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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비하인드 코멘터리] 이 말은 꼭 해야겠어요!

나는 속 시원하지만 조직 구성원들은 불안합니다.

"제가 이 말은 꼭 해야겠어요. 도저히 답답해서 못 있겠어요"

"제 말을(우리 말을) 언론과 대중이 왜곡하고 있어요. 정확하게 본질을 알아야 하는데 마이너 한 꼬투리만 잡고 있어요. 이걸 가만히 둬요?"

"아니 그런 원론적이고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이게 해결이 되겠어요?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야지 왜 그런 말을 못하게 하는 겁니까?



우리는 특정 이슈에 대해 유명 기업인이나 정치인, 연예인들이 의사를 표현하고 주장할 때 '왜 저런 이야기를 할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말씀을 하신 분들은 위와 같은 생각과 고민을 거치고 결단하는 경우들입니다. 특히 이런 사례들은 상대적으로 공부를 더 많이 한 지식인분들이 이 늪에 빠지는 경우들이 더 많습니다. 


모든 이슈는 부정적 요소와 긍정적 요소를 내포합니다. 그 이슈를 바라볼 때 미디어는 부정적 이슈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해야 미디어 입장에선 독자와 시청자의 관심을 더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은 호불호, 진영이나 소속, 가치관에 따라 부정적 요소 혹은 긍정적 요소 둘 중 하나에 집중합니다. 이것을 통상적으로 관점 (觀點, point of view)이라고 합니다. 이후 해당 이슈가 어느 정도 주목도를 가지면 미디어나 특정 그룹과 개인은 원하는 관점이 대중들에게 형성 되도록 커뮤니케이션의 틀과 주제를 잡는데 그것이 '프레임(틀짓기, 야마)'가 됩니다.



특정 이슈에 대해 미디어가 관심을 갖고 대중들의 반응이 증폭될 때 미디어들은 의도를 가진 질문을 하게 되고 대중들은 감정적인 의견들을 표출합니다. 이때 관점의 차이가 '진실'이 되고 자신이 이야기하는 진실을 상대에게 설득하려는 의지가 발동되기 시작합니다. 특정 이슈가 사회적인 관심을 갖게 되고 논란과 논쟁이 증폭되면 진실이 난무하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진실', '언론이 쓰고 싶은 진실', '국민, 대중, 특정 이해관계자가 듣고 싶어 하는 진실'이 혼란스럽게 엮입니다. 


해당 이슈의 당사자가 된 유명 기업인이나 정치인, 연예인 입장에선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러다 언론들과 대중들이 무지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는 핑거 포인팅을 합니다. 이내 "내가 정확하게 가르치고 설득해야 한다"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고 주변 지인들의 독려도 커뮤니케이션 의지를 가중시킵니다.


이윽고 미디어들의 구조화된 질문과 추측성 추궁에 대해 감정적 반응과 함께 아주 상세하고 장황하고 지극히 이성적이며 과학적 논리로만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미디어와 대중들의 관점과 의문 제기가 굉장히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이라며 자신의 논리와 자신의 상식 중심에서 비교해 설득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미디어와 대중은 지금 이 이슈가 개인,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논쟁은 확산되고 이슈가 더 복잡해지면서 대중은 오히려 더 비과학적인 판단을 하게 됩니다. 나아가 해당 이슈는 희화화되어 더 이상 논쟁의 주제가 아닌 언쟁과 온라인의 놀이 문화 내에서 소비되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이성적이고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설명만이 최선의 모범답안이 아닙니다. 나만의 논리를 바탕으로 장황한 설명이 진행될 경우 해석은 더욱 복잡해지고 불확실해질 수 있는 가능성은 많아집니다. 해당 이슈의 성격에 따라 메시지의 종류와 깊이, 양은 조절되어야 합니다. 대중과 미디어가 주장하는 진실과 내가 주장하는 진실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메시지 중심으로 신뢰성과 긍정적 지지자를 확보해 나가야 합니다.



미디어와 대중들은 위 그림으로 보고 있는데 나는 아래 그림으로 이야기한다면 해당 이슈의 복잡성은 더 가중되고 생명력은 더 길어지겠죠.


혹시 지금 미디어와 대중들의 문제 제기에 답답하고 억울해서 말씀을 꼭 하시고 싶은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분이 계신다면 아래 몇 가지를 한 번 고민해 보시길 권고 드립니다.


지금 내가 OOO를 통해 OOO를 향해 이 말을 하면 이 상황에서 도움이 될 것인가?

이 상황과 이 시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적절한가?

대중(이해관계자), 미디어는 나를, 우리를 오해라는 존재지 이해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미디어는 나의 주장에 설득 당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반응을 하지 말고 대응을 하십시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의 프레임 안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다른 프레임 안에서 나의 이야기는 살 수 없습니다.

 

클라이언트 VIP, 유명인들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오시면 "말씀 잘 하시고 오셨나요?"라고 확인차 묻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때 "속 시원하게 다 이야기하고 왔어요"라고 답변을 하신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직후 실제 결과물을 보면 여지없습니다. 


미디어를 통한, 대중들을 향한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속 시원하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뭔가 뻥 뚫리는 듯한 속 시원한 감정에 짧게 행복해 하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기업 혹은 조직 구성원은 모두 불안에 떨게 됩니다. 내가 좀 답답하더라도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별'하는데 집중하시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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