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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인 Jan 07. 2024

아파트 6070 팔고 3040 산다? feat. 저출산

#내집을찾고있습니다 #ep14

사진: Unsplash의CHUTTERSNAP

이전화 참고→ep.13 매수자(무주택자) 우위 시장은 정말 존재할까


몇 개월 전 친한 부동산 사장님이 "요즘 강남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 집을 매물로 내놓는 자식이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장년이 된 자식들은 각자의 집과 터전이 있으니, 부모님 집을 매물로 내놓아 현금화를 시킨다는 말이었습니다.  향후 아파트 매물이 더 늘어날 수 있으니 "기다리라"는 취지였죠.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어제 임장을 다니며 재밌는 경험을 했습니다. 실제 그런 매물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30평대 구축 아파트였는데 집주인이 돌아가신 노인 부부셨습니다. 자녀분이 매물로 내놓았더군요. 부모님이 주택연금을 받으시다 돌아가셔서, 매도할 경우 일부 금액은 연금 비용을 되갚고, 남은 돈을 자식들이 나눠갖는 구조였습니다. 이외에도 6곳 정도를 봤는데 매수자 대부분이 6070세대였습니다. 은퇴 후 평수를 줄이고 남은 돈을 은퇴 자금으로 쓰시려는 분, 자녀들이 출가해 평수를 줄일 필요가 있는 분도 계셨습니다. 집을 찾아가니 "꼭 사줬으면 좋겠다""이런 집 어디 없다"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6070 매도인을 만나니 여러 생각이 스쳤습니다. 특히 "정말 조심해서 사야겠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매도인 중에는 애초 분양 때부터 쭉 살아오신 분이 많았는데, 이분들이 상당한 가격 프리미엄을 붙여 재건축이 불투명한 구축을 저에게 넘기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지만, 여전히 매도자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거래 환경 아닐까요. 게다가 이분들의 집을 산 뒤, 과연 다음 세대에게 팔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출산으로 서울 초등학교도 폐교를 하는데 다음 세대가 현재의 매수 가격+@를 받쳐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심각하게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고민한 적은 처음입니다.


재건축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만만치 않을 겁니다. 위 사진은 서울에서 가장 알짜배기 재건축 지역으로 알려진 잠원동 한신 2차(위 사진)입니다. 1978년 지어졌으니 올해로 47년 차입니다.


저도 세입자로 몇 년간 살았는데 아파트 상태가 정말 좋지 않습니다. 충분히 노후화됐고 수익성도 장담할 수 있는 곳인데, 아직도 재건축이 되지 않았습니다. 근처에 한신 4차도 마찬가지고요. 대표 1기 신도시인 분당은 이제야 30년 차에 돌입하는 아파트가 대다수입니다. 강남만큼의 수익성과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재건축이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출산 우려는 상승장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먼 나라 이야기라는 반응이 많았죠. 게다가 서울 수도권 아파트 수요는 전국에서 몰려오니 크게 걱정할 것 없다는 주장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정체기 혹은 하락장에서 저출산 문제는 큰 힘을 발휘하는 듯합니다. 


정부도 저출산 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올해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저출산 문제를 짚었다고 합니다. 전 어찌 됐건 올해 웬만하면 집을 사긴 살 겁니다. 이렇게 고민만 하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다만 어떤 집을, 얼마의 빚을 내서 어떻게 살지를 두고선 매일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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