엔드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이다.


쿠팡은 매출의 상당 부분이 결제와 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구조와 직결된다. 지난해 매출 41조 원 기준으로 단순히 0.5%의 결제 수수료만 환산해도 연간 2,000억~3,000억 원이 고정적으로 빠져나간다.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도입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이는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아마존과 월마트가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는 가운데, 쿠팡의 합류는 ‘따라가기 전략’이 아닌 ‘앞서가기 전략’에 가깝다.


다만 쿠팡은 소비자 결제 인터페이스(UI)보다는 셀러 정산, 해외 결제, 국제 송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백오피스 영역부터 효율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소비자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내부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전자상거래 금융 구조

전자상거래의 핵심은 ‘결제’와 ‘정산’이다. 과거에는 신용카드사, PG사(결제대행사), 은행이 이 구조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이 과정을 토큰 단위의 전송으로 단축시킨다.

예컨대, 한 소비자가 쿠팡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해당 금액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되어 셀러 계정으로 전송된다면, 전통적 금융망을 거치는 것보다 빠르고 저렴하다. 특히 해외 셀러에게는 기존 은행망을 통한 국제 송금 대비 70~80%의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의 금융 구조가 바뀐다는 것은 단순히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① 글로벌 셀러 확보 경쟁력, ② 새로운 결제 수단에 대한 소비자 경험, ③ 플랫폼 내 자체 금융 생태계 확장 등으로 이어진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선점하는 기업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한국 산업과 정책적 파장

삼성과 쿠팡의 행보는 한국 기업들에게 강력한 신호탄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제도적 불확실성 속에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국내 기업들도 외화 결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국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내 전자상거래 결제 구조는 ‘외화 종속’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원화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에서 소외되는 상황은 장기적으로 국가 금융주권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근거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은행, 카드사, 빅테크 기업들이 참여하는 공공-민간 협력형 모델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시켜야 한다. 이는 단순한 가상자산 제도화가 아니라,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원화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 조치다.


전자상거래의 금융 구조 개편은 이미 시작됐다. 삼성과 쿠팡의 참여는 한국 기업들에게 “더 이상 관망만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규제 불확실성: 전자금융업법, 자금세탁방지, 회계·세무 처리 기준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거래 안정성: 스테이블코인 담보 구조(현금·국채 기반 등)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소비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국내외 경쟁 구도: 애플, 구글, 비자, 월마트가 뛰어드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기업이 단순 ‘팔로워’에 머물지 않고 주도권을 잡을 전략이 요구된다.

결국 전자상거래의 금융 구조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비용 절감 → 효율화 → 금융 주권 →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사슬로 재편될 것이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레인 투자와 쿠팡의 템포 합류는 우연히 맞물린 사건이 아니다. 이는 한국 대기업들이 전자상거래와 금융의 경계를 허물고, 글로벌 결제 플랫폼으로 도약하려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다.

앞으로의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할 것인가?”
만약 이를 놓친다면,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비용 절감 효과는 얻을 수 있겠지만, 금융 주권을 잃고 외화 종속적 구조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금융 구조 개편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남은 것은 주도권을 쥘 것인가, 종속될 것인가의 선택뿐이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25화스테이블코인이 촉발할 ‘포스트 은행’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