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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명근 Jul 03. 2024

지방대 교수의 하루(2)

화요일

여섯 시에 일어나 아내와 함께 출근 준비를 하고 ktx역으로 향한다. 아내에게 인사를 하고 행선지를 정한다. 오늘은 천안 캠퍼스에서 수업이 있는 날이다. 아산 캠퍼스에 들렀다 천안으로 넘어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운전하느라 버리는 시간이 많아서 아깝다. 천안 캠퍼스 인근에 7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스타벅스가 있다. 서울에 살 때는 모든 스타벅스가 7시부터 여는 줄 알았는데, 지역마다 여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와서 알았다. 


7시 10분에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샌드위치도 하나 시킨다. 오늘은 11시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강의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점심 먹을 시간이 없다. 스타벅스 2층 구석진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자리에 앉는다. 음.. 이 온도, 이 습도.. 적절하다. 커피 향을 맡으며 플래너를 꺼내 해야 할 일 목록을 적는다. 혹시 빠뜨린 것이 없나 앞 페이지를 살펴보기도 하고, 새로 생긴 업무가 없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일곱시 반부터 연구실에서 하듯 다시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한다. 남들이 보니까 더 공부가 잘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옆 사람 다리 떠는 소리가 신경쓰여 노트북을 들고 다른 자리로 옮기기도 한다. 오늘은 글을 별로 못 썼다. 


열한 시, 수업을 하러 캠퍼스로 간다. 2호관 2층의 강의실이다. 넓은 강의실에 30명 정도의 학생들이 앉아있다. 오늘 교과목은 <교육평가>다.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직 이수하는 학생들이 필수로 수강해야하는 교과목이다.      


“출석 부르겠습니다.”     


요즘은 출석을 어떻게 부르는가 하면 스마트폰과 자동으로 연동되어 있어 블루투스로 출석이 체크 된다. 가끔 교실에 있는데도 출석이 안 찍힌 학생들의 이름이 교수용 어플리케이션에 뜨게 되면 그 학생들의 이름만 불러서 왔는지 확인한다. 수업이 시작된다.


그동안 유튜브를 봐온 것은 모두 수업을 위해서였다. 학생들에게 회심의 요즘 언어를 써본다.     


“여러분도 이런 교수들 보면 뚝배기 부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뚝배기를 부순다는 것은 머리통을 깨버리고 싶다는 무시무시한 표현이다. 다행히 학생들이 낄낄거리며 웃는다. 성공이다. 이 작은 성공을 위해 나는 그리도 몸부림 쳤던 것이다. 


요즘 학생들 책상 위에서 찾기 힘든 것이 바로 책과 펜이다. 책은 아이패드로 펜은 애플펜슬로 대체되었다. 더 신기한 학생들은 책상 위에 아무 것도 없다. 팔짱을 끼고 앉아 책상 위에 핸드폰 하나만 두고 멍하니 수업을 듣고 있다. 처음 임용됐던 5년 전과도 사뭇 많이 달라진 풍경이다. 처음에는 좀 화가 나서 당황하라고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 신기하게 잘 대답했다. 알고보니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녹음하고, 클로버 노트 같은 어플리케이션으로 받아쓰기하고, 필기가 필요한 부분은 폰을 들어서 사진을 찍는 식으로 하고 있었다. MZ세대는 이렇게 수업을 듣는데, 교수만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수업을 마치며 여느 때와 같이 말한다.     


“질문 있는 사람은 나와서 질문하세요. 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칠판을 지우며 질문하는 학생들이 나오기를 기다려본다. 학생들은 썰물처럼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아무도 없다. ‘수업이 재미가 없었나?’ 하며 차로 간다.     


연구실이 있는 아산 캠퍼스로 이동한다. 가는 길에 맥도날드에 들려 빅맥 세트를 하나 사고, 콜라는 제로 콜라를 고른 뒤 마시며 연구실로 간다. 연구실에 오면 두 시 반쯤이다.


두시 반부터 다섯 시 반까지는 여느 때처럼 책을 읽거나 밀린 잡무를 한다. 메일도 쓰고, 회의자료도 보내준다. 학교에서 맡고 있는 작은 센터에서도 보고 내용이 올라온다. 보고 내용을 확인하고 본부에 전달한다. 

다섯 시 반. 옷을 갈아입고 학교 체육관 내 에어로빅실로 이동한다. 오늘은 주짓수 동아리가 있는 날이다. 2015년부터 만으로 약 7~8년간 주짓수를 수련해 왔다. 3년 전쯤 학생들이 연락을 해왔다. 주짓수 동아리를 만들려고 하는데 지도교수가 돼줄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고, 모임이 있는 이틀 중 하루는 수업을 해주기도 하고 스파링도 함께 해주고 있다. 내가 해주는 것인지 애들이 해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같이 땀 흘리고 운동하는게 참 즐겁다. 일곱시 반까지 운동을 하고 집으로 향한다. 아내는 친정에서 자고 온다고 연락이 왔다. 서울-천안을 매일 출퇴근 하면 너무 고되므로, 1주일에 두 세 번만 천안에 와서 잔다.


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여덟 시다. 간단히 밥과 반찬을 그릇에 덜어서 유튜브를 보면서 먹는다. 주로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보면서 먹는다. 프로들끼리 서로 하찮아 하는 모습이 너무 재밌다. 밥을 먹고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고, 맥주 한 캔을 사서 들어온다. 유튜브를 보며 맥주를 마시다 열한 시가 되고, 웹툰을 보다 잔다. 화요 웹툰은 보고 싶은 게 별로 없어서 일찍 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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