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서평 | 움직임의 힘, 켈리 맥고니걸 저, 2020, 안드로메디안
러너스 하이를 느껴 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는 달리다가 힘든 시점을 넘어가면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러너스 하이를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다만 뛰다 보면 뭔가 내가 생돔감 있게 살아 있음에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혹은 고강도로 뛰고 나면 심장이 편안해지는 느낌에 기분이 좋곤 했다. 그래서 러너스 하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내가 느낀 경험이 러너스 하이가 맞는 것 같다. 러너스 하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진화 생물학과 연관이 있다.
이 주장의 기본 전제는 10만 년 전 인간의 DNA는 현재와 비슷하다는 데 있다. 10만 년 전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하루에 10~15km를 돌아다니며 사냥과 채집을 했어야 했다. 그것을 장려하기 위해 인간은 사냥과 채집을 할 때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화학물질이 나오며 기분이 좋아지게끔 진화했다는 것이다. 신경과학자들이 엔도카나비노이드에 대해 연구한 결과 이 호르몬은 30분 동안 천천히 운동을 했을 때 수치가 늘지 않았다. 진이 빠질 정도로 격렬하게 달린 경우도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면 언제 생기는가? 중강도 정도의 가벼운 러닝을 했을 때 엔도카나비노이드 수치가 3배 올라갔다고 한다. 이 정도 운동 강도는 우리가 10만 년 전 사냥을 하거나 채집을 위해 달리던 수준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엔도카나비노이드의 효과는 1) 통증에 대한 감각을 둔화시켜주고, 2) 불안감을 줄여주고, 3) 행복감을 높여주고, 4) 사람들과 가깝게 느끼도록 해준다고 한다. 인간은 사냥과 채집 이후 얻은 결과물을 나누어 먹었다. 그래야 생존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나면 사람들과 가깝게 느낀다고 한다.
나는 요즘 서울실천교육교사 모임에서 조깅 모임을 하고 있다. 결국 이것은 사람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으며 행복감을 느끼는 최고의 길이다. 그래서 이 모임을 함께 한 사람들이 되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또 다른 이야기는 '운동의 중독성'이다. 우리는 흔히 중독이라고 하면 약물 중독, 그중에서도 '마약'을 떠올린다. 마약은 순간적인 쾌감을 주지만 그 이후에 엄청난 우울감을 가지고 온다. 이것은 뇌의 항상성과 연결된다. 우리 뇌는 도파민 수치가 갑자기 높아지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반보상 체계를 활성화시킨다. 그런데 마약을 습관적으로 복용하면 반보상 체계가 수시로 활성화되어 마약을 하지 않아도 반보상 체계가 활성화되고, 불쾌감이 항상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을 그렇지 않다. 운동에 중독되려면 1주에 4회, 6주 정도 운동을 하면 되는데 운동에 중독되면 마약을 했을 때와 다르게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순식간에 다량 분출되지 않고, 시스템을 자극해 뇌를 아주 서서히 적응시킨다. 운동은 순환하는 도파민 수치를 더 올려서 도파민 수용체의 유용성을 더 높인다. 즐거움을 느끼는 역량을 무력화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확장하는 것이다.
나는 조깅을 한 지 4년 정도 되었다. 이제 조깅을 하며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왜 운동을 할 때 행복한지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 깨달았다.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운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