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랑한다.
나의 모든 것을 바꿔서라도 너를,
너와 만나게 된다면 나라는 사람이 사라질 것만 같다.
항상 내 멋대로 행동했던 나,
상대의 상처는 생각지도 않고
자기 연민에 빠져 나를 더 불쌍히 여긴 나,
그러므로 인해 나의 잘못이 있더라도
나만을 피해자로만 여겼던 나,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 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나,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상대는 무조건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
그 아픔마저 당연한 순리인 것이라 여기라 했던 나.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쉽게 상대를 버리려 했던 나.
나는 항상 자격지심과
자기 연민에 빠져있던 사람이었다.
또 이기적이고, 소위 말하는 내로남불에 익숙해져 있는.
항상 나에 대해선 관대했고
충분히 지금도 잘하고 있다며 자기 위로만을 하는.
그런 내가 너를 알게 되면서
나의 이기적인 마음보다는
너의 상황을 더 생각하게 되고,
너를 배려하게 되고,
나보다는 너에 포커스를 맞춰 행동하게 되었다.
내가 이제껏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당연했던 것들일까?
상대 역시도 나를 사랑했기에
자신보다는 나에 맞춰서 행동했기 때문에
누렸던 것들이겠지.
전혀 몰랐던 것들을
너와 대화를 하며 서서히 깨닫게 되고
너로 인해 나보다는 너를 생각하는 내 모습을 보고
현재 내가 희생하는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점점 이러한 배려가 당연한 것이라 느끼게 된다.
너와 점점 더 알게 되면서
사실 나는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었다.
너무도 날 잘 파악하고
나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들.
난 이제껏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해 왔지만
너와의 대화로 인해
사실 그것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
난 충분히 나쁘고 이기적이며 부족한 사람이구나.
이걸 인정하기가 여태껏 그렇게 어려웠었던 것 같다. 자꾸만 나의 나쁜 점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네가
사실은 너무도 사랑스럽지만 무섭다.
내가 너무도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나의 민낯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난 원래 이런 사람이었고,
그저 나는 그것을 감추기 위해
온갖 말로 포장해온 것뿐이었다.
열등감에 똘똘 뭉친 나,
추악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
너무도 이기적인 나.
너를 만나게 된다면
이러한 모든 나의 모습이 사라질 것 같다.
아마도 이 모든 모습을 인정하고 버릴 때까지
너무도 힘든 나날들이겠지만,
언젠간 해야만 했을 것들.
난 나를 이렇게 단시간만에 바꿔놓은,
내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한 네가 너무도 무섭다.
하지만 사랑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 두려움을 극복해 내서라도,
나의 모든 가치관을 바꿔서라도
너와 함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