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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인 Dec 20. 2023

매수자(무주택자) 우위 시장은 정말 존재할까

#내집을찾고있습니다 #ep13

이전화 참고→ep.12 아이가 생긴 뒤 느낀 학군의 위력(feat. 전현무)

Thanks to Tierra Mallorca (downloaded by Unsplash)

집값이 떨어지는 중이라고 합니다. 매수자, 혹은 무주택자 우위 시장이 도래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집니다. 그런데 지금 저와 같이 집을 구하는 분들은 이런 뉴스가 별로 와닿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몇 개월 대비 호가가 하락한 매물이 보이긴 합니다만, 막상 집을 사려고 임장을 다니면, 내가 원하는 가격에 아파트를 팔려는 집주인도, 혹은 매수자를 도와주려는 중개업자도 찾기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임장을 다녀온 한 아파트의 중개업소 사장님은 제가 제시한 가격에 "그건 안 사겠다는 뜻"이라며 "1000만 원~2000만 원만 깎아줘도 땡큐"라고 말하더군요. 저도 쿨하게 "그럼 사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과연 그 아파트가 그분이 말한 가격에 팔릴지 지켜보겠습니다.


이런 경우도 흔합니다. 매번 저한테 제시했던 가격보다 확 떨어진 실거래가가 나온 뒤, 그 가격의 정체를 확인하려 그 동네 중개업소에 전화하면 "특수 거래다""경매에 넘어갈 뻔한 아파트다"라고 다양한 변명(?)을 듣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대신 가격을 후려쳐주거나, 급매를 소개해주는 중개업소 사장님이 사실 참 드뭅니다. 그건 그분들의 역할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집값을 후려치는 중개업소가 그 동네에서 살아남긴 쉽지 않습니다. 매수자는 외부인, 매도자는 내부인입니다. 전 그래서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는 용어가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급매를 잡는 건 운 좋은 극소수, 혹은 다주택자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구조적으로 매도자 중심입니다. 매수자 우위라기보다, 매수자에게 기회의 문이 조금 열렸다는 게 보다 적확한 표현 아닐까요.


문득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건, 최근 정부가 쏟아내는 다양한 매도자, 혹은 유주택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자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1년 더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양도세 중과 도래를 기다리며 매수 시점을 기다리던 무주택자들의 가슴이 답답해지는 말입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갭투자를 주거 사다리라며 실거주 의무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모두 집을 보유한 매도자를 위한 성격이 짙습니다.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이 실거주 의무 폐지는 아닐 테니 말이죠. 현 정부가 출범한 뒤 내 집을 마련하려는 3040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정책은 지금까지 무엇이 있었을까요. 거의 대부분 대출 완화였습니다. 빚내서 집사는 걸 독려하는 정도죠. 하지만 매도자를 위해선 대출 외에도 세금과 각종 의무 완화 등 다양한 정책 지원 패키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그래서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는 건,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매수자들이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시장이 아닐까란 생각도 합니다. 발품을 팔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중개업소를 설득해 마음이 급한 매도자의 속사정을 알아내는 것까지. 매수자 우위 시장이니 가만히 기다리면 좋은 집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는 건 착각입니다. 시장의 구조는 매번 매도자 중심으로 흘러왔습니다. 저는 내년엔 꼭 집을 사려합니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지, 직접 경험하고 공유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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