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높은 천장을 기억한다.
앙코르 왓트 바로 옆 숙소였는데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건 천장뿐이다. 호텔이라고는 했지만 민박이라고 부를법한 그 숙소엔 밤늦게 도착을 했고 오래된 돌길 위에 덜거덕 거리는 트렁크를 받아 든 어린 소녀가 나를 방으로 안내했다. 마침 비수기라 손님이 없다며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좀 더 큰방으로 바꿔주겠다고 했는데 그 방은 말 그대로 크고 넓은 방이었다. 침대는 네 귀퉁이가 기다랗게 올라간 공주님이 잘 법한 침대기 놓여있었고, 화장실에는 마치 공중목욕탕에서나 볼 수 있는 타일로 된 큰 다인용 욕조가 있었다. 방은 동남아시아 특유의 얇은 벽과 나무 창문, 그리고 습기를 먹은 벽에서는 쿰쿰한 냄새가 났다.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불을 끄고 잠을 청했지만 어디선가 똑똑, 혹은 조르르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불을 뒤집어써보고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어봐도 메아리처럼 울리는 물소리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불을 켜고 일어나 어디에서 나는 소린지 찾아보니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피곤하기도 하고 지금 방을 바꾼다 한들 그게 더 힘들 것 같아 손으로 귀를 막고 겨우 잠을 청했다. 이번엔 워이 워이 바람이 몰아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글쎄 바람만이 아닐 것이다. 이건 나뭇가지가 웽웽대는 소리일 거다. 비가 그쳤나. 물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데 그 높은 천장에 밖에서 뭔가 휘날리는 그림자가 아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