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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버헨리 Aug 22. 2024

살 빠지니 돈이 든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사람 중에 살이 찐 사람도 있을까?

물론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빠지거나 그대로일 것이다. 나도 달리기를 시작하고 살이 엄청 빠졌다. 엄청(?) 빠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예전에 그만큼 과체중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빠질 살이 많으니까 많이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살이 무한정 계속 빠지는 게 아니라 나름 주기가 있는 것 같다. 쭉쭉 빠지다가 정체기도 오고 아주 조금 또 늘기도 하고, 다시 또 빠지는 시기가 오고 그렇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그래도 살을 빼는 게 나의 러닝의 주된 목적은 아니므로, 식단 조절은 따로 하지 않고 먹고 싶은 거 원하는 대로 마음껏 즐기면서 살고 있다.


살이 빠져서 생긴 에피소드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반지 실종 사건>이다. 아침에 아이들을 걸어서 등원시키고 다시 아파트 주차장에 와서 시동을 켜고 주차장 출구를 나오는데


<어라? 핸들을 잡고 있는 왼손의 느낌이 좀 이상하다?>


손을 펴서 보니, 반지가 없다. 결혼반지가.. 왼손 넷째 손가락에 항상 끼고 다니는 결혼반지 말이다. 안 그래도 살이 빠지고 반지가 좀 헐렁해진 느낌은 있었는데 이렇게 반지가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서 없어질 줄은 전혀 몰랐다.


다시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고, 아이들 등원시켰던 길을 바닥을 뚫어져라 보면서 왔다 갔다 했다. 아무리 찾아도 반지가 보이질 않는다. 이번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 여전히 바닥만 보면서 말이다. 신발장부터 거실, 부엌을 살피고 안방을 들어가서 침대에 이불을 활짝 재꼈다. 있었을까?


역시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베개를 뒤집으니 베개 밑에서 반지가 나왔다.


<아, 찾았다>


천만다행이었다. 자면서 반지가 빠진 모양이다. 생각보다 쉽게 찾아서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모 백화점 반지 매장에 갔다. 티파니블루로 유명한 그 매장에 가서 반지 줄이는 비용을 물어봤다. 40만 원이라고 했다. 아, 40만 원.............  플래티늄 가락지 반지를 200만 원이 채 안되게 주고 샀는데 반지 줄이는 비용이 40만 원이라니..... 원래 폴리싱 비용은 17만 원인데 40만 원에 폴리싱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또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일단 40만 원이라는 거금은 생각지도 못했던 금액이라, 다음에 오겠다고 하고 매장을 나왔다. 물론 사설 금은방에 가면 좀 더 싸게 반지를 줄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브랜드 반지인데, 또 사설 금은방에 맡기기에는 별로 내키지는 않았고, 다음에 돈 벌어서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반지를 줄이지 못했고 그 반지는 지금 내 왼손 넷째 손가락 대신 둘째 손가락에 끼여있다.


살이 빠지고 또 돈 들어갈 일은 역시나 의류였다.

티셔츠나 재킷 등은 좀 오버핏 느낌으로 입는다 쳐도, 바지는 어쩔 도리가 없다. 살이 너무 빠져서 벨트를 안 하면 바지가 내려갈 지경에 이르니 어쩔 수 없이 벨트를 했다. 다행인 건 집에 있던 벨트가 꽈배기(?)벨트라 무한대로 원하는 만큼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있었다. 청바지는 그렇게 벨트를 하고 입었고, 여름에 반바지는 좀 많이 낡아서 새로 사야 할 시기였다.


인터넷으로 사려니 바지 사이즈를 잘 모르겠고, 입어보고 사고 싶어서 모 SPA매장에 반바지를 입어 보러 갔다. 내가 입고자 했던 디자인의 그 반바지는 사이즈가 인치가 아니라 S/M/L 이런 식으로 되어 있었다. 아무리 매장을 뒤져봐도 Small은 없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남자 바지 Small은 온라인에서만 판다고 한다. Small사이즈 입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건가.... 일단 Medium사이즈를 피팅룸에서 입어봤는데, 딱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헐렁한 거 같기도 하고 뭔가 애매하다.


결국, 집에 와서 온라인으로 Small 사이즈로 반바지를 구매했고, 다행히 Small사이즈도 작지 않고 잘 맞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반바지 가격이 19900원이었는데 그 SPA브랜드 온라인 몰에서는 2만 원 이상 무료 배송이었다. 결국 19900원에 배송비내고 살 것인가, 같은 바지를 다른 색상으로 2개를 살 것인가 고민하다가 두 개를 질렀다. 두 개가 같은 디자인 같은 사이즈인데 입을 때마다 느낌은 조금 다르다. 베이지색 반바지는 좀 허리가 루즈한 느낌이고, 네이비색 반바지는 조금 더 타이트하다. 물론 워싱이나 염색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튼 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입다가 늘어서 그런 게 아니라, 처음 사서 입을 때부터 그랬다.


그 외에도 수영복도 하나 새로 샀다. 아이들 때문에 수영장 갈 일이 일 년에 한두 번 생기는데, 원래 입던 수영복이 너무 커져서 어쩔 수 없이 하나 산 것이다. 예전 수영복이 허리춤에 줄이 배와 등을 한바퀴 들돌아서 있었던 게 아니라 배꼽 왼쪽 오른쪽에서 짧게 줄이 나와있는 스타일이었는데, 양쪽 줄 시작 지점의 간격이 원래 좁다보니  아무리 쪼여서 매도 수영복이 내려갔다. 결국 수영복 매장에 가서 하나 샀는데, 다행인 건 허리 사이즈가 작다 보니, 세일하는 상품 코너에 남아있던 것을 싸게 살 수 있었다. 세일 코너에는 아주 작은 사이즈 거나 아주 큰 사이즈만 남아 있었다.


살 빠지니, 돈이 들기는 하지만, 운이 좋으면 이렇게 세일 코너에서 득템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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