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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Mar 08. 2024

독서모임에 가서 엉뚱한 소리를 할까봐 겁나요...

태어난 김에 독서모임

독서모임에 가서 엉뚱한 소리를 할까봐 겁나요...


독서내공과 같은 맥락입니다. 독서모임을 <100분 토론>처럼 엄숙한 자리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괜히 잘못 말했다가 나의 부족함이 들통날까 걱정하는 겁니다. 잘못 나갔다가 망신 당한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들으러 왔다며 '침묵은 금이다'를 실천하겠다고 선포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강의는 집중해서 듣기만 하면 되지만 독서토론은 상호작용을 전제로 합니다. 그 참여도가 매력이 되면서 누군가에겐 부담이 되죠.


모임의 색채는 참 다양해요. 물론 무거운 모임도 있겠지만, 가벼운 모임도 많습니다. 책수다를 표방하며 화기애애, 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모임도 많아요. 묵직함이 부담된다면 이런 모임을 추천합니다. 너무 가벼우면 책의 가치가 조금 흐려질 수 있지만, 그래도 그냥 모임보다는 나아요! 깊이는 차근차근 더하면 됩니다.   


그리고 책을 전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며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책이 정답인데, 그 정답에서 벗어난 소리를 하면 어쩌나 걱정하는 겁니다. 꼭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책은 내가 기댈 수 있는 커닝페이퍼입니다. 또 모두가 쉽게 공감해줄 수 있는 맥락을 공유한 것이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내 인생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못 얻을 수 있지만, 이 책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읽고 온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공감이 됩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독서모임도 결국 대화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적절한 반응만 해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공감 가는 이야기는 끄덕끄덕하면 되고, 잘 모르는 것은 겸손하게 물으면 되고, 알려주고 싶은 것은 조근조근 설명하면 됩니다. 시험 보는 것도 아니고, 면접 보는 것도 아닙니다. 겁먹지 마세요!


https://www.yna.co.kr/view/AKR20180112117300005


그래도 부담되면 준비가 최고!


부담없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약간의 긴장감은 독서력을 끌어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긍정적인 부담감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이 부담감을 활용해서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책을 읽고 모이는 모임이니, 책을 꼼꼼하게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읽더라도 급하게 후루룩 읽으면 놓친 부분이 많아서 다른 사람 이야기에 공감이 안 될 때가 있어요. 또 오래전에 읽은 책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감동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두세번 재독하면 꺼낼 이야기도 많고 더 풍부해지겠죠? 하지만 바쁜 현대인에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볍게 통독하는 것을 추천해요. 한번 쓱 ~ 넘기면서 다시 보는 거죠. 보면서 표지와 목차를 꼭 챙기고, 밑줄 친 부분도 다시금 읽어 보는 겁니다. 그렇게 리마인드하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책 이야기를 할 때, 세부적인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포스트잇을 적극 활용합니다. 읽으면서 밑줄 긋는 것도 좋은데, 막상 모임에서는 어느 부분인지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찾기 좋게 살짝 포스트잇을 붙입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모임에서 이야기할 부분'을 미리 찜해두세요. 포스트잇 붙인 곳이 많으면 그것 또한 고르기 힘들더라고요. 그럴 때는 색깔이 다른 포스트잇으로 티를 내도 됩니다. 전자책인 경우는 북마크, 메모를 활용하세요. 그렇게 책에 의지해서 대화하면 좀더 수월하게 말을 꺼낼 수 있어요. 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안정적입니다.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는 여유가 모임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도 해요.


발제문을 미리 공유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이런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사전에 질문을 공유하면 대답을 미리 생각할 시간이 생깁니다. 너무 일찍 발제문을 접하면 독서가 오직 발제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식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어요. 그래서 책은 그냥 쓱 읽고, 발제문을 보며 다시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재독의 효과는 덤이에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며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면 확실히 부담이 덜해요. 생각이 정리되었기 때문에 모임에서도 더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준비는 바로 글쓰기입니다. 책을 읽고 리뷰나 감상문으로 생각을 정리하면 또렷하게 머리와 마음에 새겨집니다. 이 새겨진 지식은 오래오래 남아서 자연스럽게 내재화됩니다. 입에도 찰싹 붙어서 술술 나오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독서모임 전에 꼭 지정 도서의 리뷰를 남깁니다. 저를 위해서죠. 일부 독서모임은 준비 과정에서 독후감이나 에세이를 강조하기도 해요. 모임 전에 필수적으로 글을 쓰고 게시판에 올려야지만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든 곳도 있습니다. 빡세죠?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친, 준비된 사람들은 정말 고퀄리티의 독서모임도 가능합니다.


이 모든 것이 독서 자체를 알차게 해줍니다. 알찬 독서는 풍성한 독서모임을 불러 오죠. 이것이 바로 독서와 독서모임의 선순환 구조! 나아가 말하기와 쓰기 능력도 덤으로 늘어납니다! 이러니 독서모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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