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경산악회 새해 일출 산행과 기대

2026년 첫 산행은 행경산악회 4대 운영위와 함께

by 꽃돼지 후니

새해 일출 산행은 늘 만만치 않다.
날씨는 춥고, 일출 시간까지의 대기 시간은 길며, 손과 발은 쉽게 얼어붙는다.
게다가 유명한 일출 명소일수록 수많은 산행객이 몰려,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인내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나는 매년 새해 첫날, 다시 산으로 향한다.
한 해의 시작을 가장 편안한 자리에서가 아니라,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힘든 자리에서 열고 싶기 때문이다.
산은 늘 그렇게 말한다.
“쉽게 얻은 새해는 오래 가지 않는다.”


가장 추운 아침, 가장 뜨거운 준비

이번 새해 일출 산행은 행경산악회 4대 운영위원회 분들과 함께한 인왕산 범바위 산행이었다.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에 가까웠고, 예상대로 인왕산에는 이른 새벽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올라 범바위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더디고 조심스러웠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쉽지 않았지만, 누구 하나 서두르지 않았다.
이미 이 산행의 목적은 ‘속도’가 아니라 ‘함께 도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리를 얻는다는 것, 시간을 견딘다는 것

일출 명소에 도착해 자리를 잡는 일은 또 하나의 관문이었다.
사람은 많고, 공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운이 좋게도, 정말 운이 좋게도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30분 이상을 꼼짝없이 서서 추위를 견뎠다.
커피도 준비했고, 핫팩도 준비했지만
추위 앞에서는 그마저도 오래 버텨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무도 먼저 내려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은 지나가고, 이 장면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

KakaoTalk_20260101_090850566_27.jpg 2026년 1월 1일 인왕산 범바위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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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하늘은 묘하게 조용했다.
인왕산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혼자 온 사람, 가족과 함께 온 사람, 연인과 친구들—
모두가 말없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둠을 밀어내며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곳곳에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누군가는 두 손을 모았고,
누군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개인의 건강, 가족의 안녕,
그리고 다시 시작될 한 해에 대한 기대.

나 역시 개인과 가족의 건강과 행복,
회사의 대운,
그리고 함께 걸어온 지인들의 안녕을 마음속으로 빌었다.

KakaoTalk_20260101_090850566_21.jpg 2026년 1월 1일 인왕산 범바위 일출

뜻밖의 선물, 햇무리

해가 충분히 떠오르고,
일출을 보기 위해 모였던 산행객들이 하나둘씩 하산을 시작했다.
우리도 오래 버티기보다는 내려오기로 했다.

하산 길에서 뜻밖의 장면을 만났다.
남산 하늘 위로 햇무리가 나타난 것이다.
평소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누군가는 “좋은 징조 같다”고 말했고,
그 말은 이상할 만큼 모두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닿았다.

KakaoTalk_20260101_090850566_14.jpg 2026년 1월 1일 남산 넘어로 보이는 햇무리 현상

내려와서 나누는 진짜 이야기

기운이 좋다고 느껴지는 장소에서
운영위원들과 단체 사진을 남긴 뒤,
뒷풀이 장소인 대성집으로 이동했다.

도가니탕으로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막걸리 한 잔을 곁들여 덕담과 가벼운 담소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2026년 행경산악회 운영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계획보다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
일정보다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였다.

산행은 늘 그렇다.
정상보다, 내려와서 나누는 대화가 더 오래 남는다.

KakaoTalk_20260102_042719630.jpg 2026년 1월 1일 영천시장 내 대성집에서

좋은 시작이란

이번 새해 일출 산행은 결코 쉽지 않았다.
춥고, 붐볐고, 기다림은 길었다.
하지만 그 모든 조건을 견뎌낸 끝에
아름답고 위대한 해돋이를 마주했다.

산은 늘 정직하다.
견뎌낸 시간만큼만 풍경을 내어준다.

올해 행경산악회의 시작이
이렇게 단단한 산행으로 열릴 수 있어 다행이다.
좋은 기운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견디며 만들어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시간이었다.


행경산악회 4대 운영위와 함께한 일출산행

새해 일출 산행은
단순히 해를 보는 행사가 아니다.

한 해를 살아갈 태도를
몸으로 먼저 확인하는 의식에 가깝다.

추위를 견디는 법,
사람 속에서 질서를 지키는 법,
그리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법.

이 모든 것이
행경산악회가 지향해 온 가치와 닮아 있다.

올해도 우리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걸어갈 것이다.

인왕산 범바위에서 맞이한 그 해돋이처럼,
2026년 행경산악회의 모든 산행이
각자의 삶에 작은 빛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KakaoTalk_20260101_090850566_26.jpg 2026년 1월 1일 행경산악회 4대 운영위 산악대장님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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