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촉발할 ‘포스트 은행’ 시대

은행을 대체하는 ‘하나의 앱’을 향한 질주

by 꽃돼지 후니

2025년 코인베이스가 “모든 금융을 한 앱에서”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크립토 슈퍼앱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지불·신용카드·리워드·대출까지 암호화폐 기반으로 통합하겠다는 이 전략은, 기존 은행이 독점하던 주요 금융 계좌를 직접 겨냥한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현재의 은행 시스템은 비효율적이며, 신용카드 결제에 2~3%의 수수료를 내는 것은 낡은 방식”이라며 기존 금융의 높은 비용 구조를 정면 비판했다.


흥미로운 점은 코인베이스가 단순히 거래소를 넘어, 스테이블코인·DeFi·탈중앙 대출을 연계한 통합 금융 서비스로 은행 대체 계좌를 노린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의 토스, 영국의 레볼루트, 중국의 알리페이, 동남아시아의 그랩 등 이미 슈퍼앱 경쟁을 벌여온 빅테크 모델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GENIUS 법안 통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명확해진 지금, 이들 앱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글로벌 금융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슈퍼앱의 DNA: 비교를 통해 드러나는 공통분모

1. 토스(Toss): 금융 생활을 한 손에

한국의 토스는 송금 서비스에서 출발해 은행·증권·보험·결제까지 국내 금융 슈퍼앱으로 성장했다. 간편송금과 무료 이체, 카드 발급, 주식·코인 거래를 한 앱에 통합해 사용자 락인을 극대화했다. 특히 은행과 비슷한 라이선스를 확보해 신뢰 기반 금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규제 준수형 모델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


2. 레볼루트(Revolut): 국경을 넘나드는 핀테크

영국의 레볼루트는 다중 통화 계좌와 실시간 환전, 해외 송금으로 유럽과 미국, 아시아까지 빠르게 시장을 넓혔다. 기존 은행의 외환 수수료를 혁신적으로 낮추며 크로스보더 결제를 강점으로 삼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레볼루트는 글로벌 결제망을 바탕으로 국경 없는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3. 알리페이(Alipay): 생활 속 전천후 앱

중국의 알리페이는 결제·송금·투자·보험·쇼핑·모빌리티를 하나로 통합한 세계 최대 규모의 슈퍼앱이다. 하루 수억 건의 결제가 앱 안에서 이루어지며, 미니앱과 파트너십으로 생활 전반을 장악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디지털 위안화와의 연계를 통해 글로벌 상거래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잠재력이 있다.


4. 그랩(Grab): 동남아의 생활 플랫폼

그랩은 차량 호출·음식 배달에서 시작해 결제·대출·보험으로 확장한 동남아 최대 슈퍼앱이다. 은행 인프라가 취약한 신흥국에서 지불·대출·보험을 동시에 제공하며 금융 포용성을 높여왔다. 스테이블코인은 현지 화폐 변동성이 큰 동남아 시장에서 안정적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즉각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코인베이스의 도전: 은행 수수료를 겨냥한 ‘암호화 슈퍼앱’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 보상을 제공하는 신용카드, 탈중앙화 대출 프로토콜(모르포) 통합, 수수료 없는 결제를 통해 연간 1,870억 달러 규모의 신용카드 수수료 시장을 대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GENIUS 법안으로 규제가 명확해진 미국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은행이 제공해온 저축·결제·대출 기능을 앱 하나로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코인베이스는 USDC를 중심으로 한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은행과 직접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JP모건, PNC 등 기존 은행과의 파트너십도 병행하며, 은행의 규제 준수 프리미엄과 암호화 혁신을 동시에 추구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가정한 글로벌 경쟁 구도

만약 토스·레볼루트·알리페이·그랩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글로벌 슈퍼앱 전쟁은 기존 금융권을 뛰어넘는 3대 경쟁 축으로 재편될 것이다.


수수료 제로 경쟁
스테이블코인의 국경 간 결제 기능은 신용카드·외환 수수료를 사실상 무료에 가깝게 낮출 수 있다. 이는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결제 수수료 시장을 직접 위협한다.


데이터 생태계 선점
스테이블코인은 실시간 결제 데이터를 앱 안에 통합해, 사용자 행동·소비 패턴을 보다 정교하게 수집할 수 있다. 이는 광고·대출·보험 등 2차 금융상품으로의 확장을 가속화한다.


규제·신뢰 경쟁
GENIUS 법안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규제를 강화하면, 은행 라이선스를 가진 토스나 중국 정부와 긴밀한 알리페이는 제도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코인베이스와 레볼루트는 규제 대응 속도와 투명성이 관건이 된다.



향후 시나리오와 전략적 함의

글로벌 슈퍼앱 전쟁은 단순한 플랫폼 경쟁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한 금융 주권 전쟁으로 진화할 것이다.

은행: 결제·송금·대출 시장의 핵심 수익이 잠식되며,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이나 API·커스터디 중심의 Stablecoin as a Service로 대응해야 한다.


빅테크: 규제 준수와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확보한 플레이어만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이용자: 낮은 수수료·실시간 결제·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앱에서 이용하며, 기존 은행 계좌를 점차 대체하게 될 것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변동성 높은 암호화폐와 달리 가치가 고정된 디지털 화폐로, 국경 없는 결제와 실물경제 결합을 동시에 실현한다. 토스가 한국 내 송금·투자 데이터를, 알리페이가 중국 내 소비 데이터를, 코인베이스가 글로벌 크립토 자산을 기반으로 각각 데이터 기반 초격차를 노린다면, 이 전쟁은 단순 금융을 넘어 데이터 패권 경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스테이블코인이 촉발할 ‘포스트 은행’ 시대

토스·레볼루트·알리페이·그랩 그리고 코인베이스까지, 슈퍼앱의 목표는 결국 사용자의 주요 금융 계좌가 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국경을 초월한 결제, 낮은 수수료, 실시간 거래, 그리고 데이터 수집을 통해 이들 슈퍼앱은 기존 은행이 제공하던 모든 서비스를 대체하거나 재정의할 수 있다.


GENIUS 법안으로 규제 명확성이 확보된 지금, 글로벌 슈퍼앱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은행을 대체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갈 것이다. 금융의 미래는 단순히 빠르고 싸게 거래하는 기술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사용자의 금융 데이터를 장악하고 그 데이터를 서비스로 변환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은행이 이 거대한 전환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의 금융 슈퍼앱 전쟁에서 플랫폼 플레이어가 아닌 단순 인프라 제공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금융의 무게 중심은 은행에서 앱으로,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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