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 24-70mm 2세대, 28-45mm, 65mm 체험기
[세 줄 요약]
1. 이번 시그마 렌즈 쇼케이스를 통해 향후 시그마의 행보를 짐작할 수 있어 좋았다.
2. 평소 써보고 싶었던 렌즈를 모두 써보았고, 개인적으로는 Art 50mm F1.2 DG DN 렌즈와 Comtemporary 65mm F2 DG DN 렌즈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3. 평소 사진 촬영할 때는 단렌즈를 즐겨 사용합니다만 표준 줌렌즈도 인물 촬영에 쓸만하다고 느꼈으며, 인물 사진 촬영시 프로 모델님들이 가진 역량, 그리고 라이팅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2주 전쯤인가 시그마 렌즈 쇼케이스 행사가 열린다는 내용을 보고 신청하였는데 덜컥 선정되어서 지난 토요일(07/13)에 설레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오랜시간 사진을 취미로 삼아왔지만 렌즈 체험 행사는 처음 참여한 것이라 신선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자리였다. 이번에 경험했던 것들을 토대로 시그마 쇼케이스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번 쇼케이스 행사는 최근 발매된 시그마 신제품 렌즈 6종에 대한 체험 기회를 제공해주는 자리였다. 렌즈 체험만이 아니라 렌즈가 개발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 평소 궁금했던 렌즈들을 써보면서 어떤게 나에게 맞는 렌즈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그마 입장에서도 이런 행사를 통해 잠재 고객층에게 렌즈의 성능을 확실히 어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홍보되는 효과도 고려해 기획한 행사였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시그마 렌즈의 구입을 고려해보고 있는 잠재고객층이며, 렌즈의 사용감 및 화질이 궁금했던 입장이라 무척 만족스러운 자리였다. 내가 사용해본 렌즈는 다음과 같다.
[체험 가능했던 렌즈 목록-신제품 6종]
Sigma Art 24-70mm F2.8 DG DN ll (실내 촬영용으로 체험)
Sigma Art 50mm F1.2 DG DN (루프탑 촬영용으로 체험)
Sigma Art 28-45mm F1.8 DG DN (루프탑 촬영용으로 체험)
Sigma Sports 70-200mm F2.8 DG DN OS (루프탑 촬영용으로 체험)
Sigma Art 15mm F1.4 DG DN DIAGONAL FISHEYE (미체험, 체험용으로 제공되었으나 선택하지 않음)
Sigma Sports 500mm F5.6 DG DN OS (미체험, 체험용으로 제공되었으나 선택하지 않음)
[야외 스냅 촬영시 체험해본 렌즈]
Sigma Contemporary 65mm DG DN (야외 스냅 촬영용으로 체험)
+ 야외 스냅의 경우 모든 Contemporary 렌즈 체험 가능하도록 준비해주셨으나 65mm가 가장 궁금하였기에 두 차례의 체험 기회가 왔을 때 모두 65mm만 사용해보았다.
행사가 진행된 곳은 합정에 있는 에스엘알빌딩으로, 빌딩 안에 자체적으로 호리존 촬영 공간 및 루프탑 촬영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다. 나를 포함해 약 열 다섯 명 정도가 초대되었고 그 외에는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관계자분들과 시그마에서 아시아 마케팅, 카메라/렌즈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타타미야 히사시님, 실내 인물 촬영을 가이드해주실 김용만(데르센) 작가님, 그리고 함께 촬영에 임해주실 모델 두 분(켄지 그레이님, 강지은님)이 참여해주셨다.
개인적으로 쇼케이스에서 렌즈 개발 비화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타타미야 히사시님은 일본분이신데도 한국어로 유창하게 설명을 이어주셔서 렌즈에 대한 설명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렌즈를 매우 얇게 가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24-70mm 렌즈를 전작 대비 7% 부피를 줄이고, 10% 가까운 무게를 경량화한 점, 50mm F1.2의 경우 시그마 최초로 13개의 조리개날을 탑재하여 극상의 원형 보케를 유지하려고 했던 점, 또 기존 HLF 모듈을 재설계하여 기존대비 약 25%의 두께를 감소시키고, 무게는 44% 감소시키면서 무게 경량화를 시도한 점이 눈에 띄었으며 최근 주목을 받았던 28-45mm F1.8 렌즈의 경우도 무게 1Kg 이하를 달성하기 위해 앞의 1면의 비구면 렌즈로 빛을 크게 구부리고, SLD 렌즈와 비구면 렌즈만으로 뛰어난 화질을 달성한 점이 흥미로웠다.
* FLD 렌즈 : 시그마의 FLD 유리는 ‘F Low Dispersion’의 약자로 최고 수준 저분산 유리를 의미한다. 색수차를 줄이기 위해 사용된다.
* SLD 렌즈 : Special Low Dispersion glass의 약자로 FLD와 마찬가지로 저분산 렌즈다.
* 비구면 렌즈 : 구면 수차를 보정하여 렌즈 왜곡을 잡기 위해 사용되는 렌즈다.
그 외에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신제품 개발 로드맵에 대해 공개해주셨다. 극상의 화질을 추구하는 시그마다보니 타사 35-150과 같은 고배율 줌렌즈가 없어 아쉬웠는데, 향후 고배율 줌렌즈 라인업을 출시한다는 점이 반가웠다. 이외에도 신형 Foveon 센서가 탑재된 카메라의 개발 및 양산을 할거라는 소식을 전해주셨으며 마찬가지로 Foveon 센서를 탑재한 일체형 카메라인 DP 후속 모델을 개발한다고 하여 무척 놀랐다. Foveon 센서가 기존 Bayer Pattern으로 만들어진 센서 대비 확실히 놀라운 화질을 보여주었던 것을 알고 있기에 DP 후속 및 Foveon을 사용한 미러리스 개발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가장 기뻤다.
이후 촬영 조를 3개 조로 나누어 촬영이 진행되었는데, 각 조별로 로테이션을 하면서 3개의 촬영 환경을 두 번씩 체험해보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었다. 각각의 촬영 환경은 크게 루프탑 촬영(실외), 호리존 촬영(실내), 합정 주변 스냅 촬영(실외)로 구성되었으며 모든 로테이션이 끝나면 중간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다시 로테이션 촬영을 진행하는 구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나는 B조로 배정되었고, 루프탑 촬영부터 진행하게 되었다.
루프탑 촬영에는 강지은 모델님이 수고해주셨다. 야외 인물촬영을 하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였는데 아닌게 아니라 '무더운 여름이었다'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만큼 찌는 듯한 더위가 지속되는 날이었다. 촬영이 오후 1시 40분부터 시작되었으니, 가장 기온이 많이 오르는 시간대이기도 했다. 때문에 루프탑 촬영은 원래 30분 기획되었지만 모델님 및 체험자의 안전을 위해 20분 촬영으로 제한되게 되었다. 첫번째 로테이션 때는 5분 단위로 제시된 렌즈를 사용해보고, 마지막 5분간 원하는 렌즈를 추가로 촬영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두번째 로테이션 때는 원하는 렌즈로 20분간 촬영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50mm F1.2 DG DN 렌즈는 기대한 대로의 화질을 보여주었다. 최대 개방값에서도 굉장히 쨍한 화질을 보여주었으며, 조리개 13매를 채용한 덕분인지 배경이 상당히 부드럽게 뭉게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너무 밝은 촬영 환경이었기 때문에 ISO를 최저인 50으로 세팅해도 F1.2일 때 노출 과다로 잡히는 경향이 있어 현장에 ND 필터가 구비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긴 했다. 개인적으로 50mm 렌즈와 85mm 렌즈의 배경 압축 및 인물 표현을 매우 선호하는지라 50mm F1.2 렌즈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촬영 현장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루프탑에서 진행하는 두번째 로테이션 촬영 때는 50mm F1.2만 사용하여 촬영하였고,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위의 사진들이다.
Sigma Sports 70-200mm F2.8 DG DN OS 렌즈는 제가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던 줌렌즈 화각대다. 인물 촬영용이나 스포츠 경기 촬영 등등 보통 많이들 찾는 렌즈 중 하나지만 나는 보통 135mm 이후의 화각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이 화각대에 대한 수요는 없었다. 때문에 이 렌즈를 사용해보는 일이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평소 들던 무게나 부피감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이어서 낯선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화각대의 렌즈치고는 굉장히 부피 경량화가 이뤄지고 있는 점, 그리고 손떨림 방지 옵션(OS)이 들어가 있어 생각보다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취향으로는 역시 85mm 또는 50mm 촬영이 더 선호되다보니 이 렌즈 구매를 고려할 일은 잘 없을 듯하다. (타사 35-150mm 렌즈도 고려해본 적이 있지만 부피나 무게감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구매를 포기했다.) 그와 별개로 화질이 정말 뛰어나고, 초점도 매우 빠르게 잡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Sigma Art 28-45mm F1.8 DG DN 렌즈는 향후 저의 촬영에 사용하게 될지 어떨지 알 수 없었지만, 그와 별개로 가장 궁금했던 렌즈 중 하나였다. F1.8의 조리개 값을 실현하고도 1Kg 이하의 무게를 실현해낸 점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촬영으로 확실히 내 촬영 스타일에는 맞지 않는 렌즈라는 생각을 했다. 이너줌으로 구성된 점, 렌즈 밝기가 매우 밝은 점을 활용해 영상 촬영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보였으나 영상이 아닌 스냅 사진과 인물 사진을 5:5 비율로 촬영하는 저로서는 이미 구비된 단렌즈를 여러개 들고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렌즈로 해결 가능한 점은 유용하겠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단렌즈가 장시간 촬영에 유리한 것은 분명하니까.
이는 이번에 출시된 28-45mm 렌즈가 좋지 않은 렌즈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내 촬영 스타일상 맞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16-35mm 줌렌즈로 광각을 커버하고, 35mm, 50mm, 85mm, 135mm로 망원단 촬영을 즐기는 사람이다. 주로 16-35mm와 85mm 조합으로 들고 다니거나, 35mm + 85mm, 50mm + 85mm 구성으로 많이 들고 다니며 임팩트 있는 한 방(...)이 필요한 날에는 135mm도 고려한다. 이처럼 단렌즈 조합이 충분히 갖춰져있기 때문에 28-45의 매력이 반감되는 느낌이 들었다. 단렌즈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구매를 고려해봤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선호와 별개로 촬영 품질은 최근에 출시된 여느 시그마 렌즈들과 마찬가지로 훌륭하였으며, AF도 무척 쾌적했다.
그 동안 모델분들과 실내 스튜디오 촬영을 몇 차례 나가본 적이 있었지만 호리존 촬영은 첫 체험이었다. 김용만 작가님의 가이드에 따라 Sigma Art 24-70mm DG DN ll를 가지고 촬영을 체험해보았는데 모델로는 켄지 그레이님이 수고해주셨다. 개인적으로 단렌즈를 선호하다보니 인물 촬영시 표준 줌렌즈를 사용해본 경험이 전무하였는데, 생각보다 인물 촬영시 표준 줌렌즈가 꽤나 쓸만하다는 점을 새롭게 깨닫는 자리였다.
그 외에도 조명의 중요성과 모델님의 포즈에서 내공이 느껴졌는데 세심하게 준비된 조명 환경 아래 역동적으로 자세를 취해주신 덕분에 인상적인 컷들을 많이 포착할 수 있었다.
또한 첫 로테이션 때와 두번째 로테이션 때 조명 환경을 서로 다르게 하여 촬영을 진행하였다.
상대적으로 아래의 사진들이 좀 더 강렬한 인상을 준다.
실외 스냅 촬영에는 Contemporary 렌즈와 일부 신제품 렌즈가 제공되었다. (Contemporary 라인업 외에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15mm 어안 렌즈와 500mm 초망원 렌즈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Comtemporary 렌즈 라인업 중에서 화질 좋기로 소문난 65mm 렌즈가 궁금하여 이 렌즈만 두 차례 촬영하였다. 개인적으로 실내 촬영을 진행할 때 50mm보다는 망원이었으면 하고, 85mm로 찍기는 애매한 환경일 때의 대안으로 65~75mm 구간의 단렌즈가 있으면 어떨까 종종 생각을 하던 편이다. Sigma Contemporary 65mm F2 DG DN 렌즈는 그런 나의 기대에 부응하는 렌즈였으며, 렌즈의 디자인 및 퍼포먼스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번 행사는 세기P&C에서 쇼케이스를 진행해주셨다. 행사 규모가 엄청나게 큰 편은 아니었지만, 진정으로 시그마 렌즈를 체험하고 싶어하는 사진가들을 대상으로 꼼꼼하게 행사를 준비해주셨다는 인상을 받았다. 로테이션 중간에 케이터링으로 간식을 제공한 부분 역시 사소할 수 있지만 케이터링 포장 및 구성에서 그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중간중간 행사의 어떤 점이 괜찮았는지 마음에 들었는지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물어봐주시는 점도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사은품을 별도로 제공해주셨다.
이 자리를 통해 쇼케이스 행사를 진행해주신 분들께 모두 고생하셨고,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이상 긴 후기를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