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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돼지 후니 Dec 02. 2024

폐업의 도미노

어느 자영업자의 현실와 고뇌

1. 적막한 거리

2024년, 서울의 한 골목길은 경제적 절망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간신히 극복한 자영업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또 다른 위기가 그들을 덮쳤다.


고금리, 급등하는 임대료, 치솟는 인건비와 식자재 비용은 그들의 생존을 위협했다. 미중 갈등, 글로벌 전쟁 위험, 고유가와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경제 심리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퇴직은 일자리 부족과 맞물려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별다른 대안 없이 자영업은 마지막 생존 수단으로 선택되었고,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영업을 해도 대출이자, 인건비, 세금을 지불하고 나면 사장에게 남는 돈은 거의 없었다. 10년 이상 버텨온 자영업자들마저 하나둘 폐업의 길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객의 99%가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세금과 4대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되었고, 이는 자영업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직접 자영업자들을 폐업으로 내몰고 있다는 탄식이 거리 곳곳에서 들려왔다.


새벽 5시, 후니는 오래된 가게 셔터를 천천히 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6년간 서울 주요 상권에서 IMF와 코로나19 대유행까지 잘 극복하고 운영해온 이 식당은 더 이상 과거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 상권은 이미 폐업의 그림자에 휩싸여 있었다. 한때 활기차던 골목길은 이제 폐업한 가게들로 가득 메워졌고, 남아있는 가게들마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사장님,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순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후니는 고개만 끄덕였다. 커피 한 잔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 시대의 자영업자들에게 커피는 더 이상 위안이 되지 않았다.


2. 경제의 한파

2024년 11월, 대한민국 경제의 얼어붙은 절망은 마치 시베리아의 혹한처럼 잔인했다. 후니의 눈에 비친 현실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전쟁터였다.


건설사들의 도미노 파산은 마치 지진처럼 경제 기반을 흔들었다. 삼성, 롯데, 포스코 같은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이라는 냉혹한 도끼를 휘둘렀고, 수천 명의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의 공포는 사회 전체를 공포에 떨게 했다.


환율은 마치 미친 듯이 폭등했다. 1달러에 1,400원을 돌파하며 수출기업들의 등줄기에 식은땀을 흘렸다. 수입 원자재 가격은 하늘을 찔렀고, 중소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식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돼지고기는 kg당 2만원을 웃돌았고, 채소 가격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후니의 식당에서 사용하는 재료 단가는 6개월 만에 무려 40%나 상승했다.


은행 대출금리는 5%를 훌쩍 넘어섰다. 그의 3억 원의 대출금은 이제 매달 1,500만 원의 이자만 물어내야 했다. 한때 꿈꿔왔던 노후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은 텅 빈 구호에 불과했다. 말로만 떠들어댈 뿐, 실질적인 지원은 그림의 떡이었다. 오히려 4대 보험, 세금은 계속해서 올라 자영업자들의 목을 조여왔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후니는 한밤중에 장부를 보며 분노와 절망에 휩싸였다.


가계부채는 1,700조 원을 돌파했고,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중 갈등, 중동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경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치달았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퇴직 후 달리 갈 곳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요식업, 편의점, 택시기사까

지. 그들의 은퇴 자금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방패막이였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자영업자들에게 또 다른 악몽이었다. 카드 사용 비중이 99%를 넘어서면서, 수수료와 부가가치세는 그들의 이윤을 갉아먹었다. 100만 원 매출에서 실제 손에 쥐는 돈은 고작 60만 원도 되지 않았다.


"정부는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 후니는 절규했다.


그의 눈빛은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생존을 위한 전쟁, 그 어느 때보다 잔인한 경제 전쟁의 한복판에 그는 서 있었다. 밤마다 주변 상인들이 후니네 가게에 모여 터줏대감인 후니한테 하소연 하는게 이제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사장님 혹시 가게 내 놓으셨나요? 우리는 모두 권리금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바로 팔겁니다"


폐업의 도미노는 이미 시작되었고, 멈출 줄 모르고 굴러가고 있었다.


3. 생존의 아슬한 줄타기

후니의 내면은 마치 폭풍우 치는 바다와도 같았다.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내면은 끝없는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 때마다 그의 손은 떨렸다. 오늘도 손님이 올까? 오늘도 버틸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이 그의 뇌리를 끊임없이 맴돌았다. 16년간 쌓아온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은 그를 밤마다 악몽으로 괴롭혔다.


순옥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가득했다. 16년간 함께해온 직원, 그녀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매달 월급을 주는 것조차 벼랑 끝에서 줄타기하는 느낌이었다.


장부를 들여다보는 그의 눈에는 절망과 분노가 교차했다. 수입은 뚝뚝 줄어들고, 지출은 하늘을 찔렀다. 전기세, 수도세, 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대출이자까지. 마치 거대한 블랙홀이 그의 자금을 집어삼키는 듯했다.


"이렇게 버티다가는 결국 폐업이야."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동시에 "포기할 순 없어"라는 의지도 그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밤마다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끝없는 고민에 빠졌다. 잠들지 못하고 계속해서 숫자들과 싸웠다. 대출금 상환, 다음 달 임대료, 직원 월급, 식자재 비용... 마치 불가능한 퍼즐을 맞추려는 것처럼.


그의 내면은 두 개의 상반된 감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했다. 한쪽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절망감, 다른 한쪽에서는 끝까지 버티겠다는 끈질긴 의지.


아내마저 그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후니는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묵묵한 지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녀와 아이들의 미래까지 생각하면 더욱 벅차 올랐다.


세금 고지서는 그에게 최후통첩서 같았다. 정부의 각종 공과금과 세금은 마치 그의 목을 조여오는 올가미 같았다. 매달 세금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미미했고, 그 돈마저도 다음 달 생존을 위해 써야 했다[5][6].


"이게 정말 장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후니는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그의 심리는 마치 전쟁터와도 같았다. 매일매일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이었고, 승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전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16년간 쌓아온 꿈, 직원들의 생계, 가족의 미래. 이 모든 것이 그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후니의 눈빛은 여전히 강인했다. 두려움과 희망, 절망과 의지가 교차하는 그의 내면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4. 절망의 풍경

후니는 최근 본 넷플릭스 영화 '전란'의 장면을 떠올렸다. 영화 속 전쟁 이후 국민들의 참혹한 생존 현장은 지금의 대한민국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고위직 관료들은 여전히 넉넉한 식사를 즐기고, 호화로운 연회를 벌이는 반면, 국민들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외침은 점점 더 거세졌다. 자영업자, 노동자, 중소기업인, 교수, 종교단체들이 하나로 모여 정부의 무능력을 규탄했다. 지식인들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끊임없는 거짓말에 시국선언을 외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제대로 숨 쉴 수 있게 해달라!" 


거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외침은 절망과 분노의 메아리였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직시하고, 시급하게 관련 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는 점점 더 거세졌다.


후니는 요즘 뉴스를 보며 조선 말기를 떠올렸다. 백성들은 고통 받고, 높은 사람들은 폭리를 취하는 그 시대와 현재가 너무나 닮아 있었다.


미국의 고립주의, 급격히 변동하는 환율, 폭등하는 물가. 혁신 준비 없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이제 생존의 기로에 서 있었다.


"나라가 이렇게 돌아가면 안 되지." 후니는 텔레비전을 끄며 중얼거렸다.


어느덧 주말이면 광화문 거리에 모인 시위대의 구호는 점점 더 커져갔다. 그들의 외침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 생존을 위한 절규였다. 


"우리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통령 퇴진, 국민 살리기!"


후니의 마음속에서도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이제 단순한 자영업자가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 싸우는 수많은 국민들의 대표자였다.


텅 빈 가게, 줄어든 손님, 치솟는 물가, 벅차오르는 대출이자. 이 모든 것들이 그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했다.

조선 말기의 민초들처럼, 지금의 자영업자들도 무너져가는 나라를 지켜보며 절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눈빛에는 희망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후니는 다시 한번 굳게 믿었다. 이 절망의 풍경 속에서도 반드시 길이 있을 것이라고.


5. 순옥 씨의 눈물

어느 날, 순옥 씨가 후니에게 다가왔다. "사장님, 저 그만두겠습니다."

후니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왜 갑자기?"

"사장님이 너무 힘들어하시는 게 보여서요. 저라도 그만두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순옥 씨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후니는 순옥 씨가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만둔다고 나아질 일이 아니야. 우리 끝까지 버텨 보자." 그러나 후니의 표정은 무거웠다. 그녀를 붙잡은 말은 했지만, 현실적인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 밤, 직원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후니가 얼마나 힘든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우리, 그냥 월급 받으려고 일하는 게 아니잖아. 이곳이 잘못되면 우리도 다 끝이야." 순옥 씨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곳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었다. 10년 넘게 함께해온 시간 동안 직원들 각자의 삶의 터전이자 가족 같은 공간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자."


다음 날, 직원들은 후니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후니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맞았다.

"사장님,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같이 찾아봅시다." 순옥 씨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무슨 뜻이야?" 후니가 묻자, 다른 직원이 말을 이었다.


"일단, 월급을 줄여 주셔도 괜찮습니다. 힘든 시기만 버티면 다시 보상해 주시면 되잖아요."

후니는 깜짝 놀랐다. "그건 안 돼. 너희도 생활이 있는데…"

"저희도 알아요. 그렇지만 가게가 먼저 살아야 우리도 삽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 더 일찍 문 열고, 한 시간 늦게 닫는 건 어떨까요? 더 많은 손님을 받으면 매출이 늘어날지도 모르잖아요."


후니는 말없이 그들을 바라봤다. 직원들의 눈빛은 결연했다. "손님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할게요. 저희 때문에 손님들이 기분 좋아서 한 번 더 찾아오게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SNS 홍보도 저희가 할게요. 다들 요즘 휴대폰 많이 보잖아요. 저희도 손님들한테 '인증샷' 올리라고 말해볼게요." 또 다른 직원이 제안했다.


후니는 깊이 생각에 잠겼다. 직원들이 이렇게까지 나서줄 줄은 몰랐다. "너희들이 정말 괜찮겠어? 쉽지 않을 텐데."

"사장님, 우리도 여기서 오랫동안 일했어요. 이 가게가 잘 돼야 저희도 잘 되는 거예요." 순옥 씨가 단호하게 말했다.

후니는 마음 깊이 감동했다. "알겠어. 우리 다 같이 해 보자." 그는 직원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6. 새로운 도전의 시작

후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가게 문을 잠시 바라봤다. 문밖으로 이어지는 세상은 여전히 침울하고, 경기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 속 어딘가에서 작지만 단단한 결심이 자리 잡았다. "힘들어도 버텨보자. 포기하지 않는 한 끝난 건 아니니까."


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다시금 돌아봤다. 16년 동안 찾아준 단골 손님들, 함께 웃고 울었던 직원들, 그들이 땀 흘리며 지켜온 이 공간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졌다. "이 가게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여기는 우리가 함께 만든 곳이고, 함께 지켜야 할 곳이야."


후니의 마음에는 두려움과 부담이 여전히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감정이 자리 잡았다. 믿음. 직원들이 보여준 헌신과 고객들이 보내준 응원이 그의 심장을 강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세상이 어렵다고 내가 여기서 물러설 순 없어. 종업원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찾아와 준 손님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자리를 지키는 거야. 버티고 또 버티는 거지."


후니는 눈을 감고 깊이 호흡했다. 머릿속엔 감사의 마음이 가득했다. "내가 평생 갚아야 할 은혜야. 이곳을 지키면서, 직원들과 손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아가자."


그는 다시 한 번 가게의 불을 환하게 켜고, 손잡이를 꽉 쥐었다. 가게 문을 여는 손길에 어느 때보다 확신이 묻어났다. "우린 함께 할 수 있어."


그리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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