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팥 싫어요. 그거 무슨 맛으로 먹어요?"
" 나는 팥이 너무 좋아~팥죽도 좋고! 팥빙수도 얼마나 맛있는데!"
지난해부터 요르단 출신 친구에게 팔레스타인에서 온 친구들을 소개받아 국어 과외를 하고 있다.
무슬림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 눈앞에 다섯 남매가 촤르르 서서 나를 맞아주던 첫 만남은 살짝 생경하긴 했다. 5남매를 실제로 본 일이 없어서 더 그랬겠지만 둘만 키워도 후들후들인데 이 엄마는 아이 다섯을 어떻게 키우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서였을 거다.
다섯 명 중 중간 세 명이 딸들인데 초1, 초2, 초6. 첫째는 중딩, 막내는 이제 두 살 아들들이다.
아무튼 그날은 6학년 큰딸을 수업하던 날이었다. 문제집 지문에 팥죽이야기가 나왔는데 팥빙수가 더 친근할 것 같아 이야기를 꺼냈더니 말라카(가명)가 질색을 했다. 팥은 자기 입맛에 별로라는 거다. 그리고 빙수는 먹어본 적이 없지만 팥빙수는 말만 들어도 싫다고 했다.
아니 학생이 싫다고 했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됐는데, 빙수러버인 나로서는 뭔가 책임감과 의무감이 마구 샘솟아 유명한 빙수집 홈페이지를 굳이 코앞에 들이밀었다.
"말라카야 이것 봐. 세상에 이렇게 많은 빙수가 있어. 네가 팥이 싫으면 딸기, 망고, 초콜릿으로 먹으면 되고 그거 먹다가 질린다 싶음 팥빙수를 먹어봐. 어때? 맛있어 보이지?"
처음엔 딸기도 초콜릿도 시큰둥하게 보더니 갑자기 망고빙수 사진에서 소리를 지른다. (성공인가?)
"와! 이건 진짜 맛있어 보여요!!! 어디에서 먹을 수 있는 거예요?
"흥~!! 야! 너 빙수 맛없을 것 같다며~! 이거 비밀인데 너만 알려주는 거야 ~ 저쪽 홈플러스 지나서 쭉 가면 그쪽 상가에 있어"
"전 팥빙수가 싫다고 했지 다른 건 싫다고 안 했어요."
듣고 보니 또 맞는 말이네. 그래도 워낙 무덤덤한 말라카가 망고빙수 덕분에 수다쟁이가 되니 한결 수업분위기가 좋아졌다.
말라카는 정말 망고빙수가 먹어보고 싶은 눈치다. 한 시간 반을 빙수 얘기로 꽉 채워 끝냈으니 말 다했다.
한국에서 5년이나 살았는데 아직 한국 음식은 적응이 잘 안 된다고 해서 내심 언제 망고 빙수를 사들고 와야 좋을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있는데 말라카가 질문한다.
"선생님 근데 정말 팥이 맛있어요? Really?"
말라카야 진짜야. 나 정말 팥 좋아해. 좋아한다고!
사진출처:호텔신라