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것을 SNS에서 본 친구와 동료들은 어떻게 두가지를 병행하는지 궁금해한다. 유난히 출장이 잦은 팀으로 유명하기에 더더욱 어떻게 두가지를 병행하는지 신기해한다. 하다보면 별것 아니라고 얘기해준다. 그들의 칭찬 앞에서, 시험이 코앞에 닥쳐야 벼락치기를 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양심에 찔린다.
본인도 학교에 진학할까 고민을 한다며 연락이 오면, 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올해가 대학, 대학원 진학하기는 최적의 시기라고 말한다. 재택근무가 한 가지의 이유이고, 또 하나는 입학시험 면제가 확대 적용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SAT나 ACT 시험 성적을 요구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고등학교 학점인 GPA보다도 SAT점수가 높아야 명문대 입학과 장학금에 유리하다. 미국에 사는 많은 한국인 고등학생들이 학원에서 여름특강을 듣는 이유다. 마찬가지로 대학원 진학에는 GRE점수를 요구한다. MBA의 경우 GMAT점수를 요구하고, 의대, 약대 등등의 대학원역시 각각 요구하는 입학시험이 있다. 그러나 작년 코로나의 여파로 학생들이 시험을 칠 기회 자체가 없었기에, 많은 대학들이 SAT와 ACT 점수를 필수 (Required)가 아닌 선택 (Optional)로 바꾸어 주었으며 많은 대학원들 역시 GRE/GMAT점수를 면제해 주고있다. 대학원 몇번 검색을 했더니 관련 광고들이 SNS 에 자꾸뜨는데 공대 중 명문으로 손꼽히는 퍼듀대에서 GRE면제를 해준다는 것을 보고 내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한국인이라고 수능국어 다 만점 받는 것 아니듯이 미국인이라고 해서 GRE 단어를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들을 일 없는 GRE 고급 단어들을 외우고, 문제집을 풀면서 유형과 노하우를 익히는데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걸린다. 한국인들은 보통 수학은 영어에 비해 쉽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문제집을 안 풀어볼 수는 없다. 예전 직장에서 직장생활과 GRE 공부를 병행하여 대학원에 진학한 동료들을 몇몇 보았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야, 기한이 있고, 대학원에 드는 학비도 있고하니 어떻게든 맞추게 되지만, 직장인이 꿀같은 주말에 책을 펴고 단어를 외운다는 것은 정말 왠만한 의지로는 어려운 일이다. 나처럼 누워서 게으름 피우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이.
지난 글에도 몇차례 얘기했지만 내가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데에는 GRE 면제라는 점이 큰 요소로 작용했다. 물론 내가 진학한 대학원은 코로나 이전에도 GRE를 경력으로 대체 할 수 있었지만 올해에는 같은 입학 조건을 가진 대학원들이 SNS에 자주 보인다. 사실 그전에도 GRE가 좋은 평가기준이 될 수없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적용하기 시작한 학교들이 늘어난 듯하다. 더불어 Online 과정들도 많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미국 공대 중 10위 안에 드는 퍼듀의 Civil Engineering MS 과정에서도 현재 GRE 점수를 요구하지 않으며 (퍼듀 글로벌이 아니라 퍼듀 본교에서!), 뉴욕 Fordham 법과대학의 MS in Compliance에서도 LSAT이나 GRE 요구가 없다. 보스턴대 (합격률 25%, Gradschool.com 기준) Applied Business Analytic 석사과정과 Computer information systems 석사과정 역시 GRE 점수를 요구하지 않고있다.
일부 대학원에서는 GRE를 면제해주는 대신 이력서, 포트폴리오나 에세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나도 이력서를 업데이트 해서 제출 했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대학원을 고민하는 지인들에게 서둘러 올해 안에 지원하기를 추천한다. 미국은 보통 7~8월에 가을학기를 시작하므로 지금부터 서두르면 8월에는 첫 수업을 충분히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