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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상일커피 Jun 06. 2016

나를 움직이는 커피.

마음의 시원함이 필요했던거야.

이제 6월인데 왜 벌써부터 날이 이렇게 더운지..


조금만 걸어도 땀도 나고 쉽게 짜증이 난다.


이럴 때 비라도 시원하게 왔으면...


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비가 오면 또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고 신발이나 옷이 젖어서 귀찮아지겠군..


평소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할만한 모든 것들이 다 부정적이게 되는 여름의 무더위.


물도 유독 많이 마시게 되고, 얼음이 생각난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는 은행이나 어떠한 공간에 죽치고 앉아서 하루를 보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근처에 카페에 와서 메뉴판을 한번 훑고는 바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시원한게 필요했지만서도 맛까지 있었으면.. 이라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앉아서 브런치를 쓰려고 준비를 했지만 도저히 시원한 음료를 마시지 않고서는 쓸 수가 없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드르륵 틱.틱.틱. 쿵쿵쿵 우웅... 쪼르륵..


바리스타가 원두를 그라인더로 분쇄하고 포터필터에 원두를 담고 탬핑을 하고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내린다. 그리고 얼음이 담긴 잔에 물을 붓고 에스프레소를 넣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완성한다.


그것을 보며 침을 꼴깍 삼키며 어서 빨리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두근.. 두근.. 두근...


참 많이 목이 마르긴 했지만 눈을 감고 코로 향을 깊이 들이 마시고 향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았다.


견과류의 고소하고 과일의 상큼한 향이 코를 자극하는 순간 굳었던 몸이 풀어졌다.


쮸으으읍..


이런.. 1/3이나 없어져버리다니..


얼음만 많고 내용물이 적은건지 아니면 나의 흡입력이 좋은건지.. 의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고 나서 모든 게 괜찮아졌다.


커피의 시원한 산미 덕분에 청량감은 높았고, 뒤에 오는 초콜리티한 단맛과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지면서도 느껴지는 후미가 여운이 있는 커피 한 잔이 무더위부터 시작한 나의 짜증을 다 날려주었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이 이렇게도 나의 상태를 바꿔 놓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그리고 브런치를 쓰기 위해 자판에 손을 올려 놓은 순간 그냥 지금 느낀 이 감정을 남겨두고 싶었다.


커피 한 잔에 모든 게 괜찮아지는 이 순간을 말이다.


커피를 통해 가장 중요한 건 나의 마음의 상태였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됐다.


그래, 마음의 시원함이 필요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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