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식 산행

한 해의 첫걸음을 산에서 시작하는 이유

by 꽃돼지 후니

매년 1월 2일, 우리는 시무식을 산에서 시작한다.
회의실도 아니고, 강당도 아닌 산이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굳이 힘들게 산을 오르느냐고.
하지만 나는 이 질문에 늘 같은 답을 한다.
“한 해를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그 해를 어떻게 버텨낼지를 결정한다”고.


올해 시무식 산행지는 함백산이었다.
기운이 좋기로 유명한 산, 그리고 무엇보다 ‘정직한 산’이다.
행경산악회 정기 산행과 달리, 회사 시무식 산행은 임직원과 계열사 대표, 임원들이 함께하는 자리이기에 무리할 수 없다.
그래서 늘 기준이 명확하다.
4시간 이내, 정상 도달, 하늘에 고사, 그리고 원점 회귀.
짧지만 의미는 깊게, 부담은 줄이되 상징성은 분명하게다.


새벽 6시 30분, 여의도에서 첫 승차가 시작됐다.
그리고 7시, 양재에서 합류한 인원까지 총 23명. 자가용 이용 3명 포함해서 26명이 함백산 산행을 함께 한다.


버스 안은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얼굴들이었지만,
그래도 묘하게 설렘은 있었다.
운영위에서 준비해준 김밥과 간식을 나눠 먹고 이내 대부분은 잠에 들었다.
산으로 가는 길 위에서 자는 잠은 늘 깊다.
마치 마음이 먼저 쉬는 느낌이다.

28인승 버스로 함백산에 가다

10시 30분, 만항재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했다.
만항재 쉼터에서 함백산 정상까지는 약 3.5km.
숫자만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중간에 껄떡고개가 한 차례 나온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생각보다 숨이 가쁘고 다리가 무거워지는 구간이다.

(나중에 임원 몇 분이 감악산 등과 비교해 더 힘들었다고 한다)

만항재쉼터에서 출발

나는 늘 그렇듯 길잡이를 맡아 선두조로 출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분들의 컨디션이 눈에 들어왔다.
표정이 굳어 있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산악대장은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도착하도록 조율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선두에서 빠져 후미조로 내려갔다.

짐을 대신 들고, 속도를 낮추고,
“조금만 쉬었다 가자”고 말하며 한 걸음씩 함께 걸었다.


정상은 혼자 먼저 찍는 게 의미가 없다.
모두가 함께 올라가야 정상이다.
결국,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함백산 정상에 섰다.

정상은 의외로 한산했다.
덕분에 개인 사진도 찍고, 단체 사진도 여유 있게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시산제 겸 고사를 올렸다.
핑거패밀리의 사업 대박,
임직원과 가족들의 건강,
각자의 소망을 하늘에 올렸다.

핑거패밀리 2026년 신년 새해 산행

혼자라면 조금 부끄러울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함께라서 괜찮았고,
오히려 함께라서 더 뿌듯했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에는
“올해는 잘 되겠다”는 확신 같은 게 들었다.
근거는 없지만, 산에서는 그런 확신이 종종 생긴다.

하산은 원점 회귀 코스라 올라올 때보다 훨씬 수월했다.
중간 지점까지 버스를 내려오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급히 뛰어 내려가 기사님을 만나 위치를 조정했다.
후미조에 계신 분들의 체력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이런 작은 판단 하나가
산행 전체의 안전을 좌우한다.

하산 후에는 밥상머리 백숙집으로 이동했다.
닭 백숙과 오리 백숙을 앞에 두고 자연스럽게 잔이 오갔다.
각자 새해 소원을 말하고,웃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산에서 내려와 먹는 음식은 늘 맛있지만,
그중에서도 이런 자리는 유독 기억에 남는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부회장님의 강력한 추천과 임원들의 동의로 원주에 있는 치악산 참숯가마에 들렀다.
숯가마에서 땀을 빼고, 삼겹살로 2차를 이어갔다.


결국 여의도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를 조금 넘겼다.
긴 하루였지만,
아무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산악대장으로서,
무엇보다 안전한 산행이 되어 다행이었고, 좋은 날씨까지 더해져 정말 기운 좋은 하루였다.
이런 날은 이상하게도
“올 한 해 계획한 일들이 다 잘 풀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무식 산행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한 해의 리듬을 맞추는 의식이고, 조직의 호흡을 하나로 만드는 과정이다.
산에서는 직급도, 역할도 잠시 내려놓게 된다.
같은 경사를 오르고, 같은 숨을 쉬고,같은 정상에 선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한 해의 시작을 산에서 열고 싶다.
편하지는 않지만, 분명 의미는 있다.
올해 함백산 시무식 산행은 그야말로 ‘대박 산행’이었다.

2026년 1월 2일 시무 산행 - 함백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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