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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와 정리와 정리

- 문과생의 스마트빌딩 만들기 (4) -

by 뉴나

이 프로젝트가 한국인 30명이 메인이기는 하지만 퍼듀대학교 재학중인 학생들과의 교류도 많았다. Eric 교수님의 수업 중 하나로 '한국인 학생들과 팀을 이뤄서 한학기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수업이 있는데, 한국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 점수를 잘 준다는 점, 꿀이라는 점 등 다양한 장점 덕에 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팀은 학부생 1명(Mariah)과 석사생 1명(Austin)이 함께하게 되었고 회의를 일주일에 한번씩 진행했다. 학부생과는 주로 아이디어 회의를 했고 석사생과는 프로젝트의 방향, 구현하기 위한 기술 조언 회의를 했다.


10월 말. 앱 화면 구상에 열을 올리고 있는 UX디자이너(라고 쓰고 문과생 나부랭이라고 쓴다.)에게 큰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앱 화면에 어떤 정보를 사용자에게 보여줄지가 고민이었다. 예를 들어, 온도측정센서로부터 데이터를 얻었다고 하자. 어제 이맘 때의 온도와 오늘의 온도를 비교해줄까? 텍스트로 알려줄까? 날씨 API도 활용할까? 날씨를 텍스트로 알려줄까 아니면 그림으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해서 화면에 보여줄지 고민하고 있었다.

화면에 띄울, 사용자에게 보여줄 정보를 정하기 전에, (내가 이해한 대로) 우리 팀이 개발하고 있는 기능별로 목표, 기술, 데이터, 플로우를 정리했다.

'얼굴 인식' 기능과 관련된 목표, 기술, 데이터, 플로우를 작성

내가 이해한 바탕으로 필요한 화면, 해당 화면에 보여주고자 하는 데이터를 페이퍼 프로토타입로 하나씩 그려보았다.

약 7개 화면의 페이터 프로토타입을 그려보았다.

페이퍼프로토타입에서 프로토타입이란, 본격적으로 상품을 만들기 전에 성능 및 기능을 검증 및 개선할 목적으로 간단히 핵심 기능만 넣어서 제작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프로토타입(prototype)를 영어사전에 검색해보면 시제품, 견본품이라고 나오니 바로 이해될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프로토타입, 그중에서도 종이로 프로토타입을 그려본 이유는, 빨리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툴(tool)사용이 아직 미숙했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속도가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빨리 생각을 담아 낼 수 있는 종이에 그림그리기 방법을 선택했다. 나 스스로를 비롯해 팀원들이 바로 보이는 디자인을 통해 빠른 이해를 할 수 있고 정확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어 내게는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이번 회의는 구체적인 기술 회의보다는 스마트빌딩에 들어갈 서비스 즉, 기능 회의가 메인이었다.

(질문은 볼드체로 구분했으며 답변은 학부생의 의견이다.)

- 헤이, Austin! 우리 원래 기능을 날씨, 쓰레기통, 얼굴인식(도어벨)하려고 했는데, 어려운 것도 있구... 뭔가 안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구... 넌 어떻게 생각해? 오, 그럼 로그인 기능을 넣어보는 건 어때? 되게.. 어려울 것 같은데...(난색난색) 쉬워! web sever를 만들어서 HTTP의 게이트를 새로 만드는 거지. 로그인해서 사용자와 어드민 즉 관리자를 구분해야하지 않겠어?

- 아 그리고 도어벨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줄 때, 꼭 버튼을 클릭하도록 해. 문을 개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니까 push 알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앱에 직접 들어와서 행동을 취하도록 유도하는거지. 버튼은 가능하면 눈에 확 띄는 색! 예를 들어 그린이나 레드 색이면 좋겠군!

- 우리 다른 기능을 추가해볼까 했어. 어때? 커피머신이라든가, 오토라이트라든가 말이지. 오토라이트 정도는 괜찮은데, 근데 거기서 더 하기 어려울걸? 너네 한달 반 정도 남은 시점에서 더 할 수 있겠어? 4개도 많을걸?


약 2시간 넘는 회의 끝에, 기능을 추릴 수 있었고, 이렇게 내부 온도, 쓰레기통, 얼굴인식 그리고 오토라이트까지 추가되어 스마트빌딩의 주요 기능이 완성되었다.


프로젝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프로젝트의 과정, 세부사항, 경쟁력 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본인 스스로일 것이다. 나도 창업동아리에서 서비스를 기획할 때와 조별과제로 관광상품을 개발할 때 항상 부딪혔던 것이 우리 프로젝트의 약한 점을 어떻게 보완하냐였다. 이번 시기에 그런 멘붕이 왔다. 과연 날씨, 쓰레기통, 얼굴인식이 스마트빌딩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일까? 묶는다고 묶일까? 사용자가 뭘 할 수있을까? 나라면 이 앱을 쓸까?

우린 돈은... 안될거야... 프로젝트가 무슨 돈이야

약한 생각 하나는 부족한 점을 찾아내게 하고 그건 또 약점을 보이게 하고 점점 깊은 구멍에 빠지게 했다. 거기에다가 창업동아리에서 사업성 즉, 돈이 되는지, 된다면 어디서 수익성을 얻을 수 있는 지 계속 살펴보는 활동을 해서 그런지 우리 프로젝트가 사용자한테 매력적일까 하는, 더 많은 생각을 하곤 했다. 사실은 구현이 가능한지, 남은 두달 내에 개발 가능한지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야 하는 데 말이다. 꼭 필요한 회의 시간이었고 꼭 필요한 멘탈붕괴의 시간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만들어 둔 자료도, 회의 자료도, 회의 내용도 많아서 PPT로 정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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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T에는 앱의 정체성, 기능별 특징 및 데이터, 의견 나눈 것과 피드백 받은 것, 그외 회의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팀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지만 내가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주말내내 만들었더랬다.


정리와 정리와 정리.

첫 번째 정리, 자료 정리. 참고해서 읽어야 할 자료와 서로 돌려봐야할 자료, 그리고 디자이너가 그린 페이퍼 프로토타입, PM이 정리한 PPT 그리고 그 외 자료들. 점점 양이 불어남에 따라 때에 맞춰서, 분류를 하고 추려내야한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 정리, 멘탈 정리. 잘하고 있나? 이게 맞나? 이게 될까? 가능은 할까? 하는 마음의 의문과 걱정을 한 번 끄집어 내어 정리해야 했다. 걱정을 공유하고 격려하고 다음단계로 도약하도록 응원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마지막 정리, 개념 정리. 머리에 있는 내용을 이제는 화면에 담아내야 했기에 더더욱이 정확한 개념을 알고 있어야 했다. 개념을 알아야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주 동안 정리와 정리 그리고 정리를 하느라 머리가 빠지는 줄 알았지만 정돈된 폴더와 자료들을 보면서 괜히 뿌듯했던, 이제는 더 힘내서 화면을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했던,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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