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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나 Jul 09. 2023

5. 경력 +1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1이 된 것도 있죠

(TMI) 미루던 글들을 몰아 적고 있기 때문에, 다소 현재 상황과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풀 재택이었던 회사로 이직하여 1년을 다녔고 여러 회사의 이직 물줄기에 함께 올라타서 또 이직도 했다. 새로운 회사로의 이직을 준비하던 과정에 1년의 경력과 업무를 정리해 보았다. (별거 없음)


얻은 것

1. 짧고 굵게 감정표현을 할 수 있다.

아직도~ 너의 소리를 듣고~

넵! 넹! 네넵!과 같은 대답은 기본이고, 앞에 감정을 덧붙이는 게 많아졌다. 예를 들면, 앗! 어엇! 훔.. 아고! 등으로 가볍게 감정을 드러내고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벼운 감정표현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조금 더 대화가 유하게 풀어지는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그렇게 덧붙이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구글 챗(Google Chat)에서는 아쉽게도 슬랙(Slack)처럼 이모티콘 등을 커스텀마이징할 수 없어 더 많은 표현을 못했지만, 감탄사를 비롯해 각종 외국 밈이 가득한 gif를 첨부할 수 있어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다. 


2. 표정관리와 카메라 관리를 할 수 있다.

풀재택을 하면서 화상회의가 필수였는데, 약 1년 동안 비대면회의를 하게 되니 단순히 '화면을 켜놓는다'를 넘어설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살짝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표정에 다 드러나서, 표정관리가 필수였다. 실수로 하품을 해버린 이후로는 철저히 카메라를 의식해서 회의에 참석했다. 

훔.. 들킬 표정이 없었을 수도 있겠군..

화면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기 때문에 딜레이가 있어 실시간 반응이 바로 확인되기 어렵거나 오해를 낳기도 했기에, 긍정적인 표현은 박수를 치거나 엄지를 들어 올리는 등의 여러 바디랭귀지도 함께 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화면 공유하는 법(탭, 전체 화면 등), 이슈화면 공유하는 법(안드로이드와 iOS 방법이 다름), 회의가 길어지면 적절한 타이밍에 화면 끄는 방법, 화장하기 싫을 때 메이크업필터를 씌우는 방법, 어느 각도에서 화면에 얼굴이 잘 나오는지 등도 배울 수 있었다. 


3. 머리 비우기 즉, 스트레스를 즉각적으로 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생각이 많을 땐, 레몬 사탕..이 아니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거다. 

짤이 발전하기도 하는구나

초기에는 메모장에 할 일을 적거나, 동료를 붙잡고 토로하거나, 유튜브에서 재밌는 걸 찾아서 확 풀거나, 쇼핑을 하거나 (홧김비용은 진짜 비추합니다) 배달을 시키든가 등으로 스트레스 및 화를 풀려고 했지만 모든 방법은 건강하지 못했다. 제일 확실하고 건강한 건, 한 번 끊어내는 것이다.

사무실이라면, 옥상 휴게공간에 다녀온다든가,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온다든가, 조금 멀리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온다든가 등이 되겠지만, 내가 풀재택할 때는 집청소를 했다. 휴지통을 비우기, 쌀 씻기, 휴지 채우기, 빨개 개기 등 생각을 한 번 끊어낼 수 있는 활동을 했다.


4. 프로젝트 생애주기, 프로세스에 참여해 봤다. 

QA였지만 독특한 회사 문화(모두가 기획자가 될 수 있다) 덕에 여러 굵직한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QA까지 해볼 수 있었다. 기획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일정관리가 미친 듯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직군을 얕게나마 알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SEO때문에 태그를 심어야 해서 개발 쯤에 알려주세요.'라고 마케터가 말하면, 저게 왜 필요한 작업인지, 데드라인을 볼 때 개발 전이 좋을지, QA 쯤이 좋을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게 배울 수 있었고 얇고 넓게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외 얻은 거라고는... 살과 생활복(이라고 쓰고 잠옷이라고 쓴다) 뿐인데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겠다. 


잃은 것    

1. 퇴근하기가 어려워서 워라밸이 무너지기 쉬웠다.

퇴근을 안 시켜준 거 아닙니다. 퇴근을 안 했습니다. (잉?) 

업무 시간이 9 to 6로 정해진 게 아니라, 자유롭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에 근무하도록 권장해 줬는데, 내가 9 to 6로 근무한다고 해도, 바로 6시! 퇴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무실이 집이고 집이 사무실이라서 공간 분리가 바로 되지 않다 보니, 회사에서 자는 기분이 종종 들기도 했다. 원룸이 아니라서 공간 분리가 잘 되거나, 집에 혼자가 아니라서 누가 '일 그만하고 이제 저녁 먹자!'라고 챙겨주지 않으면, 앉은자리에서 계속 일을 하거나 바로 회사 창은 닫고 개인 계정으로 로그인하여 개인 업무를 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2. 계속 앉아있어, 건강이 좋지 않았다.

대부분 그렇듯 계속 앉아있다 보니 다리가 땡땡 붓는 것을 기본이었고 허리와 어깨 그리고 머리까지 아파오는 경우가 잦았다. 운동...을 하면 되겠지만 퇴근하자마자 저녁을 차리거나 침대에 눕기 바빠서 그러지 못했고 혹은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심하지 않았지만, 주변에 연차가 쌓일수록 타이핑 때문에 손목터널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 직장 스트레스로 아침마다 소화제를 먹고 시작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완전히 잃은 건 아니지만, 1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운동하지 않아서)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얻은 게 더 크다. 잃은거라 해봤자 어차피 앞으로 점점 더 잃어갈 부분일 뿐... 웁쓰. 요즘 같은 시기에 어디서 경력을 쌓는단 말인가! 연차가 쌓이고, 경력직이 되어 또 이직할 수 있었다는 건 진짜 감사하다. 지난 1년이 헛되게 보내지지 않았다는 점의 반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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