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를 읽고
사업의 성과를 책임지고 이를 위해 모든 일을 하는 팀의 리더로 약 1년간 생활하면서 가장 집중했던 건 팀과 사업 전체의 성과였다.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라는 책에서 '관리자의 성과 = 관리자가 관리하는 부서의 결과물 + 관리자의 영향력이 미치는 관련 부서의 결과물'라고 하였는데, 내가 세부적으로 집중했던 부분이 바로 이 두가지였다.
우리 팀은 사업 전체의 관제탑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의사결정권자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했기 때문에, 일의 절대량이 많아 야근이 상시적으로 아주아주 많은 편(+나는 월요일에 1시에 출근해본적이 없다..)이었고 업무 성과물에 대해서도 유난히 다른 팀보다 훨씬 더 높은 기준과 깊이를 요구받았다. 절대적 힘듬과 상대적 힘듬이 공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팀원 개개인과 팀 전체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도 해야하지만 그럼에도 일의 양보다 절대적인 인원 수가 부족했다. 그래서 작년 상반기에 3명이던 팀에서 내가 직접 한분한분 서류/면접을 통해 좋은 분들을 모시면서 연말에 10명이 되었지만, 그들을 소프트랜딩 시키고 육성하고 업무 성과를 내게 하면서 조직에 인정받게 하는 것 또한 당연히 나의 과업이었다. 사람 늘었다고 일은 엄청 더 늘어나지만, 구성원의 역량이 올라오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에 단기적으로는 내 리소스가 더더더 많이 투입된다.
우리 팀 일 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사업이 잘 되기 위해서라면 유관부서의 일 또한 우리 팀의 일로 받아들이면서 직접 뛰어들어 특공대의 역할도 수행해야 했다. 그들을 제어할 권한은 없지만 책임은 우리도 같이 지게 되는 상황인데, 우리는 세련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유관부서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서포트해야 했고 책임소재가 애매해서 공중에 붕붕 뜬 업무들은 우리가 가져와서 정리를 해줘야 했다. 업무를 대하는 태도부터 실력 뿐만 아니라 굉장한 책임감과 오너십을 요구받는 팀인 것이다. 사업의 크기가 빠르게 커지는 만큼 복잡도는 높아지고 관여하고 풀어야 할 문제의 난이도는 점점 더 어려워지만, 실시간 운영이 빡세게 돌아가는 서비스기에 항상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했고 매사 긴장의 끈을 놓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저찌 하다보니 다소 요령은 부족하고 시행착오도 아주 많았지만, 작년 한 해 팀원들 개개인과 팀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면서 다들 잘 성장하신것 같고 서비스도 건강하게 잘 성장하면서 성과가 좋았던 만큼 팀의 성과도 괜찮았다고 판단된다. 다만, 올해 2월 평가 시즌이 지나가고 1 on 1을 하면서 나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성과에만 매몰되어 집착했던 나의 모습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이 책에서 꾸준하게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1)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면서 소속감을 부여해주고 2) 서로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협동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3) 공동의 목표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 그렇지만 막상 상황에 놓이면 실행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구성원들이 보기에 나는 아마 성과 창출에 매몰되어 있고 강하게만 보이려고 했기에 다소 가깝게 다가가기에 어려웠을 리더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기에 막 신규 입사를 한 구성원들이 더 빠르게 심리적 안정감을 받고 상호 신뢰를 구축해 가는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결국 남는 건 사람, 그리고 그 안에서의 관계와 좋았던 기억들 아닐까. 코로나라서 랜선입사와 비대면 근무가 길어져서 서로 실제로 못 본 경우도 발생하고 있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알아가고 교감하고 이해하면서 유대감을 조성하는 데에도 집중했어야 했는데 턱 없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작년 말 그리고 올해 초에 랜선 회식을 했을 때와 한 달에 한번 정도 팀 회의 시간에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과 아쉬웠던 점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을 때, 좋아하고 즐거워했던 구성원의 모습을 보면서 왜 이런 시간을 더 자주 만들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으며 기뻣지만 미얀하고 슬펐던 감정이 공존하였다.
그리고 나는 왜 강하게 보이려고만 했을까. ‘범수님은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내가 깡이 쎄고 엉덩이가 무거운 것도 맞지만 팀과 사업성과에 대한 큰 부담과 압박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내가 무너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굳게 가지고 있었고, 이것을 구성원들에게는 내비치면 같이 무너질까봐 그러지 못했다. 리더는 강하고 또 강해야만 한다고 믿어왔고, 혼자 걱정하고 불안해했지만 버티고 있었던 것 같다. 혼자서는 하지 못할 일을 우리가 함께 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고 내가 그들을 책임지는 만큼 그들도 나를 책임져주고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불안해했을까. 나의 힘듬을 내가 공유했다면 충분히 같이 나눠질 수 있었을 것이고 어려움은 절반이 되었을텐데. 스타보다 팀웍이며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비범한 성과를 추구하는 이곳에서 말이다. 한번은 내가 임원 보고가 끝나고 멘붕이 나있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구성원이 '범수님 로봇인지 알았는데 인간적인 모습이 있네요 ㅋㅋ'라고 하셨는데 이런 부분도 어느 정도는 보여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도 힘들 때가 많거덩여
담당하고 있는 사업을 초기부터 Zero to One과 Scale-Up 해오면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해본 나도 때때로 "x빡세다" 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많았는데, 합류한지 얼마 안된 구성원들은 특히 더 힘들었을 텐데 묵묵하게 믿고 따라와 줘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고 참 좋은 분들을 잘 모셨던 것 같다. 엄청 스마트하시지만 드라이한 분들 밑에서 3년 넘게 하드하게 일을 하다보니, 나 또한 그분들을 닮아 더 드라이 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일터에서도 그리스도인으로 이웃사랑의 계명을 실천해야한다는 목사님의 말씀과 일을 함에 있어서 나의 언행에 따뜻함 세 스푼을 넣는 것을 잊지 말라는 오랜 동료의 조언을 꼭꼭 명심해야지
난 항상 시행착오가 많은 것 같다. 지나고 보면 당연해 보이고 쉬워 보이는데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할까. 내가 직접 다 뽑았기에 수습해제는 어떻게든 꼭 시켜주고 싶었고, 첫 보고에서 잘 인정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은 욕심만이 과했던 나의 모습과 그 과정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구성원의 모습이 떠오르며 부끄럽고 미얀할 따름이다. 그래도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아지고 있을 것이고, 지금 대단해 보이는 선배님들도 예전에는 나와 비슷한 과정을 밟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