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주마카세 이야기

사람을 읽고, 음식을 내다

by 꽃돼지 후니

행경산악회 4대 회장이 된 정훈이는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방식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주마카세를 예약하고, 1대부터 3대까지 전임 회장님들을 한자리에 모셨다. 공식적인 회의도, 형식적인 보고도 아닌 자리. 훌륭하게 임기를 마친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산악회 방향과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


주마카세에 부탁한 조건은 분명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고, 막걸리를 좋아하시며, 사회적으로도 저명한 분들이니 부담 없는 제철 음식으로 대접하고 싶다는 것. 과하지 않되 성의는 충분한 음식, 기억에 남되 몸에 무리가 없는 음식. 그 자체가 이 자리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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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딸부자네불백 가로수점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주마카세 셰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전임 회장님들이 한 분씩 순차적으로 도착하셨다. 인사를 나누는 분위기부터 이미 이 자리가 잘 준비되었다는 예감이 들었다.


첫 음식은 식전이자, 1대 산악회 회장님이자 행복한경영대학 이사장님을 위한 상차림이었다.
잡채, 생굴회, 톳과 꼬막무침, 포항 시금치무침, 그리고 문어숙회.
이사장님은 음식을 보시자마자 “어떻게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했어?”라며 환하게 웃으셨다. 막걸리와 함께 차려진 음식 앞에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는 풀어졌고, 그 표정 하나로 오늘 자리가 왜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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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메인 음식은 2대 산악회 회장님이자 컨설턴트 대표님을 위한 음식이었다.
송이가 들어간 전가복, 딸부자네 불고기백반, 그리고 삶은 꼬막.
“이런 걸 여기서 먹을 줄은 몰랐네. 이렇게 비싼 음식을 준비해줘서 정말 고맙다.”
감사의 말 속에는 음식의 가격보다, 나를 위해 준비했다는 마음이 더 크게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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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음식은 3대 산악회 회장님이자 국내 최고의 AI 전문가인 대표님을 위한 구성이다.
굴전, 부추전, 그리고 무가 들어간 냄비밥에 김과 김장김치.
막걸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제철 굴로 전을 만들어 안주로 대접하고 싶었다는 셰프의 의도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때 2대 회장님이 한 말씀을 덧붙이셨다.
“나는 사실 냄비밥을 정말 먹고 싶었어. 이렇게 바로 지어 먹은 밥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네.”


그 말 한마디에 음식이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기억을 건드리는 장치가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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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과일이 나오며 주마카세의 모든 음식이 마무리되었다.
역대 회장님들은 가게 벽에 흔적을 남기고, 단체 사진으로 자리를 정리했다. 모두의 표정이 밝았고,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다음을 기약하는 여운으로 이어졌다. 이 자리가 만족스러웠다는 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1대 회장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주마카세 진짜 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초대해줘서 너무 고맙네. 맛있는 음식에 스토리까지 얹어줘서, 좋은 추억을 남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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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사를 끝으로 우리는 모두 밖으로 나와 2차로 맥주집으로 향했다.
잘 차려진 음식 한 상이 사람을 연결하고, 세대와 역할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걸 보며 다시 생각했다. 음식이란 결국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주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날의 주마카세는 그래서 더 특별했다.
음식 하나하나에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마다의 이야기가 있었다.
스토리가 있는 음식은 오래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은, 결국 사람을 다시 만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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