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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Nov 04. 2024

내 방식의 애도

여명


귀국 후 바로 동해로 왔다. 방에 난 큰 창으로 푸른 바다가 꽉 차게 보이는 곳에서 며칠을 묵었다. 파도를 피해 모래사장으로 도망가는 사람, 파도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웃음이 물결과 함께 하얗게 부서졌다. 한없이 그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걷고 싶어 밖으로 나왔다. 걸어도 걸어도 커다란 한 덩이 구름이 따라온다. 머리 위에 있는 큰 구름을 보며 비슷한 하늘을 떠올렸다. 어떤 풍경은 마음속에 오래 머물기 마련이다.


                                                                            *

계란 프라이가 올려진 야채볶음밥을 먹고 나는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미리 준비된 봉고차는 밤 12시 즈음 정문에 도착했다. 운전기사와 짧은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선잠이 들었다. 길은 생각보다 더 덜컹거렸고, 얕은 잠은 금방 깼다. 말로는 다하지 못할 컴컴한 길을 오로지 차의 헤드라이트에 의지해 갔다. 이렇게 밤새 달려 나는 시골마을에 도착했다.  


차문을 열고 땅을 딛자 흙이 축축하다.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던 노부부는 거칠한 두 손으로 나를 안았다. 얼마간 나는 이들과 함께 생활할 것이다. 좁은 오솔길을 걸어가는 동안 해가 떴다. 캄보디아의 새벽은 짧다. 여명을 느끼기도 전에 순식간에 해가 올라 어느새 땅을 비췄다. 방금까지 젖어있던 땅은 금세 메마르고 먼지가 일었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을 모아 위생점검을 하고 교육을 하는 일이다. 손발톱을 깨끗이 하고 밥 먹기 전에는 손위생을 하는 기본적인 생활위생습관을 알려줄 예정이다.  동네에는 30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는데 모두 10살 미만의 어린이들이다. 아이들은 내일 만나기로 했다.


오늘은 노부부와 함께 밤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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