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착륙한다는 소리에 선잠이 깼다.
짐을 챙겨 베트남 공항 밖으로 나오자 더운 공기가 훅 하고 밀려왔다. ‘마중 나온다고 했는데…….’눈으로 열심히 팻말을 찾았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큰 소리로 손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흰색 남방을 입고, 검정 바지를 깔끔하게 다려입은 키 큰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후이입니다.”이번에 Hanoi Daycare center 팀장이 된 후이.
급하다는 요청을 보낸 사람이 맞나 싶었다. 그가 눈앞에서 순박하게 웃고 있었다.
“이번 출장에는 제가 통역하게 되었습니다. 준비를 많이 했나 봐요?” 내 손에 들려있는 두꺼운 파일을 보고 후이가 미소 지었다. 조금 서툴지만, 정성껏 한국말을 하는 그를 보며 나도 모르게 안도했다.
후이를 따라 택시를 타고 센터로 이동하는 동안 천천히 바깥을 둘러봤다.
출장 겸 자주 왔던 베트남이지만 홍수 이후는 처음이었다. 길에는 아직도 물이 고여있었다. 오토바이가 지나간 자리엔 물자국이 한 줄로 길게 남았다.
3년 전 입사 첫날. 소장님은 말없이 서류 봉투를 건넸다. 넘겨받은 문서 제목엔 Hanoi Daycare Center라고 굵게 쓰여 있었다. 그저 베트남에서도 워킹맘들을 위해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에 앉아 서류를 한 장씩 읽어나가면서, 이곳이 고엽제 피해자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체한 것처럼 답답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몇 대 놓치고, 결국 막차가 끊길 때까지 정류장에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