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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는 어떻게 오는가

AI 자본투자와 로봇경제가 여는 10년의 문턱에서

by 꽃돼지 후니

풍요는 단순히 돈이 많거나 물건이 넘치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한 풍요는 생존을 위한 필수 노동에서의 해방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인크래프트의 생존 모드는 이 원리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이다.


맨손으로 나무를 베고, 돌을 캐며, 먹을 것을 구하는 초반의 생존 노동은 현실의 인간 역사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점차 자동화된 기계를 구축하기 시작하면 이 게임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진입한다.

마인크래프트_베드락_에디션의_포스터.jpg 마인크래프트 포스터

자동으로 자원을 캐고, 자동으로 요리하고, 자동으로 저장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는 순간, ‘노동’은 더 이상 생존의 수단이 아닌 ‘창조의 여유’로 전환된다.


바로 그 시점이 풍요의 시작이다. 인간이 노동을 대신할 ‘도구’를 만들었을 때, 문명은 생존의 경계선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갔다.


AI와 휴머노이드, 자동화 경쟁의 폭발점

지금의 현실은 마인크래프트보다 훨씬 거대하다. AI 에이전트가 사무실에서 일하고, 옵티머스나 피키컬AI 같은 로봇이 공장에서 일하는 시대다.
그 변화의 속도는 이미 ‘예고된 미래’가 아니라 ‘진행 중인 현실’에 가깝다.
테슬라, Figure, Sanctuary AI, 삼성전자, 폭스콘, 현대차 등 전 세계 제조 대기업들이 일제히 ‘휴머노이드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AI는 더 이상 데이터를 정리하거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AI는 ‘몸’을 얻고 있다.
피키컬 AI(Physical AI)는 인간의 팔과 다리를 모방한 형태로 실제 생산, 조립, 운반을 수행하며,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공장이라는 상징적인 문장을 현실화하고 있다.
2025년을 기점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중 절반 이상이 ‘물리적 자동화’를 향하고 있다는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로봇이 일하는 세상.png


가격의 붕괴와 풍요의 확산

기술 발전의 결과는 언제나 ‘효율성’으로 귀결된다.
AI와 로봇이 생산성을 극대화하면, 기업은 더 싸게,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그때 작동하는 진짜 엔진은 ‘경쟁’이다.


한 기업이 로봇 공정을 통해 생산 단가를 절반으로 줄이면 다른 기업은 생존을 위해 그 절반을 또 절반으로 줄인다. 이 경쟁이 전 산업에 확산되면 가격은 무너진다. 가전, 의류, 식품, 물류, 심지어 의료 서비스까지 ‘가격의 의미’ 자체가 사라지는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


이는 상상 속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산업혁명 초기, 셔츠 한 벌을 만드는 데 480시간이 걸리던 시대에서 지금은 단 30분으로 줄었다. 그 결과 500만 원짜리 사치품이 5천 원짜리 생활품으로 변했다.


AI와 로봇은 480시간을 30분으로 줄이는 또 한 번의 혁명을 준비 중이다. 기계가 일하고, 인간이 창조하며, 생산 단가가 ‘제로’에 가까워질 때, 풍요는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기술 패권과 산업 주도권의 재편

산업혁명 때 영국이 그러했듯, 이번 혁명에서도 패권은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가 쥔다.
AI 반도체를 장악한 미국, 로봇 모빌리티에 주력하는 일본, 그리고 생산 기술과 제조 기반이 강한 한국과 독일이 새로운 주도권 경쟁의 중심에 있다. 이미 미국의 빅테크들은 AI 공장을 직접 세우고 있다.

옵티머스 공장.jpg

테슬라의 옵티머스 공장은 사람 없이 24시간 가동되는 파일럿 라인을 운영 중이고, 아마존은 창고의 절반을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했다.


삼성과 현대도 AI 로봇 공정 도입에 속도를 높이며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체계’를 현실화하려 한다.

문제는 속도다. AI와 로봇은 ‘빠른 자’가 모든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다.
한국이 이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10년 뒤 우리는 값싼 외국산 AI 제품에 의존하는 소비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의 기술력과 제조 인프라를 기반으로 AI-로봇 결합 산업을 선도한다면 우리는 아시아의 AI 산업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새로운 풍요를 위한 준비

다가올 10년은 단순한 산업 변화가 아니라 문명의 전환기다.
AI와 로봇이 만들어내는 풍요의 시대는 분명 오지만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자동화는 일자리를 줄이고, 자본의 집중을 가속시킬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제도적 상상력이다.


AI 세제와 기본소득제 :
로봇이 일한 만큼 사회에 기여하도록 조세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AI 직업 전환 교육 :
단순한 기능인이 아닌,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인재 양성.


윤리적 AI 정책 :
인간의 존엄과 사회의 연대를 유지할 제도적 안전망 구축.


이러한 사회적 기반이 갖춰질 때 AI와 로봇이 만들어내는 풍요는 일부의 독점이 아닌
모두의 기회가 된다.


이미 세상은 ‘로봇이 일하는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 수십 대의 금속 로봇이 공장에서 정확한 리듬으로 용접하는 조립하는 모습은 미래가 아니라 오늘의 풍경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첫째, 이 거대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해해야 한다.
둘째, 그 이해를 바탕으로 준비해야 한다.


AI와 휴머노이드의 시대는 인간의 종말이 아니라, ‘노동의 해방’을 넘어서는 새로운 문명의 서막이다.
그 풍요는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지금의 선택, 지금의 투자, 지금의 사고방식이 10년 뒤 우리의 풍요를 결정한다. 우리가 주저하는 사이 세상은 이미 풍요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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