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춘천마라톤 대회가 끝났다.
얼떨결에 풀코스 대회를 2개나 신청해 버렸고, 9월에 공주에서 한 번, 10월에 춘천에서 한 번 둘 다 무사히 완주에 성공했다.
이번 춘천마라톤 대회는, 첫 번째 대회때와는 다르게 16km 지점에서부터 왼쪽 무릎이 아팠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무릎이 아파서 <아, 그만 뛰어야 되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살금살금 뛰다 보니 다시 통증이 사라져서 계속 뛸 수 있었다. 아프다가 안 아프다고 계속 뛰면 그게 바로 부상으로 직결된다는데,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페이스 운영이나 이런 건 전혀 생각지도 않고 남은 구간은 온 신경을 무릎에 집중해서 아픈지 안 아픈지만 생각하면서 뛰었다. 다행히 그 후로 통증은 없었고, 불편한 느낌은 계속 들었다. 중간중간 파스 스프레이를 들고 있는 스텝들이 보일 때마다 무릎에 스프레이를 뿌려줬다.
27km 구간에 엄청난 업힐이 있다고 해서, 엄청 긴장하고 있었는데 막상 뛰어보니, 생각만큼 고도차가 심하지는 않았다. 다만, 업힐 구간이 꽤 길어서 힘이 들기는 했지만, 보폭을 좁게 땅만 보고 조금씩 조금씩 올라갔다. 여기만 넘으면 평지니까 조금만 참자는 심정으로... 30km 즈음에 다다르니 춘천 시가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제 끝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35km 구간에서 피니시라인까지는 정말 너무너무 길게 느껴졌지만, 응원 열기 덕분에 힘내서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기록도 다행히 지난번 보다 좋게 나왔고, SUB4를 달성하게 되었다. 와, 정말 내가 4시간 이내에 완주한 거 맞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했다. 장거리 연습도 제대로 못해서 완주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개인 PB기록까지 세웠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사실, 풀코스 마라톤 완주 한 번은 뽀록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두 번을 완주하고 나니, 나 진짜 풀코스 마라톤을 뛸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너무 뿌듯하다. 풀코스 완주가 우연이 아니었고, 오롯이 차근차근 하루하루 묵묵히 뛰고 또 뛴 나의 땀과 노력의 댓가라는 사실에 정말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열심히 노력하고 그 댓가를 얻는다는 게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시험을 봐도 결과가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을 수도 있으며, 장사를 해도, 회사 생활을 해도 노력한 만큼의 리워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달리기만큼은 역시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내가 <나 열심히 했어~>라고 자랑하는 것 같지만, 진짜 대회 나가려고 악착같이 없는 시간 쪼개서 새벽까지 미친놈처럼 한강을 달렸고, 처음 도전하는 풀코스 마라톤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도 엄청 많았다.
이제 나는 풀코스 마라톤 2회 완주한 사람이 되었고, 다시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매우 홀가분한 마음이다. 풀코스 뛰고 몸이 회복하는데 일주일정도 걸린다고 해서, 아직 대회 후 러닝을 한 번도 하지는 않았다. 근육 회복도 그렇고, 면역력도 많이 약해져서 조심해야 한다고들 한다. 다행히 지난 공주대회 때도 그렇고 이번 춘천대회도 그렇고 근육통은 생각보다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다. 일상 생활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3시간, 4시간을 뛴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 반응은 한결같다.
<안 힘들어? 지겹지 않아?>
풀코스 마라톤을 두 번 뛰어본 사람으로서, 나의 대답은 <당연히 힘들고 전혀 지겹지 않다>이다.
3시간, 4시간을 뛰는데 어떻게 힘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힘들지만 참고 뛸 뿐이고 고통에 익숙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함께 뛰는 다른 러너들도 있고,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고, 경치 구경도 하고 별로 지겹지는 않다. 사실 힘들어서 지겹다는 생각할 겨를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5km마다 나오는 급수대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으로, 다음 급수대까지만, 다음 급수대까지만 이런 생각으로 갈 뿐이다.
이제 더 이상 마라톤 대회 신청해 놓은 일정은 없다.
진정한 러너들만 뛴다는 겨울 러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러닝 붐도 어느 정도 사그라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만해도 <아, 내가 작년 겨울에 이 추운데 어떻게 뛰었지?>라는 생각이 들 테니까 말이다.
내년에 또 한 번쯤은 풀코스 대회에 나가고 싶지만, 당분간은 그냥 이 해방감을 즐길 예정이다.
페이스 걱정 없이, 부상 걱정 없이 자유롭게 몸이 가는 대로 바람에 나를 맡기며 뛸 것이다.
대회 끝나고 5일째니까 이번 주말쯤엔 꼭 나가서 뛰어야겠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홀가분할 러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