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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월 Dec 23. 2023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영화이야기>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


'마르셀 프루스트'의 명언으로 시작하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기억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어린 시절 잃어버린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찾아가는 피아니스트 폴이라는 청년의 이야기이다.


 지난 시간의 기억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삶의 특별한 순간에 갑자기 나타난다. 그 기억은 가슴 저릿할 정도로 행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프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괴로운 기억이더라도 우리는 의도치 않게 침입한 기억을 재생하게 된다.


  하지만 내 의지든 아니면 병리학적 현상이나 타의로 사라진 기억은 어떻게 할까? 주인공 폴은 함께 사는 이모들이 감추고 있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겪으며 과거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 영화는 아무리  불행한 기억이더라도 애써 외면하기보다 따뜻하게 안아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만약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 찾고 싶다면 찾아야 한다고... 다시 찾은 기억 속의 순간을 재편집하는 과정이 있어야 현재 내가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영화는 얘기해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많은 과거의 내재된 기억들이 존재하고 있다.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기억,

말숙이?와의 추억과 아쉬움에 대한 기억,

사랑에 대한 열망과 이별의 상처,

지난 삶의 경험과 그 성찰의 기억


그 기억들과 화해하고, 보듬어주고...

알아차림하는 경험의 순간,

문학이 되고

나를 치유하는 언어가 된다는것을...


물론 나도 그러하다^^~



<추억의 신발 한 짝>


                       

등받이 없는 둥근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밤새도록 취하지 않는 술을 마셨어

갓 등단한 시인은 세상을 다 얻은 듯했고

한 때 동지였던 여자가 비구니가 되었다는 얘기가

우리 술잔들을 바쁘게 했지

그때 가로등 불빛에 비의 탭댄스가 펼쳐지고

우리는 '사노라면' 을 목이 터져라 불렀어

지금 그때를 생각해 보면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고 있는 기분이 들어

모노산달로스의 가죽신 한 짝,

신데렐라의 잃어버린 유리구두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신발일지 몰라

노란 조등이 내 집 앞에 걸릴 때까지도

찾지 못할 신발 한 짝

못 자국 숭숭 박힌, 때가 낀

더러 규격이 맞지 않은 나무 책상이 있던

6학년6반 교실과 숨죽여 기침하고

살그머니 책장 넘기던 소리,

그 검은 바다에서 너와 나눈 다짐의 말들

그건 모두 나의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이거든

지하철 스크린 도어가 열리면 많은 우리들이

짝 잃은 신발을 찾아 헤맬지 모르겠어

때 이르게 터뜨린 꽃망울이

괜스레 낯부끄러워 보일 때도

난 한 짝의 잃어버린 신발을 생각해

찾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말이야

오래된 책표지에 눌러 붙어 있는

냄새도 사라진,

죽은 노래기처럼 흔적만 남아있어


                                          ✒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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