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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Mar 09. 2024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직원이 되려면...?

말귀가 어두운 당신을 위한 처방전

빠르게 오고 가는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순간 방심하면 어리버리 소리 듣기 쉽죠. 말하는 사람은 함축적으로 생략해서 말하고, 듣는 사람은 알아서 척척 빈칸을 메우며 들어야 하는 상황이 많아요. 예시를 통해 만나보겠습니다.


*고대리: 


안녕하세요. 이과장님. 저번에 말씀하신 신메뉴 출시 관련하여 보고 드립니다.

앱 푸시 알람이 갈 예정인데요, 그 문구를 3가지 준비했습니다.


1안: (광고) 봄햇살처럼 빛나는 봄의 시작!

상큼한 과일에 초코를 얹은 스무디와

행복이 팍팍 자라나는 신메뉴 출시!


2안 :(광고) 여보세요! 똑똑! 신메뉴가 왔나봄!

봄바람 타고 온 행복 가득 상품 메뉴가 등장!

산뜻한 과일이 담긴 스무디와 티/라떼까지! 두둥! 


3안: (광고)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톡톡튀는 비주얼에 한 번, 달달함에 두 번 놀랄  거예요.

행복을 담은 신메뉴가 오늘 나왔습니다! 지금 구경 고고>>


*이과장:


3안 내용 괜찮네요.

제목에 좀더 행복 가득함을 전해주면 어떨까요?

계절의 특성이 잘 드러나게 바꿔 주세요.


*고대리:


수정본 보내드립니다.


(광고) 해브어 나이스 봄봄 데이!

톡톡튀는 비주얼에 한 번, 달달함에 두 번 놀랄  거예요.

행복을 담은 신메뉴가 오늘 나왔습니다! 지금 구경 고고>>


*이과장:


봄햇살처럼 빛나는 봄의 시작!, 이걸로 갑시다.

중간에 이모티콘도 팍팍 넣고요.




이렇게 이과장의 피드백을 받은 고대리는 어떻게 수정해야 할까요?


첫째, 처음 1안으로 돌아간다.


(광고) 봄햇살처럼 빛나는 봄의 시작!

상큼한 과일에 초코를 얹은 스무디와

행복이 팍팍 자라나는 신메뉴 출시!


둘째, 기존 3안에 1안 제목을 조합한다.


(광고) 봄햇살처럼 빛나는 봄의 시작!

톡톡튀는 비주얼에 한 번, 달달함에 두 번 놀랄  거예요.

행복을 담은 신메뉴가 오늘 나왔습니다! 지금 구경 고고>>


제목만 바꾸라는 것인지 안 자체를 바꾸라는 것인지 오락가락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여기서 이 둘이 갈리는 이유는 발화자의 생략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이것이 왜 헷갈리느냐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부분이 생략된 담화입니다. 채워 넣어 볼까요?




3안 내용 괜찮네요. (내용은 확정되었고, 제목만 바꾸면 되겠어요!)

제목에 좀더 행복 가득함을 전해주면 어떨까요?

(제목만) 계절의 특성이 잘 드러나게 바꿔 주세요.


봄햇살처럼 빛나는 봄의 시작!, (제목만) 이걸로 갑시다.

중간에 이모티콘도 팍팍 넣고요.



이렇게 명확히 말해 주었다면 둘째, 1안과 3안의 조합형으로 수정하면 됩니다. 하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업무 대화에서는 이렇게 친절한 지시사항을 보기가 힘듭니다. 결국 듣는 사람이 눈치껏 상사의 의도를 맞추어야 하죠. 여기서 우리는 맥락을 통해 추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꼼꼼하게 읽고 집중해서 키워드를 잘 체크해야 해요. "앞에서 내용은 괜찮다고 했으니, 제목만 고쳐 보자!" 이런 판단을 속으로 하면서 쓱쓱 업무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게 잘 맞아 떨어지면 '개떡 -> 찰떡' 리스너가 되는 겁니다. 찰떡궁합, 일잘러가 되는 것이에요.


하지만 모든 추론이 잘 맞을 수는 없습니다. 집중을 하지 못하면 금방 흐름을 놓치기도 해요. 미심쩍을 때는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해요. 상사가 짜증 내더라도, 확인하지 않고 엉뚱한 결과물을 가져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내용은 확정하고, 제목만 수정하면 될까요?", "3안 내용에 1안 제목을 넣으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알겠습니다. 3안 내용에 1안 제목 넣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명료하게 의도를 확인하는 반응을 하는 겁니다. 혹자는 왜 말을 두 번 하게 하냐며 핀잔을 줄 수도 있지만, 확실한 게 좋습니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뇌피셜입니다! 특히 내가 1안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위험합니다. 머릿속에 1안이 최고다, 내가 미는 안이다~ 라는 생각이 가득할 때 제목 말고 내용 마저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럼 (제목만) 바꾸자는 의도가 (모두) 바꾸자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옳다구나! 모두 바꾼 수정안을 가져가게 되고, 상사의 피드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혼날 수 있어요. 


쉽지 않죠? 이렇게 보면 무슨 고민거리인가 싶지만, 또 긴박하게 오가는 대화나 카톡에서는 판단이 힘들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키워드 체크 잘 하고, 확인하고, 점검하고, 행동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면 일잘러가 되는 것입니다. 모두 훈련하면 가능합니다!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아자!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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