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미국 시장은 왜 ‘거품’이 아닌가
시장은 흔히 숫자로 세계를 정의한다. PER, PBR, ROE 같은 지표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현실을 가장 크게 왜곡하는 프레임이 되기도 한다. 1970년대 산업 경제에서 만들어진 밸류에이션 도구를 2026년의 미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당연히 ‘고평가’, ‘버블’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이 변한 것이 아니라 자산의 본질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지난 50년간 미국 기업의 기업가치를 구성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1970년대 S&P 500의 자산 중 유형자산(공장, 설비, 재고)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그때 밸류에이션 지표들은 유형자산 기반 기업에 최적화된 도구였다.
그러나 2026년 현재, S&P 500 기업 자산의 90%가 무형자산이다.
브랜드,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AI 모델, 소프트웨어, R&D, 특허, 네트워크 효과
이 자산들을 기존 회계는 ‘비용’으로 처리한다. 가치가 쌓이는데, 장부에는 사라진 비용으로 기록된다.
즉, 미국·빅테크 중심의 무형자산 경제는 회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성장 구조다.
그러니 전통적인 P/E, P/B, ROE가 미국 주식을 ‘버블처럼’ 보이게 되는 건 구조적 착시일 뿐이다.
무형자산의 핵심은 단 하나다.
초기 고정비는 크게, 한계비용은 거의 0에 가깝다는 점.
AI 모델은 한 번 만들면
→ 수십억 명에게 동시에 제공해도 비용 증가가 거의 없다.
소프트웨어는
→ 업그레이드할수록 효율이 올라간다.
데이터는
→ 쓸수록 가치가 쌓인다.
이 구조는 전통 제조업에서 절대 구현할 수 없는 효과를 낳는다.
“승자독식(Winner-takes-most)”
“퍼스트 무버 독점”
“네트워크 기반 시너지 확장”
즉, 무형자산 기반 기업은 이론적으로 “가파른 비대칭적 성장”이 가능하다.
미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유독 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행 회계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오류를 갖고 있다.
AI 개발, 모델 훈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플랫폼 구축 등 모두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기록된다.
→ 실제보다 이익은 줄어든다.
→ 장부가치는 낮아진다.
→ P/B, P/E는 인위적으로 높아진다.
다시 말해, 실제 가치가 장부에 30~40%만 반영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검색 쿼리 데이터베이스,
애플의 iOS 생태계,
메타의 소셜 그래프,
아마존의 커머스·물류 네트워크—all intangible.
그러나 회계에선 0원이다.
이 착시 덕분에
“미국 시장 = 비싸다”
“빅테크 = 버블이다”
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무형자산을 경제적 가치로 재평가하면 미국은 오히려 저평가라는 주장까지 가능하다.
왜 미국 시장만 이토록 무형화되었을까? 여기엔 다섯 가지 구조적 배경이 있다.
미국은 검색·클라우드·OS·SNS·AI·반도체 등 모든 핵심 디지털 인프라를 장악했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세계의 데이터와 디지털 활동은 미국 플랫폼 위에서 돌아간다.
이건 무형자산의 ‘압축된 복리성’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미국 빅테크는 매출의 15~30%를 R&D에 투자한다. 이건 전통 제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비율이다.
한국·일본·유럽 기업처럼 유형자산 중심으로 성장해온 경제와는 전혀 다른 DNA를 갖고 있다.
AI는 ‘무형자산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 더 가치 있는 데이터
소프트웨어 → 더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 더 정확한 알고리즘
AI는 무형자산의 가치 상승 속도를 더욱 가속화한다. 미국이 AI와 함께 압도적 성과를 내는 이유는
“무형자산 기반의 경제 구조에서 AI는 복리의 엔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3억 인구보다 중요한 건 그들이 가진 세계 최대의 단일 디지털 시장이다.
앱스토어, 구글, 메타, AWS 등은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는다.
이건 유럽도, 중국도, 일본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다.
미국은 장기 무형자산 투자에 특화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벤처캐피탈
PE
대규모 R&D 세액 공제
M&A 활성화
상장 후 성장 기업 선호
이런 구조는 ‘무형자산 대국’이 되는 데 최적화된 제도적 기반이다.
지금 미국 시장을 1970년식 제조업 기준으로 평가하면 "비싸다 버블이다" 라고밖에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2026년 미국 시장의 본질은 완전히 다르다.
기업가치의 90%는 무형자산
네트워크 기반 초독점 구조
AI가 무형자산 가치를 기하급수적으로 확대
플랫폼 기반 글로벌 스케일
회계가 실제 자산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착시
즉, 미국 시장의 강세는 밸류에이션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구조의 혁명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형자산 시대의 도구로 무형자산 시대를 해석하면 항상 “버블”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다.
미국 시장은 버블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구조의 선도자다. 무형자산 기반 경제에서 미국은 압도적인 장기 우위를 가지고 있다.
이 구조가 무너지지 않는 한, 미국의 장기 아웃퍼폼은 ‘현상’이 아니라 ‘필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